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시중은행, 금융당국 독려에 신규채용 늘려 놓고 뒤에선 희망퇴직 검토
상태바
시중은행, 금융당국 독려에 신규채용 늘려 놓고 뒤에선 희망퇴직 검토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8.20 07:1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권이 정부의 고용확대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계속 늘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영업점 통폐합으로 인력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따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올해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 2973명보다  54%(1600)명 늘어난 4600명이다. 올 하반기에만 3100명의 신규채용 인원을 확정짓고 현재 진행 중인 상태다.

은행권 신규채용 동향.JPG
▲ 자료: 은행연합회


내년에는 올해보다 신규채용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은행권이 앞장서서 신규채용에 나서라는 입장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은행권 전체에 주 52시간이 의무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야근이 줄어들며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직원 신규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당장 다음달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인 금융노조는 33개 금융기관에서 2만9000명의 추가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신규채용을 늘리는 배경에는 정부의 신규채용 확대 주문이 있다. 지난 4월 19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은행장들과 만나 주52시간 상한제 조속한 시행과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당부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28일 은행연합회장과 시중 은행장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퇴직금을 올려 희망퇴직을 활성화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은행 취업 기회를 주길 바란다”며 “희망퇴직을 확대한 은행에 보상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상최대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정부 눈치를 보면서 금융당국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발맞추는 분위기다.

이같은 신규채용 늘리기는 원래 은행들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수를 줄여가면서 1인당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지난 2015년 3760곳에서 이듬해 3693곳, 지난해 말엔 3575곳까지 감소했다.

점포 수가 줄면 자연히 직원 수도 줄어든다. 4대 은행들은 3년간 직원 수를 8990명 줄이며 1인 생산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으로 점포 수를 줄이고 있는데도 신규채용 수를 늘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직원 생산성 유지를 위해 은행들은 희망퇴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의 말처럼 “10명이 희망퇴직하면 7명이 새로 취업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희망퇴직을 독려하고 있어 명분도 충분하다.

5대은행 희망퇴직 동향.png
▲ 자료: 각 사.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이 첫 신호탄을 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해 274명의 임직원이 퇴직했다.

KB국민은행(행장 허인)은 올 하반기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올해 초 400명 정도를 내보냈다. 올해 하반기에도 약 200~300명 정도의 희망퇴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7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우리은행(행장 손태승)도 올 하반기 희망퇴직 도입을 두고 검토에 들어갔다. 올해 초 700여명을 희망퇴직 한 신한은행(행장 위성호)과 지난해 500여명 정도를 내보낸 NH농협은행(행장 이대훈)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희망퇴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점포 수가 축소되며 은행권의 직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데 정부 압박에 은행들이 억지로 신규채용을 늘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항아리형 인력구조 탈피와 직원 1인당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들은 희망퇴직을 늘릴 수 밖에 없어 사실상 장년 층을 청년 층으로 바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ryug 2018-08-20 12:52:00
공기업들 정신차리고 희망퇴직 시행해서 신규챙용하세요.알리오에 보니 다들 인사적치로 진급도 못하고있던데 ..나라가 이리 어려운데 공기업이 압장서야죠..민간기업만 희생시키지 말고요.10년이상 으로 시행하면 그만둘 사람들 많을겁니다

kkk 2018-08-20 12:47:47
다들 신규챙용을 위해 희망퇴직들 시행하는데 정작 공기업들만 조용하네요.이렇게 나라가 일자리로 난리인대 정작 공기업들은 동참할 생각들도 않하고 문잠그고 있다니...산업부 기재부 장관님들은 머하시는건지요..취업비리로 나라를 발칵 뒤집을땐언제고 정작 필요할땐 신규채용을 전혀하지않는 공기업.. 일자리 말로만 하지말고 정부 공기업이 우선적으로 나서야 할것인데 공기업사장들 공이라는 글자그 무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