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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③] 보험설계사가 누락한 고지의무...책임은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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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③] 보험설계사가 누락한 고지의무...책임은 소비자 몫
  • 박소현 기자 soso@csnews.co.kr
  • 승인 2018.07.09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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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을 비롯한 당국의 지속적인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금융관행이 쉽게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가 가동되고 있지만,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관행적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금융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금융관행 실태를 충분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특집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사례1.
인천시 남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얼마 전 가입한 생명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오히려 고지의무 위반으로 적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과거 약물 복용 사실을 알리지 않아 보험금 지급이 불가능하고 계약마저 해지된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가입할 때 설계사에게 구두로 약물 복용 중인 사실을 통보했고 문제없다는 답변도 받았다"면서 기막혀 했다.

#사례2.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하 모(여)씨의 남편은 지난 6월 변비 증상으로 동네 일반 내과에 내원 중이었다. 하 씨는 설계사에게 문제없는지 문의했고 “일반 병원 진료 내역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답을 받자 암보험에 가입했다. 그 이후 직장암과 대장암 진단을 받게된 하 씨의 남편은 보험금은커녕 ‘고지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보험을 해지당했다. 하 씨는 “가입 당시 설계사에게 거듭 물었지만 분명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분노했다.

보험 가입 과정에서 고객이 말한 병력을 담당설계사가 고의로 누락시키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설계사에게 병력을 말했더라도 계약서 상에 기재하지 않으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설계사에게 과거 병력을 알렸을 때 굳이 청약서 상에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믿었다가 보험사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했다는 민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계약자는 청약 단계에서 과거 병력과 약물복용 사실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보험사가 계약자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주요 정보들로 경우에 따라 가입이 거절되거나 특정 부위·질환 보장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체결될 수 있다.

이 같은 고지의무는 보험사기 예방 차원에서 비롯됐다. 이를 위반하면 보험금 지급 거절은 물론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고,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마저 전부가 아닌 해지환급금 수준으로 돌려받게 된다.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당하면 금전적인 피해가 상당한 셈이다.

문제는 당장 실적을 채워야 하는 보험설계사에게  병력이나 약물복용 여부를 알려도 일단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보험계약자들도 담당설계사에게 과거 병력 등을 말했기 때문에 고지의무를 수행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설계사에게만 구두로 설명한 것은 법적 효력이 전혀 없다. 반드시 보험청약서 상에 기재하거나 보험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고지해야 한다. 이를 누락하면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험계약자가 설계사에게 고지했다고 주장해도 소용없다. 

뿐만 아니라 보험설계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부추겼다는 사실관계 입증도 어렵다. 민원이 발생해도 발뺌하기 쉬운 구조라 사실상 이에 따른 제재도 받지 않는다. 설계사가 고지의무 누락에 대한 부작용을 숨긴 채 가입시키기 급급한 이유다. 결국 설계사를 믿은 소비자만 억울해지는 셈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민원들이 반복되자 설계사에게 과거 병력 등을 알린 것도 보험사에 고지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고지의무 수령권’을 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한 보험사기 등 부작용 우려도 커서 실제로 입법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청약서 상에 사소한 질병 이력도 꼼꼼하게 기재하고, 고지의무 위반 여지가 없는지 설계사가 아닌 보험사 고객센터 측에 확인하는 것만이 최선인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 당시 작성한 청약서 부본에 과거 병력이나 약물투여 여부를 기재하지 않으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면서 “다만 설계사가 잘못 안내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집질서 위반 여부를 살펴서 제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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