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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㉛] 리콜 수리비에 왜 기한을?...공지되기 1년 이내만 보상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8년 10월 01일 월요일 +더보기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 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뒤늦게 리콜 발표 났지만 보상 못 받아
 김해시 동상동에 사는 박 모(남)씨는 크라이슬러 300C 차량을 운행 중이다. 지난 2016년 4월 차량 이상으로 140여만 원을 들여 발전기를 교체했다. 올해 2월 자신의 차량이 발전기 리콜 대상이라는 서류를 받게 됐다. 보상을 받기 위해 업체측에 문의를 했지만 “2016년 12월 이전에 수리한 차량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 씨는 “차량에 문제가 있어서 리콜을 했으면 수리한 뒤라도 당연히 보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 결함 의심되지만 보상 못 받을까 수리도 못해 김해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13년식 볼보 V40를 운행 중이다. 7만km를 운행했을 무렵 오일 부족 경고등이 뜨더니 주행거리 8만km 정도 됐을 때 차량 언더커버에 엔진오일이 많이 묻어있는 걸 확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어나오는 오일 양이 많아져 수리를 진행했고 엔진 블록의 크랙을 발견했다. 김 씨는 “엔진 내 크랙이 일반적인 고장은 아니지만 무상보증 기간이 지나서 1000만 원 가까이 들여 자비 수리를 해야 했다”면서 “주변에 비슷한 문제를 호소하는 운전자가 많이 있지만 리콜 결정이 늦어져 보상을 받지 못할 것 같아 수리를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호소했다.

# 차량 결함으로 인한 리콜인데...수리는 ‘하늘의 별따기’ BMW 730D를 운행중인 의정부시의 조 모(남)씨. 올해 초 우편으로 타이밍벨트 관련 리콜 통지를 받았다. 리콜 기간이 4개월 정도 남은 상황이라 의정부에 있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지만 “복잡한 수리라 더 큰 곳으로 가라”는 말에 일산 서비스센터를 찾았다고. 하지만 거기서도 “지금은 바쁘니 3일 후 차를 맞기면 3~4일 정도 수리기간이 걸린다”고 안내했다. 리콜은 대차서비스조차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조 씨는 “결함으로 인한 리콜인데 왜 대차서비스가 안 되는지 따지자 예약을 올해 9월 19일로 잡아줬다”면서 “당시가 1월이었는데 8개월 후 예약이라니...리콜 거부와 다름없다”고 분개했다.

현행 자동차 리콜 규정에 대해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높다. 자비를 들여 수리한 차량이 사후 리콜 판정을 받더라도 수리 후 1년이 지났다면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 31조 2의 2항은 수리비 보상 대상을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 제작자 등이 결함 사실을 공개하기 전 1년 이내에 그 결함을 시정한 자동차 소유자’로 명시하고 있다. 즉 리콜 발표 전 1년 이내에 수리를 한 소비자만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 사후 수리비 보상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주요 리콜 대상 차종들을 살펴보면 생산년도가 리콜 발표 시점으로부터 5년 이 넘는 차종까지 그 범위가 폭넓게 분포돼 있다. 때문에 상당수 소비자는 리콜 결정 이전에 자비를 들여 차량을 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소비자들은 문제가 있는 차를 불안감 느끼면서도 그냥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결함이 있어도 향후 보상을 염두해 수리를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규정이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대한 리콜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결국 온전한 소비자 보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리콜과 관련해 ‘1년 이내 보상조항’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법 조항과 상관없이 수리비 보상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관리법에는 리콜 발표 전 1년 이내의 수리 차량에 대해서만 비용을 보상한다”며 “다만 자동차관리법 외에도 민법 등을 통해 수리비를 보상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리콜이 발표된 차량에 대해서는 수리 기간이 1년을 넘었더라도 보상을 진행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서 제시된 사례처럼 실제 정비 현장에서는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한 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리콜 수리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리콜 보상에 대한 기한을 둔다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제조사들이 미리 수리를 한 사람들에게는 더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리콜 보상에 1년 이내로 기한을 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불합리한 법이지만 개정을 위한 움직임도 없다.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을 하고 개정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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