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자동차 자기인증제' 허점투성이...징벌적배상·집단소송제 대안될까?
상태바
'자동차 자기인증제' 허점투성이...징벌적배상·집단소송제 대안될까?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8.08.16 0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BMW 화재 사고를 계기로 현행 ‘자동차 자기인증제’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차량 제조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실질적인 관리·감독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제도를 엄격하게 강화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 같은 사후 대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는 구조 및 장치가 안전 운행에 필요한 성능과 기준(이하 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운행이 불가능하다. 차량 제작사와 수입사는 반드시 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이하 자동차자기인증)한 후 자동차를 판매해야 한다.

이처럼 제조사가 스스로 ‘자동차안전기준’을 인증해 판매하고 사후에 결함이 발견될 경우 리콜(시정조치)을 진행하는 방식이 자동차자기인증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부터 자동차자기인증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만약 제작사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자동차를 판매한 경우에는 매출액의 100분의 1(10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0억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자기인증제 이전에는 제작사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는 ‘형식승인제’가 있었다. 형식승인은 수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면서 제작사에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안기는데 정부가 국내외 차량 제작사의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자기인증제를 도입한 것이다.

문제는 제작사의 자율성을 강화시킨 자기인증제가 소비자 피해구제에 있어서는 허점 투성이라는 점이다. 우리와 비슷한 자기인증제를 시행중인 미국이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를 통해 엄격한 사후관리를 하는데 반해 국내에는 이 같은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 법률 전문가 “징벌적배상·집단소송제가 능사는 아냐...제도 곳곳에 구멍”

징벌적 배상은 소비자가 차량 결함이나 판매 과실로 피해를 입은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인정받는 제도다. 집단소송제는 실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도 동일한 판결의 효력을 보장한다.

우리나라의 자기인증제는 미국과 달리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가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법무법인 제하의 강상구 변호사는 “국내 자동차관리법은 자기인증제를 인정하면서도 징벌적배상이나 집단소송제를 보장하는 어떠한 법률 조항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우리나라는 판례의 효력과 판사의 재량이 절대적인 미국과 달리 법률이 정한 것 이상의 배상 판결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를 보장받기 힘든 법리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결국 이 같은 법리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체 자기인증제를 도입했던 것이 반쪽짜리 제도를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상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를 명문화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배상 기준이 너무 낮으면 피해 구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반대의 경우에는 과도한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그만큼 소비자의 피해구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확보하고 보다 세밀한 규정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다.

강상구 변호사는 “미국과의 법리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자기인증제를 형식승인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자기인증제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거나,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제작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절한 수준의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의 도입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로 나눠진 관리·감독 주체를 일원화하거나 전담 부처를 신설해 보다 세밀한 정책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