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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는 금리장사④] 보험담보 잡고도 9%대 고금리...가입자 부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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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는 금리장사④] 보험담보 잡고도 9%대 고금리...가입자 부담 외면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8.11.0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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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금리장사에 대한 시회적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들이 예금 이자는 낮게 지급하면서 대출금리는 높이는 방식으로 손쉽게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소비자는 물론, 정계와 금융당국에서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이익을 많이 낼수록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금리장사의 실체를 각 업권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약관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납부한 보험료을 담보로 해지환급금의 일정 범위 내에서 이용하는 대출서비스다. 대출심사가 따로 없고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장점 때문에 가계 사정이 불투명할 때 이용된다.

약관대출은 일시적으로 보험료 납부가 곤란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경우 해지 대신 대출을 함으로써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보험을 해지하면 납입한 금액보다 환급을 적게 받아 손실을 볼 수 있고 추후 재가입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내 보험금으로 대출받는데 이자는 10%

문제는 납입 보험료라는 명확한 담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금리가 10%에 육박하는 등 시중은행 대출에 비해 높은 이자를 내야한다는 점이다. 연체가 증가하면 보험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도 있어 한 개인을 지키는 안전망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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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약관대출 잔액은 60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 8000억 원 증가했다. 1년 새 8.6%가 늘어난 것으로 카드론 증가율이 연 7% 수준, 주택담보대출이 3%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에 손을 대는 서민들이 늘어난 것이다.

약관대출 금리는 평균적으로 생명보험사가 높은 편이다. 금리확정형의 경우 24개 생명보험사가 책정한 약관대출 금리는 4.79~9.2%에 이른다. 손해보험사 13곳의 금리는 4.19~7.08%로 생보사보다 약간 낮은 편이다. 

일부 생보사는 9.5%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비중이 65%에 육박하는 등 전반적으로 고금리 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에는 9.5% 이상 금리를 적용받는 소비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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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5개 대형 생보사 중에는 삼성생명(9.2%)의 금리가 가장 높았고 교보생명(8.04%), 한화생명(7.95%), 미래에셋(6.06%), 농협생명(5.27%)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자산기준 3개사(삼성·교보·한화)는 9.5% 이상 적용 비중이 모두 25%가 넘었다.

손보사는 현대해상(7.08%), DB손보(6.88%), 삼성화재(6.63%), 메리츠화재(5.85%), KB손보(5.56%) 순으로 금리가 높았다. 

보험사는 고금리 지적에 과거 약속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1% 수준의 이자만 부담하면 된다고 항변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커보이는 것은 가입당시 약정금리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가산금리는 1~2%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균금리에서 기준금리를 차감한 가산금리 역시 1.5%~2.58% 수준으로 낮은편이 아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는 1.14~2.01% 수준이다. 약관대출 역시 안정적인 보험금 담보대출 성격이란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의 가산금리가 높은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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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높아".. 약관대출 민원 가장 많아

고금리에 대한 소비자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계약대출 관련 소비자 불만 유형을  분석한 결과 대출이자와 관련된 민원이 가장 많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보험금을 담보로 하는 안정적인 대출임에도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불합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 측은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고객이 낸 보험금을 그대로 예치하고 있다가 대출해주는 것이라면 금리가 높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도 "보험사 역시 금융기관으로서 고객에게 보험 혜택을 주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금리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업계는 대출에 따른 위험비용과 조달금리 등에서 1금융권인 은행과 직접 비교는 과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자산운용의 차이는 있겠지만 안정성 등에서 은행과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약관대출 증가는 보험 가입자 감소와 해지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생보사의 초회보험료는 5조 2692억 원으로 전년 동기(6조 9911억원) 보다 24.5% 줄었다. 상반기 생보사 해지 환급금 역시 13조 786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 5264억원)보다 19.6% 늘었다.

결국 보험사가 액관대출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가입자 감소로 인한 수익기반 악화를 초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도 함께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는 금리논란이 계속되는만큼 적정하게 금리를 부여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단순히 약관대출 금리가 높다거나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가산금리에 대해서도 고금리 논란이 계속되는만큼 금리산정체계를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감독원 보험제도팀 관계자는 "꾸준히 지적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금리산출 체계 등을 살펴볼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3%가 넘던 가산금리가 구두지시 등을 통해 내린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리책정은 금융회사의 자율 권한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개입은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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