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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인증마크①] 해썹 인증받으면 안전 먹거리?...식중독부터 발암물질까지 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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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인증마크①] 해썹 인증받으면 안전 먹거리?...식중독부터 발암물질까지 허다
양적 확대에 치우쳐 질적 관리 구멍 숭숭
  •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 승인 2019.01.0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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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품질관리와 소비자보호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각종 인증마크에서 여러 허점이 드러나면서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통해 '환경마크'의 허술함이 드러났고 '유기농마크'는 살충제 달걀을 걸러내지 못했다. 부품값 거품을 빼기 위해 도입된 '자동차 대체부품 인증제도' 역시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못 믿을 인증마크> 기획을 통해 각종 인증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작년 9월 해썹(HACCP) 인증 제품이 문제를 일으키며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썹 인증을 받은 급식 케이크에서 발견된 살모넬라균으로 인해 전국 초·중·고교와 유치원 등에서 2200여 명의 식중독 의심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살충제 달걀 파동에 이어 올해는 오징어땅콩볼 발암물질 검출 사건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해썹'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조사 결과 더블유원에프엔비가 제조하고 풀무원푸드머스가 유통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이크’에서 살모넬라균이 발생한 경위는 달걀을 가공해 납품하는 업체의 난백액(계란 노른자를 뺀 흰자 액체)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그 달걀 업체 역시 해썹 인증을 받은 곳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그동안 해썹 인증을 믿고 식품을 선택해온 소비자들은 배신감과 함께 인증마크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해썹은 식품 제조·가공업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인증이다. 식품 제조·유통 과정에서 이물질이 섞이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과정의 위해요소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식약처의 위생 점검이 사후적 조치라면 해썹은 위생관리체계를 갖춘 사업장을 사전에 인증해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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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썹 인증 식품 속 이물질 발견 허다...2020년 대상업체 전면 확대 앞두고 우려

인천 남구에 사는 신 모(여)씨는 집 앞 마트에서 해썹 인증을 받은 열무김치를 믿고 구입했다. 그러나 김치 양념과 함께 버무려진 메뚜기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신 씨는 “제조 과정이 어떻길래 김치에서 메뚜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해썹 인증 제품이라고 무작정 믿으면 큰코다칠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권 모(여)씨는 즐겨먹던 삼각김밥을 구입해 한입 베어 문 순간 그 속에 박힌 제품 라벨 스티커를 발견했다. 권 씨는 “대체 어떻게 조리를 하면 이런 이물이 들어가는지 제조과정이 의심스럽다”고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용인시 기흥구에 사는 심 모(남)씨는 아이들 간식으로 냉동만두를 프라이팬에 굽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만두피에 뭔가 묻어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구더기로 의심되는 작은 애벌레였다고. 심 씨는 “애들이 좋아해서 자주 먹던 제품인데 화가 치솟고 속이 울렁거린다. 이렇게 위생 관리가 안되는 업체는 다시는 식품을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호소했다.

해썹제도가 도입된지  20년이 훌쩍 넘고 의무화 인증이 된지도  10년이 지났다. 의무적용 품목이 늘어나면서 인증 업체 수도 매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점으로 해썹 인증 식품 업소는 5400여 개소를 넘었고 이들 업체가 생산·유통하는 식품은 85%에 달하며 축산물 업소는 1만2000개소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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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해썹 인증 적용분야는 크게 식품과 축산물로 나뉘며 각 분야에는 해썹 인증을 의무화한 품목과 업종이 존재한다.

식품의 경우 어묵, 냉동식품(피자·만두·면), 빙과류 등 6개 품목은 2012년, 배추김치는 2014년에 생산업체에 대한 해썹 의무적용이 완료됐다. 과자류, 사탕류, 음료류, 국수·유탕면류 등 다(多)소비 식품 8개 품목은 2020년까지 의무 적용될 예정이다.

2018년 12월부터는 연 매출 1억 원 이상이면서 종업원 수가 5명이 넘는 업체, 2020년 12월 1일부터는 품목에 해당하는 모든 업체로 의무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썹 인증 제품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품목을 전면 확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현 상태에서는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인증마크가 될 수밖에 없다.

◆ 인력 부족으로 1년에 1번 사전 통지 후 평가...적발돼도 시정 기간 최대 3개월 연장 가능

지속적인 문제 발생 원인은 현재 해썹 인증 업체에 대한 사후관리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국 식품 업체 약 2만8000곳 중 5400여 개 업체가 해썹 인증을 받았다. 처음 인증심사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서 하고 있으며 1년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정기평가는 지방식약청에서 실시하는데 업체 수 대비 사후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식약처가 제출한 해썹 사후관리 인력 및 업체 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썹 사후관리 인력 21명이 6717개의 업체를 관리한다. 2인 1조로 평가를 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10팀에서 6717개의 업체를 평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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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사이트에 공개된 해썹 평가 매뉴얼을 보면 사후관리는 '연 1회' 이상 진행하는데 사전 통지 후 진행한다. 인증만 받고 이후 관리에 소홀했던 업체에 평가 대비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또한 적발 업체에 대해 시정 기간을 30일 주는데 불가피한 경우 지방청장과 협의해 최대 3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해 편의를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식약처 적발 뒤에도 해썹 인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업체들로 인해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적발 시 시정 기간을 3개월 연장할 수 있는 불가피한 경우는 업체의 작업장 시설 보수를 위한 공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안전성 강화 목표로 해썹 제도 개선을 위한 TF팀이 꾸려졌다. 앞으로 TF팀에서 도출되는 의견으로 해썹 평가 매뉴얼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해썹 인증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관리의 중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결국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해썹 인증의 핵심인 것인데,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 해썹 불시 평가로 변경해 걸리면 '즉시' 인증 취소...인력 보충 우선돼야

작년  10월 식약처·교육부·질병관리본부는 '식중독 케이크'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 합동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특히 영업자가 자체적 기준을 세워 운영하던 축산물 해썹은 법령 개정을 통해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사전평가를 받고 인증서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또한 사전에 예고하지 않는 사후평가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평가대상 업체에 평가 일정을 사전 통지했으나 앞으로는 불시평가로 변경된다. 평가 때 적발되면 즉시 인증 취소(One-strike Out) 기준을 적용해 영업자가 해썹 기준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불시평가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소비자단체, 관련 전문가를 비롯한 행정안전부 등 부처와 협력해 전문 인력 충원에 힘쓸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이번 정부의 개선 방안으로 해썹과 식품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질 대로 커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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