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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강공 펼치던 윤석헌 금감원장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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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강공 펼치던 윤석헌 금감원장 '숨고르기'
"금융사 부담 고려" 유연한 행보...원칙엔 변화 없어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08.1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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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와 전쟁도 불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주요 금융 정책에 대해 유연한 행보를 보여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원장은 취임 초 소비자보호 원칙을 내세우며 금융사에 강경일변도의 공세를 펼치던 모습에서 벗어나 피감 기관의 입장을 감안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현실감각을 살린 바람직한 변화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즉시연금 이슈를 비롯한 소비자보호 침해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기존과 동일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보호 위주의 정책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 종합검사 강화 등 강공 속 "금융회사 수검부담 낮춰라" 당부하기도

윤 원장은 지난 달 초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원칙 중심의 네거티브 규제를 중심으로 감독 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회사 경영이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서 선별해 종합검사를 강화하는 '종합검사제'를 3년 만에 부활시키며 금융회사들이 일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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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을 비롯해 과거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이어졌던 '키코 사태'와 말기 암환자에 대한 암치료비 지급 이슈 등 중요 민원 분쟁 사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고삐를 바짝 쥐었다.

특히 즉시연금 미지급 문제는 연금을 과소지급해 발생한 분쟁에서 보험약관에 따라 추가 지급하도록 조정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근거로 일괄구제제도를 활용해 유사 사례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생보사들이 미지급 금액을 지급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은행과 금융지주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근로자 추천이사제' 선제적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금융 공공기관 도입 후 추후 결정하자는 금융위원회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논란을 야기시킬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윤 원장 행보에도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회사들이 가장 긴장하고 있는 '종합검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최근 윤 원장은 종합검사 제도에 대해 정보 비대칭성하에서 소비자보호, 불공정거래 예방 등을 위한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검사를 확대하고 금융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종합검사 실시가 필요하지만 금융회사에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금융회사가 금융감독 목표에 부합하면 종합검사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유인체계의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달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 당시와 일맥 상통한 것으로 금융회사의 수검부담 완화를 위해 금감원이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유연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 금감원 '운영자'로서의 입장 강조, 소비자보호는 포기 못해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이 과거 학자로서 금융당국에 대해 개혁적이고 소신있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현재는 금감원장이라는 운영자 입장이라는 점에서 과거보다는 다소 '톤 다운' 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윤 원장은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금융당국, 소비자보호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현재 금감원장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있다"면서 과거보다 본인의 소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소 좁아졌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규제완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문제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에 줄곧 반대했지만 금감원장 취임 이후에는 "은산분리 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감독하는 것이 금감원의 역할"이라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윤 원장 역시 정부 정책의 흐름에 동조하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앞서 언급된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규제완화를 직접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편 오는 10월에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를 윤 원장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따른다. 윤 원장은 취임 첫 국감을 앞두고 지난 달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상견례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금감원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분쟁조정을 근거로 생보사들에게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근로자 추천이사제에 대해서도 지나친 관치라며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에 무소불위의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달아 윤 원장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윤 원장이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금융회사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방안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 금융사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즉시연금 이슈도 일부 생보사들이 분조위 결정에 불복하자 금감원은 소송을 제기한 민원인에 대한 소송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보험사에 대한 검사 결과나 즉시연금 관련 내부 자료를 법원에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윤 원장은 "금융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소비자'라는 점에서 소비자보호에 신경써야 하고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취급 받는 것은 감독자로서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권고할 따름이지만 금융회사들이 즉시연금 이슈 등 이런 기회를 역이용해 신뢰를 높이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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