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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⑩] 증권사 전산장애로 피해입었지만 보상 '구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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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⑩] 증권사 전산장애로 피해입었지만 보상 '구만리'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08.01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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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정비와 감독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금융사들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에 변화가 없는 한,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들이 관행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례1 A씨는 지난해 미래에셋대우 HTS와 MTS 전산장애로 하루 종일 접속이 불가능했다.  매도 물량을 제때 팔지 못해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 서 씨는 다음 날 근처 영업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따졌다고. 서 씨는 이후 지속적으로 증권사와 접촉했지만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됐다.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나고서야 '6개월 무료 수수료 쿠폰'을 보상안으로 내놓은 증권사에 대해 서 씨는 해도 너무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그는 "로그 기록을 제시하라는데 프로그램 접속도 안되는 상황에서 대처방법이 난감할 따름"이라고 답답해 했다.

#사례2 B씨는 지난 5월 중순 키움증권 MTS '영웅문S' 접속이 안돼 사실상 하루 종일 주식거래를 할 수 없었다. 보유 주식을 제때 팔지 못하면서 평가 손실도 발생하자 증권사 측에 접속장애 원인을 문의했다. 하지만 고객센터 측은 "와이파이(Wifi) 망으로 재접속을 하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B씨는 "접속 장애는 해결이 안돼고 고객센터는 엉뚱한 설명 뿐이니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고 황당해 했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 장애 또는 전산 장애 발생시 투자자 보상이 미흡하고 지나치게 증권사 위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각 증권사마다 장애 발생시 대체 수단으로의 거래 안내를 포함한 매뉴얼이 제시돼있지만 투자자에게 제대로 홍보가 되어있지 않을 뿐더러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투자자가 매체 접속 기록을 확보해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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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식거래 특성상 매도 기회를 놓치면 일종의 '기회 비용'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손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자면 장애가 발생해 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제 때 매도하지 못해 평가 손실로 이어졌다는 불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전산장애 관련 민원·분쟁 건수는 370건으로 전체 민원·분쟁 건의 24%를 차지했는데 매년 그 비중은 상승하고 있다.  

◆ 보상 수단은 있지만 피해를 투자자가 직접 증명해야?

다수 증권사들은 전산 및 접속장애 발생시 투자자 보상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절차는 복잡하다.

우선 HTS나 MTS 장애가 발생하면 대체수단(전화주문 또는 지점방문 거래)으로 비상 주문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화 주문 수수료가 HTS와 MTS보다 비싸지만 장애 발생시에는 HTS 또는 MTS 수수료를 받는다.

장애가 종료되면 보상 신청을 해야 하는데 장애 발생시 주문 내용과 보상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특히 장애 당시 온라인 또는 전화 주문 기록이 남겨져 있거나 장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을 캡쳐하는 등 '구체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추후 보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 증권사 설명이다.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보상금은 '고객의 주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의 주가에서 주문 수량을 곱한 금액'에서 '장애 복구 시점 가격에 주문수량을 곱한 금액'의 차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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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다수 투자자들은 장애 발생시 HTS와 MTS는 물론 주문 폭주로 인해 전화 주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로그 기록을 남기거나 장애 상황 캡쳐'라는 요구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비상주문 시 주문 폭주로 인한 체결 지연은 주문장애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는 단서 조항을 보상 조건에 명시하고 있어 면피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증권사마다 가이드라인이 있어 이를 근거로 보상을 할텐데 증거도 없이 보상을 하는 것은 형평성 뿐만 아니라 배임의 우려도 있다"면서 "다만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증권사가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선행되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각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투자자 보상 가이드라인은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을 준용해 이루어진다. 때문에  각 사별로 대동소이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산 및 접속장애로 인한 분쟁 발생시 가이드라인에 의한 보상보다는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또는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보상금액이 소액인 경우가 많고 주문 기록 입증이 어려운 경우 분쟁조정이나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창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산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주가변동이 심한 주식거래 특수성에 비춰 투자자가 처분 의사를 명확히 표명한 경우에 한해 전산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전산장애로 인해 보유주식을 최고가에 매도할 수 없어서 발생한 손해는 특별손해로서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배상되기 어렵다"며 장애 발생 당시 주식 처분 의사를 입증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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