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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⑭] 눈뜬 장님 양산하는 난해한 투자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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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⑭] 눈뜬 장님 양산하는 난해한 투자설명서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08.16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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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정비와 감독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금융사들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에 변화가 없는 한,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들이 관행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례1
기초자산은 KOSPI200, HSCEI, EUROSTOXX50(으)로 3년 만기/6개월 단위 Multi Barrier Lizard형 자동조기상환, 원금비보장형 상품으로 1차 또는 2차 자동조기상환이 되지 않더라도 1차 또는 2차 리자드베리어 미만 하락한 적이 없는 경우 리자드 수익률 연 6.20% 지급 후 조기 종료된다. 

#사례2
KOSPI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1년 6개월의 원금지급형 양방향 녹아웃(Knock-out) 상품이다. KOSPI200지수가 최초기준가격(100%)의 115%를 초과해 상승한 적이 있고 85% 미만으로도 하락한 적이 있으면 원금을 지급하며 양방향 녹아웃(Knock-out) 여부와 KOSPI200의 가격에 따라 만기시 최대 12.90%의 수익률을 지급한다. 기존의 원금지급형 녹아웃 상품과는 달리 기초자산 가격의 상승 및 하락시에도 수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양방향으로 수익구간을 확장해 놓은 상품이다.

#사례3 지역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양행 모두 대손비용이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GM대우 등 취약여신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지 않고 가계대출도 대부분 담보대출인 가운데 평균 LTV 비율은 55%로 낮기 때문이다. NIM은 저수익성자산인 집단중도금대출의 만기 도래가 내년까지 예정되어있는 만큼 현재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증권사 금융투자상품 설명서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다.

이처럼 어려운 용어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이 내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는 결국 나중에 불완전판매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예적금과 달리, 금융투자상품 중 상당수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품설명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멀티 배리어 리자드, 녹아웃, 익스포져...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용어 투성

위에 예시된 1번과 2번 사례는 최근 국내 증권사에서 ELS 발행 당시 배포된 보도자료에 있는 상품 설명 자료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최대한 각 사에서도 정보를 간략하고 쉽게 설명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것은 사실이다.

금융투자업에 종사하거나 평소에 금융투자상품을 자주 접한 소비자라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있지만  'Multi Barrier Lizard', '리자드배리어', '녹아웃' 등 ELS 상품에서만 주로 등장하는 단어들로 구성된 상품 설명은 아직까지 어렵게 느껴지기만 한다. 

상품 설명서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발간하는 기업 분석 리포트에서도 생소한 단어의 향연은 이어지고 있다.

사례3은 모 지방금융지주 상반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 분석 리포트 중 일부분이다. 위 리포트에서도 '익스포저', 'LTV 비율', 'NIM' 등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려운 용어들이 나열돼있는데 해당 용어에 대한 설명이 리포트 상에 존재하지 않아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투자 종목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사 리포트가 가장 보편적인 정보 취득 경로이지만 각종 어려운 단어들 탓에 투자자 스스로는 종목 분석은 물론이고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지난해부터 70세 이상 고령 소비자와 투자성향 부적격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자 숙려제도'다. 

투자자숙려제도는 투자자가 투자상품의 구조와 위험 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투자결정을 할 수 있도록 청약 이후 2영업일 이상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파생결합증권(ELS·DLS)과 신탁·펀드를 통한 파생결합증권 투자상품(ELT·ELF 등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증권사들은 어려운 증권용어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자 수 년 전부터 개미투자자(소액투자자)들을 위한 증권 용어 사전을 발간해 고객들에게 배포하면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2015년 금융투자업권을 포함해 전 금융업권에서 투자설명서나 상품 약관 등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류 내용이 어려워 투자자보호를 위해 쉬운 용어로 작성토록 하는 '약관이해도평가'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인 보험업권 외 타 업권에서도 도입하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보험업권이 현재 보험개발원이 금융위원회 위임을 받아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를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연 2회 실시하고 결과를 공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다른 업권에서는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홈페이지에서 금융용어 개선 제안 코너를 운영하고 있거나 또는 과거에 했으나 문제제기가 될 때만 홍보를 했을 뿐 현재까지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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