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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 휴대전화 명의도용, 소비자가 가해자 찾아야 책임 면해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2018년 07월 12일 목요일 +더보기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례1.
광주시 동구에 사는 오 모(남)씨는 2016년 7월 명의도용으로 인해 LG유플러스에서 3대, KT에서 1대 등 휴대전화 4대가 몰래 개통돼 680만 원이 청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군에서 휴가를 나와 친구의 지인과 합석하게 됐는데, 지인이 자신의 휴대전화가 고장났다며 오 씨의 것을 빌려간 뒤 몰래 개통한 것이었다. 하지만 통신사 측은 주민등록증을 확인했으며 본인 확인 녹취록까지 받은 터라 가입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점만 내세웠다고. 오 씨는 “명의도용 신고를 했지만 계약 해지를 해주지 않아 신용불량자가 될 뻔 했다”며 “개인정보를 털린 건 나지만 내 목소리도 아닌 녹취록 때문에 해지가 안 되는 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사례2.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김 모(여)씨도 남편 명의로 KT, LG유플러스 태블릿PC와 휴대전화를 온라인으로 개통돼 피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2016년 대출을 알아보면서 신분증 복사본을 온라인으로 전달한 적이 있는데 이 때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측했다.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지만 범인을 찾지 못해 해결이 되지 않았고, 약 200만 원의 미납금으로 인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고. 김 씨는 “개인정보 관리를 못 한 잘못이 있긴 하지만 금융사도 해킹 당하는 판국에 개인이 별 수 있겠냐”며 ”통신사에서는 가입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며 미납금 독촉만 오는 상황”이라고 난감해 했다.

휴대전화 명의도용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때문에 명의도용 피해를 소비자가 오롯이 입증해야 하는 터라 이를 구제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명의도용 피해는 대부분 당사자가 눈치 채지 못한 상황에서 가입돼 수백만 원에 달하는 요금 폭탄을 맞거나 채권 추심 등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단통법과 최신 고가 단말기 가격 문제가 맞물려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 금액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신분증 분실이나 온라인 상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부터 최신 휴대전화를 싼 가격에 준다는 친구의 말에 혹해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냈다가 뒤늦게 휴대전화 여러 대가 개통되는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올해 초부터 6월 말 현재까지 30여건의 명의도용 피해 민원이 접수됐다.

문제는 소비자가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이용약관에 따르면 이동전화사업자는 '본인여부 확인 소홀'로 인한 피해발생시 선의의 제3자에게 일체의 요금청구 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명의도용 피해를 당하더라도 통신사에서는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이중삼중으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규정에 따른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거도 녹취 및 계약서 형태로 남아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

현재 대리점을 통해 개통할 때는 주민등록증 사본이 필요하고 가입 이후 당사자 명의의 휴대전화로 확인 절차를 거친다. 온라인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공인인증서나 당사자 카드로 인증을 해야 하며 역시 주민등록증 사본과 전화 확인이 필요하다.

대리점 직원이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여러대의 단말기를 개통하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지만 본사에서는 '본인 요청'으로 인한 정상 가입 판정을 내리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명의도용 피해를 증명하고 명의를 도용한 가해자를 찾아 민사소송을 제기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셈이다.

지속되는 명의도용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신사측이 채권 추심 등 요금 압박을 유예하는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찾는 등 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명의도용방지 서비스와 함께 통신민원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방송통신법에 따라 명의도용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설립된 자율 심사기구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4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사기가 의심될 때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로 가입을 막는다거나 이동통신, 유선전화,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 무선인터넷, 종합유료방송 등 가입 현황을 알아볼 수 있다.

다만 이미 명의도용을 당했을 경우에는 피해 근거 등을 소비자가 제출해야 하며 자율기구라 권한이 없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관계자는 "명의도용이 단순 의심될 경우에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1차적으로 각 통신사와 협의를 해야 하며 해결되지 않을 경우 협회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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