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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솜방망이 징계①]소비자보호 외치며 금융사고엔 언제나 관대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더보기

금융소비자보호에 있어 최후의 보루나 다름 없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마다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금감원의 제재수위가 높지 않아 또 다른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된다. '금융사 봐주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금감원의 행태와 그 원인, 바람직한 변화방향 등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금감원의 솜방망이 징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 보험사들의 보험금 부당 과소지급, 자살보험금 사태 등 매년 솜방망이 징계로 구설수에 올랐다. 올해만 해도 각종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면서 정작 즉시연금 환급거부, 대출금리 조작 및 오류 등 중요한 소비자 문제에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거나 아예 손을 놓는 경우까지 목격된다. 

◆ 생보사 즉시연금 환급거부 사태로 피해자 속출 불구 "이러지도 저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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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일어난 생명보험사들의 즉시연금 환급거부 사태에서 금감원은 마땅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약관에 사업비 공제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연금 지급액을 줄였다는 민원을 제기했고, 분쟁조정위원회가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내리면서 금감원이 즉시연금을 전액 환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즉시연금이란 가입시 거액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내고 다음 달부터 연금으로 돌려 받는 상품이다. 보험사는 상품에 따라 월별 지급금을 정한 뒤 운용 자금 등의 사업비를 뺀 보험금을 돌려준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이어 미래에셋생명이 세번째로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권고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다른 보험사들도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금감원과의 갈등도 커져가고 있다.

금감원이 '일괄구제'를 통해 돌려주라는 보험금은 업계에 9000억 원이 넘는다. 이미 소멸시효로 돌려받을 수 없는 돈도 2000억 원이 넘었다. 즉시연금 보험금이 매달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멸시효로 받지 못하는 돈도 매달 적립식으로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즉시환급을 지시했으나 이를 거부해버린 생보사들을 제재하기는 커녕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약관을 잘못 적용하는 것은 소비자권익 침해의 명백한 기초서류 위반 행위로 보험업법에 따라 최고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며 "그럼에도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지급지시를 전면 거부해도 아무런 손을 쓸 수 없이 당하고 있는 것이 금감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대출금리 오류, 조작에도 경영유의, 자율처리 필요사항 등 가장 낮은 제재조치에 그쳐

대출금리 조작, 오류 사태에도 금감원은 송방망이 제재로 일관했다. 지난 6월 22일 금감원은 은행 대출금리 점검결과를 발표하면서 총 10개 은행을 조사한 결과 대출금리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대출 소비자 소득을 누락시키거나 담보를 제공했어도 일부러 빠트리거나 가산금리를 중복 계산해 금리를 ‘고의적’으로 높여 이자를 받았다.

당시에는 은행이 어느 곳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나중에 보도를 통해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경남은행 세 곳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다른 은행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넘쳐났다.

그러나 금감원은 전수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은행 자체조사로 맡겼다. 당시 이같은 결정을 두고 "고양이 앞에 생선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금리 조작을 저지른 은행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도 없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기관 징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은행권을 두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번 금감원 국정감사에서도 금감원 솜방망이 징계는 질타의 대상이 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 가산금리 관련 금감원 검사결과 현황’ 자료를 보면 2014년 이후 12건의 가산금리 부당산정 사례를 적발하고도 중징계는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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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법에 따르면 금감원은 검사 결과 문제가 적발되면 해당 금융업체에 대해 위반행위의 중지 및 경고뿐만 아니라 시정명령과 영업정지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아울러 임직원에 대해 면직·정직·감봉·견책·주의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금리조작을 저지른 해당 은행들에게 경영유의,  자율처리 필요사항 등을 통보하는데 그쳤다. 경영유의란 단순한 주의조치일 뿐이고, 자율처리 필요사항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정하고 금감원에 보고하는 것을 말하며 금감원 제재등급 중 가장 낮은 조치다.

이에 대해 고용진 의원은 “대출금리 문제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사안인데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이 솜방망이 징계로 사실상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도 '자살보험금 공포탄' 논란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보험업계 최대 이슈였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에서도 금감원의 솜방망이 징계는 도마 위에 올랐다.

