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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설계사·대리점들 무더기 징계에도 '경유 계약' 집착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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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설계사·대리점들 무더기 징계에도 '경유 계약' 집착하는 이유는?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9.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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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8월 한달간 총 46건의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보험설계사 부당영업 행위에 철퇴를 가한 것인데 주요 사유는 보험설계사들의 '경유계약'이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보험사 및 보험대리점들에게 8월 6일에만 43건의 제재조치를 가했다. 8월 8일, 8월 9일, 8월 27일 각각 1건 씩 8월 한달동안 받은 제재가 총 46건으로 역대급으로 많았다.

제재는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에게 집중됐다. 보험설계사들은 업무정지 30일 또는 과태료가 최소 2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 대까지 부과됐다. 일부 보험대리점들은 수 억 원의 과태료를 물거나 등록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수의 보험대리점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DGB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KB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AIG생명 등 굵직한 생보, 손보사들의 보험설계사들이 제재대상에 올랐다.

적발된 주요 사유는  특별이익 제공 금지의무 위반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이 보험업계에 관행적으로 내려온 악습인 '경유계약'이었다. 경유계약이란 다른 모집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한 보험모집을 말한다.

이번에 무더기로 걸린 보험설계사들은 본인이 모집한 보험계약자를 다른 회사 보험설계사가 모집한 것으로 처리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특히 대형 손보사 전속 설계사들이 보험대리점 모집인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맺는 경우도 대거 적발됐다. 수수료를 준 보험대리점도 징계 철퇴를 받았다.

보험설계사들이 위법을 무릅쓰고 경유계약을 맺는 것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보험사보다 대리점을 통하면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부쩍 성장한 독립법인대리점(GA)을 중심으로 대리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손보사들의 정책상 이런 유혹에 빠지는 전속 설계사들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경유계약의 문제는 보험금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실제 계약을 체결한 대상과 보험 약관상 명의 설계사가 다르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유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가 불필요한 보험금 분쟁이나 불완전판매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법(제97조 제1항 제8호)상에서도 ‘보험계약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힘이 커지면서 전속 설계사들의 유혹이 커지고 있다"며 "이를 모르고 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시 애꿎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경유계약 근절을 위해 직원들에게 경유계약이 명백한 위법사항이며 자칫 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꾸준히 교육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이란 설계자 본인이 고객과 맺은 계약을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며 서비스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다른 모집종사자의 명의를 도용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 나가면서 보험사 자체적으로 경유계약 단속을 강화하는 방법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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