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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바람? 선풍기 수준인데...냉풍기'뻥'광고 민원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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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바람? 선풍기 수준인데...냉풍기'뻥'광고 민원 폭발
건조한 환경 적합... 실외기 없어 소음 감안해야
  •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 승인 2018.09.05 07: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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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전북 군산시의 박 모(여)씨는 이달 초 구매한 신일산업 냉풍기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업체의 광고를 믿고 구매했지만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소음과 불쾌한 냄새로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했다고. 박 씨는 “성능 역시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개봉한 경우 절대 환불이 안 된다고 해 울화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사례2 경기 광주시의 송 모(남)씨는 7월 말 구매한 현대홈쇼핑 PB상품인 오로타냉풍기 성능을 두고 “한마디로 기막힌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0만 원을 주고 구매한 냉풍기에서 2만 원 짜리 선풍기보다 못한 더운 바람이 나왔다는 것. 송 씨는 “냉풍~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터무니 없는 허위광고였다. 다른 구매자들도 속았다고 난리더라”고 말했다.

#사례3 경기 용인시의 이 모(남)씨 역시 보국전자의 냉풍기 성능에 실망을 드러냈다. 홈쇼핑 쇼호스트는 ‘시원한 바람’을 강조했지만 선풍기와 다름없는 수준이더라고. 이 씨는 “항의하자 광고 시에도 '보조' 용도의 제품임을 안내했다며 반품을 거부하더라”며 “에어컨 대용 제품처럼 홍보해 놓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모양”이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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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풍기 업체들이 '얼음골 냉풍' 등을 강조하며 소비자 구매를 유도하는 것과 달리 소비자들은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잇따라 항의 중이다.

올 여름 이례적인 폭염으로 냉풍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폭발했다.  ‘얼음골 바람’, '파워 냉풍' 등의 광고를 믿고 구매했더니 선풍기만도 못한 바람에 소음, 냄새 등으로 되레 스트레스만 받았다는 내용들이다.

지난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2개월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소비자 민원은 총 45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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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로는 ‘과장광고’를 지적하는 민원이 25건(55.6%)로 최다 집계됐다. 업체들이 내세운 제품 성능에 대한 실망이 컸다는 방증이다. ‘반품 지연’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도 11명(24.4%)이었는데 이 또한 냉풍기 성능이나 품질 이슈로 인한 반품이 대다수였던 만큼 합산할 경우 최대 36명(80.0%)이 냉풍기 성능에 대한 불만이었다는  분석이다.

그 뒤를 ▲AS지연(6명, 13.3%) ▲고장(2명, 4.4%) ▲내구성 불만(1명, 2.2%) 순 이었다.

◆ ‘고온 다습한 환경’ 등 외부 요인으로 성능 제약..소비자 "제대로 알려야"

냉풍기는 빨아들인 공기를 기기 내부에 채워놓은 얼음이나 물에 통과시켜 바람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각 기기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기 온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적절히 분사시켜 냉각팬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원리다.

문제는 저렴하고 작동 원리가 단순한 만큼 에어컨 수준의 찬바람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또 비교적 '건조'한 환경 등 특정 환경에서만 효율이 높다. 물을 증발시키는 원리 탓에 고온다습한 상황에서는 물의 증발량이 떨어져 냉풍기 효율이 저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막이나 미국 남서부, 중국 내륙 등 습도가 10% 미만인 곳에서는 냉각 성능이 뛰어나지만 습도가 60~80% 정도인 동아시아 지역의 일부 여름 환경에서는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업체가 자극적 문구로 더위에 지친 마음을 현혹하지 말고 성능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꼬집는다. 경기 수원시의 최 모(남)씨는 “냉풍기를 써 봤더니 선풍기와 온도차가 ‘1’도 나지 않고 똑같더라”며 “사용환경에 따라 성능에 확연하게 달라진다면 그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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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체들은 광고 시 냉풍기의 성능상 한계 등을 충실히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냉풍기의 경우 정확한 사용법이 성능을 좌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 광고 시 정확한 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냉풍기는 물을 활용해 바람을 기화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에어컨에 비해 덜 시원할 수 있지만 소비전력이 낮고 별도의 실외기가 필요 없는 등 1인가구나 실외기 설치가 어려운 소비자들 사용에 적합하다. 다만 실외기가 없는 특성상 제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배출하지 못해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의 경우 방송사별 심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정확한 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보국전자 관계자는 "짧은 광고 시간 동안 정확한 사용법을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간혹 얼음이나 시원한 물이 아닌 실온의 물을 넣고 사용하는 등의 문제로 소비자 오해도 빚어진다"고 해명했다.

또한 "냉풍기 성능은 뛰어나지만 사용상의 한계도 있고 에어컨 만큼 시원하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점을 광고 시에도 충실히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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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누니맘 2019-06-27 17:59:25
1년째 고민중... 진짜 선풍기만도 못할까봐 못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