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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의료자문 남용 근절 외쳤지만...손보업계 되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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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의료자문 남용 근절 외쳤지만...손보업계 되레 늘어
생보는 감소...보험금 부지급 수단 전락 지적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09.28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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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전 모(남)씨의 딸은 허리통증으로 6개월 간 통원치료를 받았다. 가입된 실손보험이 있어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 측은 '과잉진료'라며 지급거부했다. 보험사 요구대로 의무 기록을 발급받고 위임장까지 작성해줬지만 주치의 소견을 무시한 채 의료 자문을 받자고 요구했다고. 전 씨는 "주치의 소견을 듣지도 않고 무조건 의료자문으로 가자는데 납득이 가지 않았다"며 "막무가내로 의료자문을 요구하는 보험사의 횡포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 여부 판단시 '의학적 전문소견이 필요한 사항'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의료 자문제도가 여전히 보험사들에서 무분별하게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 자문 병원이 대부분  보험회사와 자문 계약을 맺은 곳이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에서도 무분별한 의료 자문 남용에 대해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의료 자문을 보험금 지급의 주요 판단 근거로 활용중인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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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생·손보회사의 의료 자문건수는 4만6491건으로 전(前) 반기 대비 6.8% 감소했다. 금감원 공시가 시작된 작년 상반기 4만8501건에서 하반기 4만9774건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권별로 생보사는 크게 줄어든 반면 손보사는 늘었다. 생명보험업권의 의료 자문 건수는 1만844건으로 전반기 대비 27.8% 감소한 반면 손해보험업권은 같은 기간 3만4757건에서 3만5647건으로 소폭 늘었다.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 사고 또는 기존 병력과의 인과관계 등을 통해 부담율을 따져야해 일반적으로 생보사보다 의료자문 건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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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권의 경우 현대해상(대표 이철영·박찬종)과 DB손해보험(대표 김정남)이 전분기 대비 자문 건수가 크게 줄었지만 업계 1위 삼성화재(대표 최영무)와 4위 KB손해보험(대표 양종희)은 늘었다.

특히 KB손보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KB손보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776건과 3757건으로 큰 편차가 없었지만 올해 상반기 6105건으로 전 분기 대비 2348건 급증하면서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을 제치고 삼성화재에 이어 의료 자문건수가 두 번째로 많았다.

같은 기간 전체 손보업권 증가건수(890건)을 3배 가량 상회하는 것으로 한화손해보험(486건), MG손해보험(346건) 등 자문 건수가 늘어난 다른 손보사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증가폭이다. 

KB손보 측은 올해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그동안 제외했던 손해사정인을 통한 의료자문건수도 포함돼 작년 대비 자사의 의료자문건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입장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올해 3월 장기손해보험쪽 시스템 개편 시 당사 보상직원이 의뢰한 것 뿐만 아니라 손해사정인 의뢰건도 포함하면서 전체 의뢰건이 늘었을 뿐"이라며 "타사의 경우 손해사정이나 자회사 자문 등의 수치가 누락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손보업계와 달리 생보업계는  대부분 의료 자문건수가 급감했다.

업계 1위 삼성생명(대표 현성철)은 작년 하반기 6418건에서 올해 상반기 4538건으로 1880건이나 줄었고 메트라이프생명(-729건), 한화생명(-839건), 교보생명(-385건) 등 일부 생보사들도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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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학계에서는 보험사의 의료자문이 객관성이 미흡하고 설명없이 의료자문 절차가 진행되는 등 공정성에서 상당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의료자문을 적용하며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에 대해 객관적인 반증자료 없이 보험회사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 또는 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 자문 의뢰건 3만1514건 중에서 보험료가 지급되지 않은 건은 1만8579건으로 부지급률은 59%에 달했다. 의료자문건에 대한 보험금 부지급률은 매년 60%대를 상회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의료자문이 보험사들의 보험료 부지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최소 수십만 원에서 수 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근거가 되는 보험사 의료자문제도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자문을 하는 것이기에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의료자문 요건 기준을 강화하고 의료자문 동의절차 관련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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