# 나도 모르게 리모콘으로 비번 눌러 인증? 부산시 연제구에 사는 강 모(남)씨도 유료 성인 채널이 자신도 모르게 결제돼 오랫동안 돈이 빠져나갔다고 털어놨다. 올해 6월 초 KT 스카이라이프 요금고지서를 확인하다 자신도 모르는 ‘부가서비스’가 8개월 동안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해 10월경 성인 채널을 결제한 뒤 연장된 것이라는 설명이었는데 강 씨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강 씨는 “리모콘으로 비밀번호를 눌러 결제된 것이라는데 전혀 모르겠다. 이 경우 무조건 소비자 잘못인 거냐”고 되물었다.
케이블TV나 위성TV의 ‘성인채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모콘으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 및 시청이 가능해 미성년자가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체에서는 별도 비밀번호 설정 등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성인 방송’ 규제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비밀번호 관리 등의 책임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2년 방통위는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유료 채널을 실수로 구매하거나 미성년자가 성인 채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불거지자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사업자에게 이를 규제하도록 권고했다.
성인 채널 인증 절차를 강화해 ‘성인 채널’ 비밀번호를 별도로 설정하도록 한 것. 이외에도 결제가 되면 문자 메시지로 결제 알림을 보내는 등 소비자들이 모르고 유료 채널을 결제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성년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거나, 자신도 모르는 새 결제가 됐다고 항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업체들과 KT스카이라이프 등 위성TV 업체들은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티브로드의 경우 성인 채널 결제 시 사용할 별도의 비밀번호를 필수적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성인 채널 비밀번호를 설정할 때 ‘결제 여부’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간주하게 된다.
티브로드, CJ헬로비전은 고객센터에 전화해 성인 채널을 아예 보이지 않게 ‘차단’할 수 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별도의 비밀번호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으며, 기존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하다. 초기 설정 비밀번호인 '0000'을 바꾸지 않았다면 충분히 미성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결제 여부는 최초 가입자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TV인 KT스카이라이프는 유료 채널과 같은 비밀번호지만 월정액 신청 시 고객센터 측과 반드시 연락해야 하기 때문에 미성년자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터넷(IP)이 연결된 경우에는 비밀번호만으로 결제되지만 결제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도 알리고 있어 강 씨의 사례처럼 본인이 모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리모콘을 가지고 성인 인증 시 주민등록번호를 매번 입력하는 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시청자가 설정한 비밀번호를 아이들에게 노출시키는 것까지 업체가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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