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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솜방망이 징계③] 말발 안 먹히는 금감원...권위실추 자초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8년 11월 23일 금요일 +더보기

금융소비자보호에 있어 최후의 보루나 다름 없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마다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금감원의 제재수위가 높지 않아 또 다른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된다. '금융사 봐주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금감원의 행태와 그 원인, 바람직한 변화방향 등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6월22일 은행들의 대출금리 조작사태가 터졌을 때 온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다.

금감원은 지난 2~3월 중 9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점검을 실시했고 그 결과 KEB하나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두 곳의 대출금리 오류가 적발됐다. 4~5월 경에는 한국은행과 함께 경남은행의 고객정보 관리실태를 별도 점검하던 과정에서 대출금리 오류를 추가로 적발했다.

금감원 조사결과 드러난 은행들의 대출금리 관련 오류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영업점 직원이 전산으로 산정된 금리가 아닌 은행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소비자가 담보를 제공하였음에도 없다고 입력하여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하기도 했다. 고객의 소득정보를 과소 입력하여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떼기도 했으며, 신용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고정 값을 적용하는 등 불합리한 사례들이 많았다.

금감원은 오류라고 명칭했지만 국민은 조작이라고 생각했다. 고객 정보를 기만해 대출금리를 높인 것은 일종의 범죄로 볼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금리대출 사태에 감싸기 급급...은행권에 자체조사 맡겨 비난 자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우선 6월22일 발표당시 은행 세 곳이 어딘 지를 밝히지 않아 '두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어진 처사도 국민들이 납득이 어려웠다. 금감원은 직접 처벌이나 제재를 가하기는커녕 은행들에게 자체조사를 맡겼다. 이를 두고 '고양이한테 생선맡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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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조사 후 밝혀진 상기 은행들은 즉시 환급을 해줬지만 다른 은행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감원 차원에서 은행권 대출금리 전수조사는 안 할 것"이라며 "이번에 점검한 9개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자체 점검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은행들을 기관 징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은행들에게 신속한 환급만을 주문했다.

당시 참여연대,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의 철저한 진상 규명 ▲이번 사태에 연루된 책임자 문책 및 ▲소비자 피해 보상 등 재발방지와 사후 피해구제를 위한 조치를 촉구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금리조작을 일으킨 은행들에게 어떠한 제재도 하지 못했다.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출금리 모범규준 위반에 해당하지만 이는 은행이 내규 형태로 반영한 자율규제로, 당국은 법규가 아닌 내규 위반을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고객에게 사과하고 이자도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적발된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경남은행 등 세 곳은 즉시 사과문을 개제하고 환급절차를 진행했다. 나머지 다른 은행들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를 권고했지만 은행들은 금리 산정은 은행 고유권한이라며 모두 거부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 오류로 더 받은 이자는 수백억 원 대로 추정되지만 명백한 실수라고 인정한 27억 원 외에는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금감원이 행정제재를 내리면 은행은 소송으로 맞대응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놨다.

주호영 정무위원회 위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이 서민들의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받아온 행태가 적발됐음에도 금융당국은 이를 환급하는 조치에만 그치고 있다”며 “환급을 지시하는 것만으로 제재가 끝난다면 앞으로도 은행들은 다시 금리를 조작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금리조작을 일으킨 은행들에게 제재는 커녕 감싸기식 태도로 금감원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은행들의 자체조사 거부와 소송 맞대응 등의 태도는 금감원이 스스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금융위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규정보다 올려 받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금리법안 제정 추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금감원 즉시연금 일괄지급 지시에 생보사 일제 거부...제재도 못해

최근 보험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에서도 무력한 금감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지시를 생보사들이 거부해도 어떠한 제재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는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A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결정했고 이에 금감원이 모든 가입자에게 일괄 지급할 것을 권고하면서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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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삼성생명은 지난 7월 미지급분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라는 금감원 분조위의 권고를 거부하고 법적 판단을 선택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8월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지급권고 자체를 불수용하고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금감원이 지급을 권고한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삼성생명이 53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한화생명이 850억 원으로 다음으로 많다. 이어 교보생명 700억 원, KDB생명 250억 원, 미래에셋생명 200억 원, AI생명 25억 원, 신한생명 24억 원, DB생명 2억 원 등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KDB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4개사는 과소지급된 보험금을 전체 가입자에게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의 권고에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일부 보험사는 법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다른 보험사들도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있는데도 금감원은 생보사들을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소비자에게 분쟁으로 접수해 ‘시효’를 연장시키라는 주문과 소송 때 소송비를 지원해주겠다는 소극적인 조치만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마찬가지로 즉시연금도 해를 넘겨 금융당국과 보험사들간의 장기적인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과 관련 윤석헌 금감원장이 현장점검 등의 형태로 재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보험사들이 재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전무해 보인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금감원이 보험사들에게 과거 제대로만 제재를 가했어도 보험사들이 이렇게까지 감독당국을 우습게 알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겨우 임직원이나 제재하고 해당상품 영업정지 몇 개월 내려 제재 흉내만을 내니 보험사들이 금감원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금감원이 아무리 엄포를 놔도 ‘종이호랑이’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하나금융지주 회추위, 금감원 일정 연기 요청에도 무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며 경영 유의 조처를 내렸다.

올해 1월에도 하나금융지주 회추위 측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일정을 그대로 강행했다. 결국 김정태 회장이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되면서 지난 3월 23일 3연임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당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금융감독원의 권위 실추가 아닌 하나금융지주 회추위가 금융감독원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금감원은 벼르고 벼르다가 KEB하나은행이 2013년도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고 고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오히려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던 지난 2013년 대학 동기의 아들을 하나은행에 채용해 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 전 원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체면은 구길때로 구기고 당국 수장까지 사퇴하게 된 금감원의 흑역사로 남았다.

◆ "금감원이 스스로 자초한 권위실추와 통제력 상실"


이러한 사례들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해버린 금감원의 현재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이러한 권위실추와 통제력 상실 배경으로 솜방망이 제재, 처벌을 꼽고 있다. 오랜 솜방망이 제재가 익숙해진 금융사들이 금감원의 제재를 두려워 하지 않게 되면서 지시거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그동안 금감원이 산업보호 차원에서 공급자인 금융회사들을 감싼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감독정책을 펼치려고 하니까 버릇이 잘못 든 금융사들이 따라주지 않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윤민섭 책임연구원은 "금감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금감원의 통제력 상실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과도한 간섭과 제재는 금융시장의 획일화와 관치를 가져와서 소비자들에 역피해를 줄 수 있지만 금융회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확실한 제재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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