ING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동부생명(현 DB생명),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생명, PCA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하나생명 등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 지급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 생보사들이 판매한 보험상품 약관에는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에 대해 일반사망보험금 외에 추가로 자살보험금(사망보험금의 2~3배)을 주겠다고 적혀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전체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한 가운데 생보사들은 약관 기재 실수였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논리로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소송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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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에 걸친 지리한 법적공방이 이어지며 상당수 소비자들이 뒤늦게 보험금을 지급받기도 했지만 일부는 소멸시효에 걸려 또 다른 소송을 벌여야 했다.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경과된 건은 줄 수 없다고 버텼지만 결국 부정적 여론이 팽배해지자 백기투항(전액 지급)하면서 2017년 초 사건은 마무리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까지 자살보험금 지급 완료로 돌아선 신한생명, 메트라이프, 흥국생명, PCA생명, 처브라이프(옛 에이스생명)에 대해 100~600만원이라는 약한 수준의 과징금으로 경징계 처분했다.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빅3 보험사들의 징계 수위는 이들 보다 높았는데 지난 5월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룬 교보생명에 대해 영업일부정지 1개월 및 과징금 4억2800만 원이 부과됐고, 삼성생명·한화생명에게는 기관경고와 함께 각각 8억9400만원, 3억9500만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또 이들 회사 대표이사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수억 원의 과징금은 매출 수천억 원 대의 보험사에게 전혀 타격이 되지 않았고, 일부영업정지는 일부특약에 한정된 영업정지라서 실질적인 타격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이번 제재조치로 판매를 기파하던 저축성보험의 신계약을 자연스럽게 더 줄일 수 있어 득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대표이사 제재도 연임 등이 불가능한 ‘문책경고’가 아닌 ‘주의적 경고’로 문책수준을 낮춰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공포탄'만 날리고 끝냈다는 비아냥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금 지급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삭감해 지급하는 것은 명백한 의무 위반이며 보험사 신뢰를 추락시키는 것"이라며 "금감원은 이런 행태에 대해 적발 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징벌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해마다 되풀이 해온 '솜방망이 역사'...올해 소비자보호 강화 취지도 '무색'

금감원의 솜방망이 징계는 동일한 사건이 다시 반복되거나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초래한다.

지난 2008년부터 금융권에서 고객 개인정보 유출이 수시로 일어났을 때 금감원은 대부분 '기관주의'와 과태료 600만 원 정도의 징계를 줬을 뿐 피해 규모에 비하면 그다지 강력한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형사건이 터졌다. 지난 2014년 카드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것. 유출된 고객 정보가 KB카드 5300만 건, 롯데카드 2600만 건, NH카드 2500만 건으로 모두 합해 1억 건이 넘어갔다.

당시 금융 당국은 KB카드, 롯데카드, NH카드 3사에 대해 2014년 2월부터 3개월간 영업정지와 대표이사 포함 임직원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 현행법상 최고 수준의 제재를 결정했다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금융당국이 고객정보 유출사고에 대해 부실검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사실상 이번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초래한 셈"이라면서 "보다 엄격한 법 집행과 관련 제재규정 개정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보험사들의 보험금 부당삭감도 자주 발생하는 이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솜방망이 제재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에도 금감원은 현대해상과 롯데손해, 메리츠화재와 KB손해를 상대로 검사를 벌인 결과 300건의 계약에서 8억5000만 원을 부당지급했다며 지난달 26일 과징금 5400만 원을 부과했다.

당시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8억5000만 원을 부당하게 삭감한 것을 금감원이 적발하고도 부과한 과징금은 5400만 원에 불과하다"며 "직원 처벌은 회사가 알아서 하는 '자율처리'를 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금융회사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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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둔 윤석헌 금감원장의 노력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솜방망이 제재'부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사의 편의를 봐주기에 급급한 듯한 솜방망이 징계에서 벗어나려면 최고책임자인 금감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금융사에 강경한 자세를 보였던 최흥식, 김기식 금감원장이 차례로 낙마하고 그 뒤를 이은 윤석헌 원장은 소비자보호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지만, 올해 벌어진 각종 사고에 대해서는 금융사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소비자들로부터 소비자보호 강화 취지를 이해받으려면 솜방망이 처벌부터 대대적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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