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불합리한 금융관행⑤] 못믿을 증권사 리포트...'매수'의견 뿐
상태바
[불합리한 금융관행⑤] 못믿을 증권사 리포트...'매수'의견 뿐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07.16 0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정비와 감독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금융사들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에 변화가 없는 한,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들이 관행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금융투자업계 오랜 관행 중 하나인 '매수 위주의 증권사 리포트' 발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발행한 리포트가 모두 '매수' 의견을 낼 정도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각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의견이 대다수 매수 의견으로 쏠리고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교보증권 올해 1분기 매수 100%, 매도 리포트 1건 이상 6곳 불과

국내 주요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 매도(Sell) 의견을 제시하는 리포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외국계 증권사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매수' 또는 '유지(HOLD)'의견이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유지 의견도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 중에서 매도 의견을 한 번이라도 제시한 증권사는 6개 사에 불과했다. 매도 비중으로는 KTB투자증권(대표 이병철)이 가장 높았지만 1.8%에 그쳤고 다른 증권사들도 1% 내외로 비중은 극히 미미했다. 

반면 매수(BUY) 비중은 대다수 증권사에서  80% 이상이었다.

180711001.png

특히 교보증권(대표 김해준)은 올해 1분기 발행한 리포트 전량이 매수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전체 증권사로 범위를 넓혀도 올해 상반기 전부 매수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교보증권을 포함해 5개 사에 달할 정도다.

교보증권은 자사 리서치센터에서 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몰캡 위주로 리포트를 발행하다보니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리포트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투자 의견이 모두 매수인 경우는 찾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현재 리서치센터 인원으로는 모든 섹터를 커버할 수 없어 투자자 수익률 향상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종목 위주로 한정된 섹터를 맡다보니 매수 비중이 높게 나온 것 같다"면서 "투자자 수익률에 도움이 되는 매수 추천은 하고 있지만 오히려 목표 주가를 낮춰서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외에도 메리츠종금증권(97.1%), 키움증권(95.2%), 신한금융투자(94.4%), 하이투자증권(93.9%), 하나금융투자(93.0%), 미래에셋대우(90%) 등 6개사의  상반기 발행 리포트에서도 매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 증시가 호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반론도 있지만 종목 리포트는 개별 종목에 대한 전망과 투자의견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매수 일색의 리포트 발행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괴리율 공시제·갈등조정위원회 등 도입했지만 개선 없어

금융당국도 증권사 리포트의 과도한 매수의견 비중에 대해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해부터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괴리율 공시제'와 '증권사-상장사간 갈등조정위원회' 설치다.

괴리율 공시제는 일부 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 해당 종목을 과도하게 고평가하면서 종목 리포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현 주가와 목표 주가간의 차이(괴리율)를 공개해 좀 더 현실적인 투자의견 설정을 돕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도입됐다.

180711002.png

하지만 공시제 도입 이후에도 목표 주가의 이른 바 '뻥튀기'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주가 괴리율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현재주가가 목표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도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목표 주가의 변동성이 높은 종목의 경우 괴리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종목 당 최대 1년까지 전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괴리율 공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과도한 매수 의견 위주의 리포트 관행이 결국 상장사와 증권사 리서치센터 간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설치된 갈등조정위원회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기업 정보를 원활히 획득하기 위해 평가를 하고자 하는 대상 회사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데 자칫 해당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면 이후 정보 수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클라이언트를 잃는 등 불이익이 많아 과감한 투자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갈등과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분기 '불합리한 리서치관행 신고센터'와 '갈등조정위원회'가 금감원에 설치됐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의 신고 및 조정 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사 협의회 등 이해관계자와 조율해 지난해 9월 신고센터를 열었지만 아직 신고건수는 전무하다"며 "유인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지위 개선과 더불어 갑-을 관계인 평가 대상 상장사와 리서치센터 간 역학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이 같은 관행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