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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솜방망이 징계②] 채용비리에서 부당대출, 공시위반까지 줄줄이 경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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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솜방망이 징계②] 채용비리에서 부당대출, 공시위반까지 줄줄이 경징계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11.2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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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에 있어 최후의 보루나 다름 없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마다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금감원의 제재수위가 높지 않아 또 다른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된다. '금융사 봐주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금감원의 행태와 그 원인, 바람직한 변화방향 등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는 횡령 등을 비롯한 각종 금융사고와 채용비리와 부당대출 등의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의 제재수위는 여론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기 일쑤고 이로 인해 금융권 내부가 곪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이어진다.

올해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표적인 비리가 채용문제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수장이 구속되고 관련 직원들이 처벌받는 등 등 전 은행권은 채용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채용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불구속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보다 앞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같은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정치권의 날선 비판 속에 사법당국마저 칼을 뽑아들 정도로 채용비리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작  금융감독원이 이에 관해 제대로 금융사를 제재한 사례는 드물다.

◆ 은행권 채용비리 홍역앓이에 금감원 경징계 그쳐

금감원이 공시한 ‘제재내용 공개안’에 따르면 KB국민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SH수협은행 등 10개 은행이 직원 채용업무 관련 내부 통제 미흡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무더기로 징계가 내려진 것과 달리, 징계수위는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처분에 그쳤다.

금감원 금융기관 제재단계.png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해 통상적으로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인가취소 등 5단계로 제재할 수 있다.

기관주의에 해당하는 경영유의와 개선사항은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로 금감원이 가하는 제재 중 가장 등급이 낮다. 임직원에 대한 제재도 아직 취해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중이라 임원에 대한 제재가 결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금융권 채용비리 건이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며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은행들에 대한 제재 수준은 아주 낮은 수준인 경영유의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인사와 관련한 적정성을 금감원에서 감사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며 "채용비리 현장점검 결과 금감원은 22건, 검찰은 695건을 적발했다. 미온적으로 점검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금감원 윤석헌 원장은 "미온적으로 점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감원은 검사 수단이 제한돼 있어 현장점검을 통해 발견한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경우가 있고, 이를 검찰이 받아서 더 들여다보면 검찰에서 적발한 건수가 더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 부산은행 엘시티 부당대출에도 솜방망이 제재

부산은행 엘시티.jpg
▲ 부산은행이 엘시티에 1조5300억 원 규모를 부당대출해줬는데도 과태료는 1억5000만 원에 그쳤다.

올해 금감원의 금융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논란은 또 있었다.

BNK부산은행은 해운대 엘시티 개발사업 시행사인 엘시티PFV 관계사를 지원하기 위해 고의로 은행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 허위로 여신심사서류를 작성하고 신설법인에 우회 대출을 해줬다. 지난해 부산은행의 지주사인 BNK 그룹이 엘시티 사업에 대출해 준 규모는 단기 브릿지 론 3800억 원 PF 대출 1조 1500억 원 등 모두 1조5300억 원 규모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올 4월 부산 엘시티 관련 특혜대출을 해준 BNK부산은행에 대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규 영업 3개월 정지와 과태료 1억5000만 원을 부과했다. 1조5300억 원 규모를 부당대출해줬는데도 과태료가 터무니없게 낮았다는 지적이다. PF 신규 영업 3개월 정지도 별다른 불이익을 주지 못했다.

최근 금융감독원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가 금융회사에서 채용비리 등과 같은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징계수준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에 책임을 묻더라고 그 수위가 지금 같이 경징계 일변도로 이뤄진다면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다. 

◆ 증권사 임직원 일탈행위, 금융사 지분공시 위반에도 관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위반, 일임매매 금지 위반, 자기이익 도모행위 금지 등 일부 증권사 임직원들의 일탈행위도 매년 수 십건 씩 발생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경징계 수준의 미온적 대처로만 일관해 일탈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총 21개 증권사들 임직원들이 '부당한 재산상 이익의 제공 및 수령 금지 위반'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부당한 향응을 주고 받은 메리츠종금증권에는 과태료 5천만 원과 퇴직자 위법사실통지 1명, 수령한 금품 액수가 가장 많았던 현대차투자증권도 과태료 5천만 원의 제재를 받았다. 그나마 금품 수령액이 적은 증권사는 과태료 없이 각 사별 자율규제처리에 그쳤다.  

