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 수익 악화를 상쇄할 만한 대안으로 신사업을 거론했다.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다. 신용평가사업을 언급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주겠다는 데 초점이 있었다.
카드사로선 환영할 일이다. 최근 카드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만 해도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5.3%나 줄었고 타 카드사 역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다.
규제 완화로 신사업 진출이 가능해진다면 오히려 반길일이다. 하지만 카드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런 뜻밖의 반응은 카드사의 수익 구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계 카드사가 거둔 영업수익은 5조 9735억 원이었다. 이 중 카드사업에서 나온 수익이 5조 2871원으로 90%가 넘는다. 최근 시장 진출이 활발한 자동차할부와 같은 할부금융, 리스 등 기타 수익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카드사가 새로운 먹거리로 찾고 있는 해외시장 개척 역시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은 카드사는 카드사업으로 먹고 사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업의 본질을 막으면서 신사업을 하라는 건 어폐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새로운 영역이 아닌 신용평가사업은 신사업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또 다른 영역다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한국기업평가 등 3개 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 설립 30년 이상 된 베테랑이다. 신뢰가 중요한 업종 특성상 이미 시장을 선점한 사업자들과의 경쟁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8개 카드사들끼리 또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한 여신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레드오션인 시장에 새롭게 들어가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대부분의 금융업이 포화상태라 신사업을 찾기도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집중 규제를 받고 있는 카드업계에 숨통을 트여주자는 의미로 한 말일 터이다. 카드사만의 강점인 빅데이터를 활용하기에 그만한 사업이 없다고 봤을 수도 있다.
하반기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카드업계는 당국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9년 동안 13차례 떨어진 현실을 봤을 때 수수료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이 같은 현실에서 신사업을 언급하는 건 본질을 외면하려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문제를 카드수수료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소리가 소상공인 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논란에서 옮겨붙은 카드수수료 논란이 신사업과 의무수납제까지 퍼져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재산정된 수수료를 카드업계가 인정할 수 있을까.
카드사용 보편화의 혜택은 카드사만 누린 게 아니다. 소비가 투명해지며 정부의 세원관리가 강화됐고 가맹점은 결제규모가 커졌다. 소비자의 결제 편의 역시 좋아졌다. 수수료 논의는 모두가 납득할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불필요한 전선 확대는 본질을 외면하려는 시도로 보일 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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