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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㉜] 냉장고 고장으로 상한 음식물 보상 '눈감아'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2018년 10월 11일 목요일 +더보기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례1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최 모(남)씨는 지난 7월 대우전자 김치냉장고의 냉동 기능 고장으로 수리를 받고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냉장고 고장이 아니라 소비자가 프로그램 설정을 냉장으로 잘못 설정해 놨다는 게 AS 기사의 설명이어서 안심하고 여행을 다녀온 것. 그러나 돌아와보니  냉장고가 고장 나 있고 보관 중이던 음식물도 모두 상했다. 2차 고장 신고에 업체 측은 그제야 냉매 고장이라며 60만 원의 수리비를 청구했다. 최 씨는 “구입한 지 30개월 만에 고장 난 것도 억울하고 AS 기사의 기술 미숙으로 고장을 잡지 못해 음식물까지 상했는데도 보상은커녕 엄청난 수리비를 요구하는 처사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례2 인천 연수구의 박 모(여)씨는 최근 냉장 기능이 고장 난 LG전자 냉장고의 부품이 없어 수리가 지연되면서 음식물이 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처음에는 부품 주문에 이틀이 걸린다고 안내 받았지만 약속된 날짜에서 이틀이 더 지나서야 수리가 힘들다며 감가상각에 의한 보상 이야기를 꺼냈다. 구입한 지 4년도 안 된 냉장고의 고장이라 선뜻 납득하기 힘들었고 부품을 기다리면서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고기와 해물 등 음식은 모두 상했다. 박 씨 역시 음식에 대한 보상은 규정이 없어 힘들다는 답을 받았다.

#사례3 천안시에 거주하는 최 모(여)씨는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이어진 지난 여름 새로 산 지 3개월 된 삼성전자 김치냉장고의 콤프레샤 고장으로 김치와 여러 종류의 장아찌, 곡식류 등 음식물이 대부분 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최 씨는 “3개월 만에 김치냉장고의 주요 부품이 고장 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제품 문제로 상한 음식도 모두 소비자가 손해를 부담해야 하는 것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냉장고 고장으로 상한 음식물에 대한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들은 냉장고 자체의 고장도 불만인 상황에서 수리비를 내고 음식물이 상하는 2차 피해도 직접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동일 하자에 대해 2회까지 수리했으나 고장이 재발한 경우 또는 여러 부위 하자에 대해 4회까지 수리했으나 고장이 재발한 경우 교환‧환불을 권고한다.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고 1년의 무상보증기간이 지났다면 수리비는 오롯이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분쟁해결기준은 가전제품 자체 고장에 대한 사항만 권고하고 있을 뿐 보관 중이던 음식물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가전 업체들은  규정이 없어 음식물 손상 등 2차 피해에 대해선 소비자들에게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소비자로서는 제조물책임법(PL법)에 따라 제조물로 인해 신체‧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다. 영수증 등으로 음식물 금액을 증빙해야 하고, 업체(제품)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분쟁해결기준 등에 음식물 피해 보상 규정이 없다보니 기업입장에서도 마땅한 기준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며 “무상보증기간 내에 문제가 생긴 경우라면 도의적 차원에서 일부 보상을 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전문가는 “피해 입증 문제와 음식물 가액이 문제지만 피해보상과 관련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상황이지만 8월부터 진행 중인 이번 연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 작업에서 당장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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