'일임매매 금지 위반'도 자주 발생하는 흔한 일탈행위다. 고객들이 증권사에 맡긴 투자 위탁자금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증권사 직원이 알아서 운용하는 것인데 손실이 나면 이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유안타증권 모 지점에서 지난 2015년 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110개 종목에서 47억8천9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투자자의 허락없이 일임매매를 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 2월 제재를 받은 것을 비롯해 총 4건의 일임매매 금지 위반 사례가 발생했지만 금감원으로부터 자율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금융사들의 지분공시 위반도 해마다 일어나는 단골손님이지만 솜방망이 체제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지난해 7월까지 금감원이 적발한 지분공시 위반은 모두 3393건이다. 이 중 90.2%(3060건)가 경징계(경고·주의) 처리됐다. 중징계인 검찰 고발(0.7%), 수사기관 통보(8.7%), 과징금 부과(0.4%) 등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직원 내부 징계도 '솜방망이'

금감원은 금융투자상품에 투자를 한 직원들에 대한 내부제재도 엄격하지 못했다.

금감원 직원은 매년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고 분기별로 10회를 초과해 거래해서는 안 된다. 금감원 직원이 이런 제한을 받는 것은 기업공시 정보를 비롯해 금융시장의 핵심 정보를 사전에 빠르게 접할 수 있고 투자한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나 감독 등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보유·매매 관련 내부통제 결과 자료 분석 결과 최근 5년 동안 기업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 있는 임직원 161명 중 35명(21.7%)이 주식투자 규정 위반으로 검찰 조사와 징계 처벌을 받았는데 경징계에 그쳤다. 

금감원 임직원.png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서도 올해 주식 관련 내규를 위반한 금감원 직원들에 대한 낮은 제재수위를 확인할 수 있다.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관련 내규를 위반해 징계를 받은 금감원 임직원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 최고 기구로서 금융사를 감시·감독하고 금융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금감원 직원들이 오히려 내규를 못 지켜 한 달에 3명꼴로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징계를 받은 18명 중 14명이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촉구'에 그쳤다. 금감원 내부 직원에 대한 징계는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으로 나뉘며,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할 때 주의 촉구 제재를 내린다. 주의 촉구를 받은 직원은 딱히 불이익을 받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는 비판론이 제기된다.

게다가 10명이 넘는 직원 대부분이 2∼4년 전 내규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뒷북 징계' 논란이 불거져 나오는 이유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금감원 직원들이 주식 투자 내규를 어기고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보는지 더 엄격히 조사해야 하고, 직원들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직원 갑질, 음주운전 등 개인비리 줄이어도 어물쩍 

지난해에도 금감원 직원 갑질에 솜방망이 제재를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2016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처 내 금융민원실 생명보험 담당 A팀장은 생명보험사 직원 5명과 팀소속 직원 8명으로부터 약 3000만원을 빌린 뒤 일부를 갚지 않았다. 그는 또 다른 금융사 직원들과 금감원 내 타부서 직원 78명으로부터 2억1100만원을 빌린 뒤 6200만 원을 갚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징계수위는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당초 정직 3개월로 징계안이 마련되었지만 인사윤리위원회 과정에서 과반 위원들의 주장에 따라 정직 1개월로 징계가 낮춰진 것이다.

또 2016년 10월에는 손해보험국에 근무하던 B팀장이 마찬가지로 손해보험사 등 금융사 직원들과 금감원 동료직원들로부터 1억 7600만원을 빌린 뒤 8500만원을 갚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 인사윤리위원회는 돈을 빌린 사유가 자녀 유학비 조달이었고 앞서 유사한 비위로 정직 1개월의 징계가 내려진 점을 감안해 감봉 6개월로 징계하는데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도 모자라 금감원은 외부에 비위 사실이 알려질까 쉬쉬하기에 바빴다. 직원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지만 당시 처벌 내용은 빠졌다.

금감원은 직원들의 음주운전에도 관대했다. 2016년 국감에서는 금감원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3급 직급 소속 지원에 대해서 무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촉구를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사윤리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아닌 주의촉구가 내려졌으며, 같은 날 음주관련 한 물의를 일으킨 2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가벼운 견책과 감봉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고 14일 뒤 음주운전에 대한 새로운 징계기준을 만들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음주운전 등의 소란을 공직자가 저지른 것에 대해 가벼운 징계나 아예 징계를 않고 넘어가는 것은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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