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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되는 보험사 의료자문제②]질타 이어져도 금융당국 대책은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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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되는 보험사 의료자문제②]질타 이어져도 금융당국 대책은 제자리 걸음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11.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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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이 자문의사의 소견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금융당국마저 칼을 뽑아들어도 해결되지 않는 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보험사 의료자문제도 공정성 논란에 대한 소비자들과 정치권의 질타는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책임있는 개선안 마련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금융당국은 수 년 전부터 의료계와 협력해 의료자문제도 개선안을 수 차례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효력있게 운영되고 있는 제도는 손에 꼽을 만하다. 금융당국에서는 의료자문제도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와 의료계 등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자문제와 관련한 가장 최근에 발표된 대책은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에서 밝힌 '의료분쟁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이다. ▲의료자문 절차개선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공시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의료자문 프로세스 구성 ▲의료분쟁전문소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까지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초 지난해 3분기까지 4가지 개선안을 모두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금감원은 이후 이행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지난해 12월 금감원 금융소비자권익제고자문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졌다. 자문 위는 보험사의 부당한 의료자문 남용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보험회사가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 거절․삭감 등의 행위를 했을 때 이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보험회사가 의료자문을 의뢰할 경우 계약자와 충분히 협의하여 공정한 자문을 받도록 의료자문 절차 매뉴얼을 마련할 것 등을 금감원 측에 권고했다.

당시 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자문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보험회사의 의료자문 프로세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2018년 1분기까지 마련하고 분쟁조정위원회 산하에 '의료분쟁 전문소위원회'도 2018년 상반기 중 신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이 밝힌 의료분쟁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책에서 이행된 사항은 2가지에 불과하다.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은 분기 별로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홈페이지에 병원과 학과명까지 공시되고 있지만 의료분쟁전문소위원회는 설치 이후 현재까지 한 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반쪽 짜리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문의나 주치의가 아닌 제3의료기관을 통해 의학적 소견을 확인하는 절차를 소비자들에게 안내하는 방향으로 관련 매뉴얼을 준비중이나 대책 발표 후 1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의료자문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금감원이 전문의학회에 의료자문을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의료자문 프로세스' 구성도 아예 장기과제로 밀려나 있다. 의료계와의 협조가 필요하고 예산 차원에서도 역부족인 것을 비롯해 난관이 많다는 설명이다. 

의료자문제도 개선안 마련이 지지부진한 사이 일부 보험사들의 의료심사 및 자문제도 운영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 대상에 오르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등 4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의료자문제도가 불합리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경영유의 및 개선 조치를 내렸다.

이들 생보사들은 의료심사대상 선정기준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객관적 반증자료 없이 의료심사 소견만으로 환자를 직접 치료한 의사가 작성한 의료기록 등을 부인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등 아래와 같이 의료자문제도를 불합리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의료감정 분쟁해결 매뉴얼은 최근 국회에서도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제3 의료기관 자문 프로세스는 자문의 인력문제와 비용 문제 등에서 난항을 겪어 중장기과제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개선 의지 있느냐.. 소비자 불만 고조, 정치권도 법안 발의

금융당국의 조치가 이처럼 소걸음 행보를 보이면서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개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사고보상지원센터 본부장은 "의료자문제도를 보험사가 고유권한으로 생각하고 보험금을 적정하게 지급한다는 미명하에 보험금을 삭감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보험사에 대한 관리 및 감독 권한이 있는 금감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 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해서도 여러 의원들이 문제 제기를 하며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의료자문제도가 보험사의 합법적인 보험금 미지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은 "실제 의료자문시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깨알같은 글씨로 안내하고 내용도 어려울 뿐더러 동의를 하지 않으면 보험금 청구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보험사 위탁병원에서는 자문의가 각종 진료기록으로만 심사를 할 뿐 환자와의 대면진료 없이 판단을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금 부지급 뿐만 아니라 청구서 과다지급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 이른 바 '진단서 장사' 문제도 지적했다. 지난해 의료자문 장해진단 발급건수 의사 상위 10인을 조사한 결과 업계 평균치보다 20배가 넘는 월 평균 5건 이상 진단서를 발급해줬다며 질타했다.

유 의원은 "보험사의 의료자문행위는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가 수차례 지적받고 있지만 의료자문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고 보험급 전액 지급률도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등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 삭감 도구로 전락했다"며 "반대로 장해진단서 발급이 과도한 문제도 금융당국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자문과정의 위법성 지적...정치권서도 입법 논의

특히 일부 의원들은 의료자문과정 자체에도 위법성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법 17조1항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자문의 대부분은 제3의료기관에서 진단하고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다. 

이에 대해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달 열린 금감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료법 관련 이슈도 있지만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확인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개선이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편 국감 이후 국회에서도 의료자문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 거절하는 경우 근거가 되는 약관의 내용을 제시하도록 하고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아니하는 등의 경우에는 해당 의료자문 기관이 피보험자를 직접 면담해 심사하도록 의무를 부과해야한다. 보험계약자의 알 권리와 권익 향상에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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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규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는 일부조항(빨간선)이 보험사 자문의 결정을 사실상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이 의원이 대표발의안 법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해당 법안에는 자문의사가 피보험자를 직접 면담하게 함으로써 지금껏 보험회사가 실시해온 의무기록 검토에 의한 의료자문의 폐해를 보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 의료자문 소견을 오히려 합법화 시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의료자문은 보험회사가 선정한 자문의사가 아니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지정된 의사이거나 법에서 정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법원의 신체감정의와 같은 의사에 의해 실시돼야한다"며 "보험회사로부터 수백, 수천만 원의 자문료를 받아 보험회사와 유착관계에 있는 자문의사의 진료소견이 단순한 피보험자의 면담으로 적법화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태규 의원실 측은 "현재 의료자문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는 합법적인 제도이지만 현재는 자문의가 영상필름과 의무기록지를 가지고 비대면으로 자문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험사들이 깜깜이 식으로 악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 제도를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소비자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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