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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보다 높은 인센티브 때문에...통신사 해지방어 혈안

월마다 해지방어 목표 세우고 성과급 차등 지급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2018년 09월 18일 화요일 +더보기

# 가입할 땐 따로, 해지는 같이?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사용하고 있던 KT인터넷의 약정기간이 만료돼 해지를 시도했다. 그러나 해당지역 영업점에서는 같이 쓰고 있는 와이파이 상품의 기간이 4개월 남아 위약금 15만 원을 납부해야 된다며 계속 사용하길 권했다. 이 씨가 인터넷만 해지하고 와이파이는 4개월 뒤 해지한다고 말했지만 영업점측은 그렇게는 어렵다며 해지를 거부했다. 이 씨는 “가입 시기가 다른 인터넷과 와이파이 상품 해지를 도대체 같이 해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는 영업점들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라고 하소연했다.

# 부당한 위약금에 소비자 분통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권 모(여)씨의 어머니는 3년 전 높은 위약금 탓에 해지하지 못한 LG유플러스 인터넷을 최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해지 신청은 약정기간 마지막날 진행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 영업점에서는 딸이 어떤 인터넷을 쓰는지와 연락처 등 해지와는 전혀 무관한 사항을 물어보며 시간을 끌었다. 급기야 해지 신청한 날이 약정기간에 포함돼 있는 것을 악용해 위약금을 청구했다. 권 씨는 “가입할 때에는 경품 등으로 유혹해놓고 해지할 때는 갑질에 가까운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LG유플러스 상품을 오랫동안 사용한 고객의 입장에선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의 과도한 해지방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가 과징금 부과 등 강도 높은 제제에 나섰지만 단발성에 그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해지방어란 가입자가 서비스 해지를 요구하면 각종 혜택이나 상품권 등을 지급하며 재약정을 유도하거나 위약금 등으로 압박을 넣어 해지를 막는 행위다. 이는 인터넷(IP)TV·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VoIP) 등 유선 상품에서 두드러진다.

실제 지난해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통신 민원 중 ‘계약 해지’에 대한 불만은 19.6%로 제일 많았다. 소비자는 계약 해지를 요청했는데 업체 측은 서류 제출이 되지 않았다, 해지의사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처리하지 않으면서 민원이 쏟아졌다.

통신업체들의 과도한 해지방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지를 거부·지연 누락했음에도 해당 기간의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힌다.

또 타사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에게 수차례 전화해 가입을 막아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장비 철거를 지연해 이용자에게 훼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주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처럼 해지방어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것은 통신사가 월마다 해지 방어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에 따라 상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상담원의 월정 급여는 낮고 반대로 인센티브가 높아서 일정 수준의 월급을 받기 위해 상담원은 해지 방어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상담원은 욕설·폭언·성희롱 등 감정 노동자 대부분이 겪는 스트레스 이외에도 해지 방어 실적 채우기, 과도한 성과급 차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겪는다.

통신사들은 해지방어가 지역단위의 영업점에서 점조직으로 이뤄지는 만큼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각 지방에 있는 영업조직들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해지방어나 텔레마케팅 등이 본사 주도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보니 불법적 요소를 찾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해지방어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제제에 나서고는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용자의 초고속인터넷·결합상품 서비스 이용계약 해지 요청을 위 사례처럼 거부·지연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한 SK테레콤과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9억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지난 1월에는 통신 4사에 실적에 따른 상담사 간 인센티브 차별 축소와 2차 해지방어팀 폐지에 대한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 모두 인센티브 차별 축소에 관련한 내용을 담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콜센터에서 무리한 실적 압박에 고교 실습생이 자살하자 과징금 등 바로 행동에 나섰지만 현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해지방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발성의 과징금과 시정조치보다는 법적인 제도 마련을 통해 확실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며 “통신사들도 단순히 가입자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과 이미지 재고를 위한 무리한 마케팅은 지양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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