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가 포함된 치약·정수기, 라돈이 검출된 침대·생리대 등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제품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위해물질이 잇따라 검출돼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제품들이 ‘리콜’ 처분을 받더라도 제대로 회수되지 않을뿐더러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해 피해자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에 사는 유 모(여)씨는 지난 5월 집에서 사용하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발암물질의 일종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 유 씨는 깜짝 놀라 비닐로 감싸 베란다에 내놓고 대진침대 측에 리콜을 요청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10월 중순 현재도 여전히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유 씨는 “수거가 더디게 이뤄진다고 해 계속 기다렸는데 5개월째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답답해 했다.
유 씨뿐 아니라 지난 5월 수거 신청 후 아직까지 연락을 받지 못한 다수의 소비자들이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제품 회수율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라돈 검출’을 확정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2.5%, 30일에 30%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우정사업본부가 지원하면서 회수율은 3개월만에 80%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5개월이 지난 10월 현재까지도 100%를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리콜 제품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리콜 방법을 '업체 자율'에 맡기기 때문이다. 리콜 명령 자체를 거부한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일단 리콜을 시작하기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문제가 된 제품을 수거하는 방식이나 환급액 등 보상 범위 등을 두고 2차 분쟁이 일어나기 일쑤다. 실제로 최근 벌어진 생리대나 치약, 라돈 침대 사태의 피해 소비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리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 혼선을 겪었고 수개월이 지나도록 구입가 환불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리콜을 명령한 기관은 일반적으로 위반 내용에 따라 ▶리콜 명령 ▶리콜 권고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취한다. 이때 업체로부터 리콜 계획서를 받고 2개월 뒤 어느 정도까지 계획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보완을 지시한다.
하지만 리콜 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되지 않으며 회수율과 상관없이 리콜을 일단 시작했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
자동차를 제외하고 리콜 현황 및 회수율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 그 때문에 문제가 된 제품들의 회수율 등 자료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체 입장에서도 리콜 명령만 내려올 뿐 구매자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되는데 유통업체의 구매자 정보를 개인정보보호법상 공유할 수 없는 터라 직접 리콜을 신청한 소비자만 구제가 가능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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