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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위한금융은없다①] 디지털에 내몰린 노인들, 금융 막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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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위한금융은없다①] 디지털에 내몰린 노인들, 금융 막다른 길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10.15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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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에서 노년층 소외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금융사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으로 젊은층의 편의성은 강화되는 반면 고령층은 소외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집 근처 주거래 은행 점포가 사라져 버스를 20분동안 타고 다른 점포를 찾았다. 모바일뱅킹으로도 할 수 있는 단순한 업무였지만 이 씨는 "휴대전화로 전화만 하지 문자도 잘 안하는데 은행일까지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며 "장사 안된단다고 점포가 자꾸 없어지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디지털 기반 금융 서비스로 내몰리며 불편과 소외가 가중되고 있다. 디지털 기반 서비스 이용은 어려운데 기존  점포와 ATM기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6대 은행의 올해 6월 기준 국내 점포 수는 537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개, 비율로는 2.1% 감소했다. 6대 은행 중 국내 점포 수를 늘린 곳은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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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들은  전체 거래의 대부분이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하는 등 이용자들의 거래패턴 변화에 맞춰 운영비가 많이 드는  점포를 통폐합 방법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점포 축소는 곧 노인들의 불편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큰 도시의 경우 한 시간 이내에 점포들이 위치해 있어 그나마 찾아가지만 한적한 지방에 사는 노인층은 불편의 정도가 더욱 크다.

노인들은 간단한 업무라도 은행에 직접 방문해 직원의 눈을 보고 직접 업무를 의뢰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배우고 싶지만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은행들은 점포를 줄이면서 ATM기도 무차별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6대 주요은행의 ATM 등 자동화기기는 2015년 12월말 4만2655대, 2016년 12월말 4만515대, 2017년 12월말 3만7477대로 2년간 5178대 급감했다. 10대 중 1대 이상 꼴로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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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점포와 ATM기를 줄이면 은행은 인력과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익이지만 폐쇄된 지점을 애용하던 노인들은 대책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당 연간 160만 원 이상 적자가 나는 ATM기를 줄이는 대신 편의점과의 협업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이 많지 않은 지역에 사는 노인들에게는 그 역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데다 대면채널을 주로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편의점 ATM기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은행들은 점포를 없애는 대신 '어르신 전용창구', '어르신 전용 전화서비스' 등 노인층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역시 점포를 찾기 힘든 노인들에게는 빚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어르신전용 전화서비스를 이용하는 은행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어르신 전용 전화상담사를 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다른 업무와 같이 일반 직원들이 상담업무를 진행했다. 전화번호 자체도 1588, 1577 등 유료여서 통화시간이 긴 노인들은 오히려 이용하다가 전화요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개 국내은행이 총 4925개 지점에 ‘어르신 전용상담 창구’를 운영 중이다.그러나 큰 돈을 만지는 어르신을 선호하는데다 노인들이 어르신 전용창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효용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금감원도 일부 대형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령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미진하다고 판단해 서비스 개선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 강제 사항이 아닌 자율 권고 사항일 뿐이다.

점포폐쇄로 인한 노인층 소외현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금감원은 모범규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감원은 지점 수 감소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 될 것을 우려해 올해 안에 '은행 지점 폐쇄절차 모범규준' 제정하기로 하고 은행권과 공동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글로벌 은행들처럼 오프라인 채널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에 점포 축소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흐름을 꺾기란 불가능한 셈이다.

고령층이 스스로 디지털 금융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진행하지만 아예 관심이 없는 분들도 많다"며 "노령층도 각종 금융교육등을 통해 스스로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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