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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⑧] 카드사 부가상품 불완전판매 금지후 피해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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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⑧] 카드사 부가상품 불완전판매 금지후 피해자 방치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8.07.25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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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정비와 감독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금융사들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에 변화가 없는 한,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들이 관행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례1. 김포시 감정동에 거주하는 송 모(여) 씨는 신한카드 영수증에서 매월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의 금액이 결제된 걸 발견했다. 7년여 간 24만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하고는 카드사에 취소 및 환급을 요구했으나 50%밖에 돌려받지 못했다.

#사례2.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에 사는 유 모(여) 씨는 현대카드에서 보장성 상품에 대한 안내 전화를 받고 가입했다. 하지만 전화로 설명한 액수보다 더 많은 금액이 결제되었고 소멸성이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안내되지 않아 해지 후 환급금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사례3. 충북 음성의 김 모(여) 씨는 남편의 삼성카드 명세서를 살펴보니 몇 년 째 결제액의 0.4%가 보험성 상품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객센터에 연락을 해 가입 당시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유료 여부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안내되지 않은 점을 알게됐다.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판매가 중단된 카드사 부가서비스 중 하나인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의 가입자가 여전히 수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215만명의 가입자가 423억 원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지난해 카드사가 거둔 총 수수료 수입(4633억 원)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 판매 중단됐지만 여전히 가입자 215만 명에 달해.. 지난해 수수료 4633억 원

채무면제·유예상품이란 신용카드사가 미리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는 대신 사망·질병 등 사고가 발생하면 신용카드 채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유료 부가상품이다. 문제는 이를 판매하는 텔레마케팅 상담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데 있다. 가입을 권유하면서 아예 수수료 사실을 안내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민원이 늘자 지난 2016년 신용카드사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고객에게 수수료를 환급하도록 지도했다. DCDS 신규판매도 중지됐다. 하지만 상품가입 해지자 270만 명 중 '가입 미인지', '무료 오인' 등의 사유를 언급한 48만명(18.4%)만이 피해 구제대상에 포함됐다. '회원탈퇴' 등 비자발적 사유로 해지된 220만 명(81.65%)은 수수료를 납부하고도 환급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보험 성격이 강한 DCDS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모든 가입자들이 피해 대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15년 금감원이 700건의 녹취록을 표본추출 검사한 결과 모두 불완전판매 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특정 해지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이들도 피해 구제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소비자시민모임의 금융전문위원인 허유경 변호사는 "99%가 넘는 불완전 판매율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금융당국이 행정권을 발동해서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 "당국, 피해구제 위한 행정권 발동해야"

실제 2015년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은 씨티은행이 DCDS상품과 신용정보보호서비스를 전화권유판매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수수료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Telemarketing Sale Rule'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해당 상품에 가입된 소비자 전원에게 수수료 등 7억 달러(한화 8000억 상당) 환급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리고 3500만 달러(한화 400억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허 변호사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현행 국내의 금융감독체계는 감독과 행정 제재 위주라 소비자 피해 구제에는 미흡하다"며 "미국의 동의명령제도나 영국의 구제계획명령제도처럼 강제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미 상품판매는 금지됐고 금융사 역시 자발적으로 조치를 취했기에 추가 조치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조사 결과 불완전판매가 명확했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피해 대상자에 환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추후 계획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답했다.

카드사들은 자발적으로 해당 상품 판매를 중지했고 고객에게 문자 등을 통해 안내도 했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채무면제 유예상품뿐 아니라 정보보호상품까지 불완전판매 논란이 된 상품은 모두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가입자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은 DCDS를 비롯한 '유료상품 가입내역'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부분의 카드사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5일 각 사 홈페이지 확인 결과 '유료상품정보'로 명시한 곳은 신한카드, 현대카드에 불과했다.

소비자 피해 구제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여전히 수십 건의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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