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인천 연희동에 사는 박 모(남)씨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하다가 이용 정지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약 1년 전 오픈 시기부터 문제없이 이용하던 캐릭터를 작업장캐릭터라며 정지시켰다는 주장이다. 작업장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여러 증거를 들어 항의했지만 업체 측은 정지 해제를 해줄 수 없다고만 버텼다. 어떠한 이유로 정지를 당해야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 인천 남동구에 사는 서 모(여)씨는 펄어비스가 제공하는 ’검은사막M' 게임을 하는 유저다. 샤크투라는 5만5000원짜리 장비 두 개를 산 다음날 정지를 먹었다는 서 씨.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서 씨는 억울하다며 업체에 증거나 자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서 씨는 “아이템을 구매한 이튿날 바로 계정이 정지됐는데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며 “정지를 풀어줄 수 없다면 아이템 비용이라도 환불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어이없어 했다.

게임사가 근거 없이 계정을 정지시킨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데 이유 없이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는 계정이나 무과금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정지시킨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소비자 불만과 의혹이 치솟고 있지만 엔씨소프트, 넥슨,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부분 게임사는 모니터링을 통해 유저가 법령이나 약관에서 정한 금지행위를 위반한 결과라고 말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건전한 게임환경 조성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불법 프로그램 등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이 확인될 경우 이용약관과 운영정책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용자와 게임사의 갈등은 유저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음에 대한 소명 방법 및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문의해도 답변을 받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게임사 대부분 보안, 정보의 악용을 이유로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게임사는 공개하기도 하지만 전문 프로그램 언어라 일반 이용자들은 거의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는 것.

서울시 쌍문동에 사는 문 모(남)씨는 매크로 사용에 대해 유저에게 알리면 유출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면 적발된 이용자에게만은 어떤 근거로 문제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안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조건 보안상의 이유로 안 된다고 못을 박기 보다는 최소한 납득할 수 있는 정보라도 줘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로 판단돼 계정정지 등으로 구제가 필요한 경우 이를 돕는 규정이나 법률은 없다.

유저 스스로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증빙하는 자료를 확보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게임사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소송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게임사의 공개 불가 사유도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불법 프로그램의 공개 여부 이전에 매크로 답변을 통한 이용자의 불만이 가중되지 않도록 이용자에 대한 답변 수준을 높이는 등 고객 서비스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