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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질병?①] WHO 방침에 유저도 업계도 '술렁'...편견 씌우기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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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질병?①] WHO 방침에 유저도 업계도 '술렁'...편견 씌우기 논란도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8.10.11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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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FPS 게임을 즐기는 고등학생이다. 게임하는 동안에는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 틈날 때면 게임을 하는데 부모는 그 시간마저 아까워 해 종종 갈등을 빚는다. 최근에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부모와 또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이 씨는 “영화 감상이나 독서처럼 나에게는 게임이 취미생활이다. 영화, 낚시, 음악에 빠졌다고 해서 질병으로 보지는 않지 않느냐”며 황당해했다.

수년째 게임중독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실제로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국제 질병 분류(ICD-11)를 발표하며 ‘게임이용 장애’를 진단명으로 등재했다. ICD-11은 2019년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통과되면 2022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ICD-11에서는 게임이용 장애에 대해 △이용자가 시간 조절, 강도 등 게임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한 경우 △게임을 다른 일상생활보다 우선하는 경우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계속 게임을 하려고 하는 경우를 ‘게임이용 장애’라고 봤다.

질병분류는 국제 기준이다 보니 우리나라만 이를 제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통상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관장하는 통계청에 의해 반영되게 된다.

다만 현재는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데 의학계와 게임업계, 학계 간 논란이나 이견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통계청은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효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2025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등록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으로 등재되면 건강보험료 재정에 대한 문제가 있다. 대략 6000억 원 정도의 재원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질병으로 인정해줄 경우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게임 질병 코드에 대한 진단 기준이 너무 주관적이라 진단이 판이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게임중독이 질병이 되면 병역면제나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게임 이용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별로 봤을 때 게임이용자는 10대가 가장 많다.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10대에게 가장 영향이 큰 셈이다.

이에 대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집집마다 고민을 많이 하겠지만 이를 질병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미디어와 휴대폰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미디어에 지배당하지 않고 스스로 통제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한 것인지 병으로 정해 치료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게임하는 사람은 잠재적 정신질환자? 편견 어쩌나

우리나라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는데 질병 코드로 등재되면 더 악화될 거라는 게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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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게임업계 종사자 및 국민들의 인식조사 결과 일반인 59%, 업계종사자 61.3%는 이로 인해 게임유저들이 게임중독자, 정신건강 질환자 등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등록되면 게임과 게임을 즐기는 대다수가 잠재적인 정신질환자라는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질병으로 진단하는 항목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데이터만 가지고 WHO가 일방적으로 코드 등재를 진행하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 수출 효자 ‘게임’...산업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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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산업 규모는 110조 원에 달한다. 출판, 방송, 음악,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11개 부문이 포함된 콘텐츠산업에서 게임의 비중은 5%(12조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외 수출 규모를 살펴보면 전체 69억 달러(7천8000억 원) 중 게임에서만 39억 달러(4조4000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전체 비중의 56.7%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은 게임에 의존하는 셈이다.

수출 효자지만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하면 위해산업으로 인식돼 업계 자체가 위축될 거란 우려가 크다. 게임에 대한 규제 조치가 강화될 거라는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은 다른 문화산업에 비해 규제가 강화돼왔다.

지난 2011년 11월에는 심야시간대에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그보다는 내수 게임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3년에는 도박, 알코올, 마약과 함께 4대 중독에 게임을 포함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최근에는 게임 광고를 사전 심의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와 유해산업이라는 낙인이 국내 게임산업이 수년간 침체된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질병 논란이 일면서 게임사들이 다른 사행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독 치료 기금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다시 나오는 상황이다. 이 경우 대형 게임사는 제외하더라도 경영이 어려운 군소 게임사들은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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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jun00m 2018-10-22 11:37:56
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