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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대웅제약 2세 윤재승·윤재훈 형제, 내부거래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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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대웅제약 2세 윤재승·윤재훈 형제, 내부거래도 '뚝'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8.06.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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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후계경쟁을 펼쳤던 대웅가(家) 창업 2세인 윤재승, 윤재훈 형제가 서로 등을 돌리면서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대웅제약과 알피그룹 간에 내부거래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재훈 회장이 동생에게 밀려나 독립한 이후로 대권을 장악한 윤재승 회장이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주던 일감을 줄이면서 관계 청산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웅제약그룹은 윤재승 회장이 형과의 경쟁 끝에 윤영환 대웅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았고, 윤재훈 회장은 2016년 알피그룹을 꾸려 독립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대웅제약이 의약품 연질캡슐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알피바이오의 매출에 기여한 특수관계거래 규모는 14억5000만 원이다. 이를 단순히 4배로 계산하면 연간 62억 원 정도가 된다.

대웅제약이 알앤피코리아(현재 알피코프)에 밀어줬던 매출 규모는 지난 2012년 3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2015년까지 90억 원 안팎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내부거래가 급격히 줄고 있다. 2012년은 윤재훈 회장이 지분 40%를 보유했던 대웅상사가 알피코프에 합병됐던 시기다. 

대웅제약이 알피그룹에 몰아준 일감은 2016년 75억 원으로 줄더니, 지난해 53억 원으로 떨어졌다.


알피바이오와 알피코프의 총 매출 합계는 2011년 450억 원이었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줄곧 700억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알피코프에 일감을 준 규모가 줄어든 것은 공교롭게도 그룹에서 독립되는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2000년대 초반 알피코프의 최대주주는 (주)대웅으로 80% 지분을 지녔다. 나머지 20%가 윤재훈 회장 몫이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대웅 지분이 65%로 떨어지고 윤재훈 회장의 지분이 30% 가까이 높아졌다. 윤재훈 회장은 2015년에는 대웅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지주사가 보유했던 알피코프 지분 전량을 매수하며 독립 기반을 마련했다.

윤재훈 회장은 동생인 윤재승 회장과의 대웅제약그룹 후계자 자리에서 완전히 밀려난 후 2016년 7월 대웅 계열사였던 알피(RP)코프를 지주사로 전환시키면서 그룹에서 독립했다. 2015년부터 꾸준히 대웅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주식을 전량 팔며 지분관계를 털어냈다. 그룹 부회장 시절 윤재훈 회장은 비상장사였던 대웅바이오가 합병되는 과정에서 (주)대웅 지분 9.4%를 확보했다.

대웅제약그룹에서 독립한 알피코프가 지주사가 되면서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사업부는 알피바이오로 분리돼 계열사가 됐다. 대웅제약이 알피코프와 알피바이오에 밀어준 매출 규모가 윤재훈 회장이 그룹에서 독립하고, 대웅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셈이다.
▲ 윤재승 대웅그룹 회장(왼쪽), 윤재훈 알피그룹 회장

대웅제약그룹 후계구도는 창업주 삼남인 윤재훈 회장이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정해지는 듯 했다. 그룹 입사에 앞서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사업고시에 합격했고,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1992년~1995년)을 했다.

차남인 윤재승 회장은 1992년 대웅제약 기획실장으로 입사했지만 이후 대웅상사, 한국알피쉐러 등 계열사에 몸담으며 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룹 중심에서 멀어졌다.

2004년 당시 형제는 모두 (주)대웅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긴 했으나 윤재승 회장은 직위가 사장이었고 윤재훈 회장은 전무에 불과했다. 윤재승 회장은 2006년 부회장이 됐고, 형인 윤재훈 회장은 3년 늦게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4월 윤재훈 회장이 부회장 승진과 함께 대웅제약 대표로 선임되면서 승계구도에는 변화조짐이 생겼다. 윤재승 회장은 신규 및 해외 사업, 계열사 관리를 역할을 맡으며 핵심에서 밀려 났다.

하지만 윤재훈 회장은 재임 기간에 대웅제약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2008년 430억 원 규모의 대웅제약 영업이익은 윤재훈 회장 취임 첫해 740억 원으로 늘었으나, 그 이후에는 2010년 710억 원, 2011년 590억 원으로 내리막세를 기록했다.

결국 2012년 동생인 윤재승 회장이 다시 대웅제약 대표로 선임됐고 영업이익은 2013년 710억 원으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경영성과를 내지 못한 윤재훈 회장은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났고 대웅 지분을 정리하면서 독립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대웅제약 측은 회사 전반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중시하며 관계사와의 계약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알피 계열사의 내부거래가 줄어든 것은 물량 집중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며 “실제 홈페이지 관리, 홍보대행사 등 협력회사들의 변경이 최근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 관계가 내부거래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알피 계열사만 거래가 줄어야 하는데 비용 효율화 영향으로 다른 관계사들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대웅제약그룹 관계사로 포장업을 영위하는 팜팩과 의약관련제품 제조업체 시지바이오의 내부거래 매출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어 대조된다. 시지바이오는 2015년 39억 원이던 내부거래 매출이 지난해 72억 원으로 증가했다. 팜팩 역시 2013년 2014년만 해도 50억 원대였으나 2015년 66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5억 원으로 내부거래 규모가 커졌다.

한편 윤재승 회장은 지난 3월 대웅제약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의 방향과 주요 투자 관련 의사 결정, 인재육성 등을 지원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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