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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위한금융은없다④] 고령층 계좌 만들기 어렵고 종이통장도 퇴출수순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8년 11월 09일 금요일 +더보기

금융 시장에서 노년층 소외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금융사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으로 젊은층의 편의성은 강화되는 반면 고령층은 소외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1.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 모(69) 씨는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은행을 갔지만 빈 손으로 돌아왔다. 통장개설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은퇴 후 뚜렷한 소득이 없던 김 씨에게 통장 개설 목적을 집요하게 물어왔고, 각종 서류를 요구했다. 김 씨는 "통장 만들려다가 너무 까다롭게 서류를 요구해서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2. 강원도 철원군에 사는 최 모(71)씨는 얼마 전 은행을 방문해 통장을 개설하러 갔다가 종이통장을 만들지 말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최 씨는 종이통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종이통장을 정리하면 얼마나 지출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쉽고 마음이 편하다”며 "종이통장 안만들면 혜택이 있더라도 평생 종이통장을 써왔는데 우리같은 노인들이 쉽게 바꾸겠나"라고 말했다.

은행지점과 ATM기 축소로 가뜩이나 불편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이번에는 통장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통장개설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노인들이 통장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졌다. 또 금융당국과 은행은 종이통장이 없는 시대를 열겠다며 종이통장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금리우대혜택을 주고 있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에 서툰 노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노인소비자의 입장에서 '발등의 불'은 통장개설 문제다. 정부는 보이스피싱이 극성을 부리면서 대포통장 악용이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2015년 통장개설 요건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신규 통장을 만들려면 신분증만 지참하면 됐지만 2015년부터는 개설 목적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 제출이 의무화됐다.

이로 인해 은퇴 후 마땅한 소득 증명 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통장 개설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대포통장의 주인이 주로 노인들이었기 때문에 은행들은 더욱 요건을 까다롭게 적용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인들이 보이스피싱의 주된 피해자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보이스피싱 방지책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종이통장 발급이 고객 선택형으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종이통장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왔지만 이 조차도 노인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현재 전국 일선 은행 창구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종이통장 발급·미발급을 선택하는 ‘통장 기반 금융거래 관행 혁신’ 2단계 방안이 실행 중이다. 2015년 9월부터 2년간은 종이통장을 원하지 않는 고객에 한해 종이통장을 발급하지 않아왔고 이후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발급, 미발급을 선택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3단계가 적용되는 오는 2020년 9월에는 종이통장을 발급할 경우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2020년 9월 이후에도 종이통장을 은행부담으로 발급해주는 것으로 예외를 뒀지만, 종이통장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누릴 수 있는 우대금리나 수수료 혜택은 기대할 수 없다. 현재 은행들은 종이통장을 개설하지 않으면 금리를 낮춰주거나 수수료를 경감시켜주고 있는데 종이통장을 발급할 경우 그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KB국민은행의 한 적립식 예금은 전자통장 사용자에게 최고 연 0.6%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스마트폰 모바일통장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거래하는 고객에게 타행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해당 모바일통장에 신규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우대금리도 제공한다. SC제일·하나·씨티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전자통장 이용자에게 수수료 감면, 금리우대, 무료 보험서비스 가입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 금융문화가 익숙치 않은 노인들에게 종이통장 폐지는 사실상 역차별로 비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노인들이 통장개설도 어렵고, 종이통장을 선호하면서 생겨나는 불이익은 디지털뱅킹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되는 금융소외 현상의 단적인 예"라며 "노인들에게 억지로 디지털뱅킹을 강요해도 안하는 분들은 안하기 때문에 금융권이 사회적 기업으로써 이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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