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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채용비리 막겠다며 '은행고시' 줄줄이 부활...고학벌로 도배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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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채용비리 막겠다며 '은행고시' 줄줄이 부활...고학벌로 도배될 판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7.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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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로 한차례 홍역을 치룬 은행권이 부정방지 대안으로 필기시험을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고시' 부활로 인해 신입사원 채용이 고학벌로 채워져 서비스업 본연의 특성이 퇴색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행장 허인)은 기존 경제, 금융, 국어, 국사, 상식 등 객관식 필기시험 강화와 함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업기초능력시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적용할 방침이다.

인·적성 문제와 시사상식 등 3개 분야로 치뤄지던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의 필기시험도 강화될 예정이다.

이미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NCS를 도입한 신한은행(행장 위성호)은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시켰다. 필기시험은 금융, 경제 상식 등 총 130문항 객관식으로 구성됐다.

우리은행(행장 손태승)도 올해부터 필기시험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과거에는 서류 통과 후 실무자 면접, 임원 면접, 인적성 평가 등으로 채용절차가 진행됐지만 서류 통과 후 필기시험이 추가됐다. 경제, IT, 시사상식과 언어, 수리, 추리 등을 객관식으로 구성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 도입은 채용비리를 막고 보다 공정하게 신입사원을 채용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기본적인 금융상식을 확인하기 위함도 있다"고 말했다. 4대 은행의 잇따른 필기시험 도입 움직임은 지방은행 등 전 은행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험 난이도도 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4대은행은 올 하반기 채용에서 서류, 면접전형에 외부전문가를 참여시키고 면접에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임직원 추천제를 폐지했고, 예비합격자 명단을 운영해 부정합격자가 적발되면 채용을 취소하고, 예비합격자를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채용공고 전 내부 통제 담당부서가 채용 절차를 두루 점검할 예정이다. 모두 은행연합회에서 마련된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실제 적용시키는 것이다.

올 상반기 필기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은행고시'가 부활했다는 평가다. 필기시험이 경제용어나 금융업에 대해 이론적으로 모르고 있다면 풀 수 없을 정도의 난이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객관식 필기시험 전형이 서류전형 통과 후 지원자 1차 당락을 결정짓게 됐기 때문에 필기시험의 중요도가 매우 커진 상황이다.

이같은 움직임에대해 은행권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비스업 성격이 짙은 은행업무 특성상 영업력과 소질을 가진 인재를 뽑아야 하는데 학습능력이 뛰어난 행원들로만 채워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필기시험 도입으로 시험에 강한 고학벌 출신들의 합격확률이 높아지고, 지방대 출신 등 소외계층은 소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은행 내부에서는 "지원자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공부만 잘하는 SKY로 도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채용방식이 옛날 시스템으로 회귀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과거 성적 중심의 채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채용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필시시험을 줄줄이 폐지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은 점수순으로 인재를 걸러내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적어 채용비리를 막는데는 효과적일 지 모르지만 인재 채용방식이 획일화돼 시험에만 특화된 지원자들로 신입행원들이 채워질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국장은 "면접전형은 잘못됐고, 필기시험은 무조건 옳다라는 생각이 문제"라며 "채용 부정을 차단할 최적의 시스템에 대해 전 은행권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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