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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금소법②] 불완전판매 막을 '6대 원칙'에 찬반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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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금소법②] 불완전판매 막을 '6대 원칙'에 찬반 엇갈려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8.11.1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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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깊다. 금융당국도 체질개선과 제도개혁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혁의 토대가 되어야 할 법률 규정의 미비로 인해 금융사의 자발적 협력을 요청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혀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요 쟁점은 무엇인지를 시리즈로 살펴 본다. [편집자 주] 

#1. A 씨는 자산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자 증권사의 주가지수연동펀드(ELS)에 가입했다. 증권사 직원은 투자 위험성에 대해 상세히 안내를 해주었고 그는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A 씨가 은행에서 주가지수연동예금(ELD)에 가입 할 때는 투자성 상품임에도 원금보호자 가능한 예금이라는 이유로 투자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 

#2. B씨는 저축을 목적으로 보험설계사와 상담을 하고 2건의 보험에 가입했으나 알고보니 종신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보험계약 적합성 진단서에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고 상품에 대한 설명을 받지 못했다며 보험료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확인서에서 서명한 사실이 확인되어 보험회사의 업무처리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에는 금융상품 판매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이 포함돼있다.

그 중 사전적 피해방지 장치로 꼽히는 것이 '금융상품 유형별 영업행위 준수사항'이다. 해당 상품을 금융회사가 판매할 때 충분히 안내하고 고객에게 적절한 상품을 판매했는지, 부당한 권유를 했는지 여부 등을 명문화한 셈이다.

금융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여있는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법적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융사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 불완전판매 차단한다.. '6대 원칙 규정'

금융당국은 개별 금융법상의 판매행위 규제를 총망라해 모든 금융상품의 판매에 관한 판매행위 원칙을 규정했다.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금융상품 등에 관한 광고 관련 준수까지 총 6가지다.

6가지 원칙 중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와닿는 조항은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이다. 소비자에게 해당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적합(또는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해야한다는 것이다. 

적합성 원칙은 소비자의 연령, 계약체결 목적, 부채, 자산, 소득 등 재산상황을 토대로 소비자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권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고지만 하는 것이다.

보험이나 금융투자상품에서도 적정성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는 발견할 수 있다. 고위험 상품군인 주가연계증권(ELS)을 투자 경력이 없는 고령 소비자에게 판매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적합성 원칙이 적용되는 상품은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변액보험이 대표적으로 보험업법에 명시돼있다. 금소법에서는 이 범위가 모든 보장성 상품으로 확대되도록 명시돼있다. 

적정성 원칙은 적합성 원칙과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의사를 보이더라도 적정하지 않을 경우 판매자는 고지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가령 대출상품의 경우 소비자는 대출을 받고 싶어도 차주의 재산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적정하지 않다고 소비자에게 알려야한다.

금융감독원과 일부 금융기관에서도 주기적으로 금융회사 판매직원들을 대상으로 상품 판매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이 지켜지는지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황 파악 수준이라는 점에서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이 법적으로 보장 받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금융상품 6대 판매행위 원칙.jpg

설명의무 원칙 역시 불완전 판매 근절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금융상품 특히 보험상품은 지나치게 길고 어려운 상품 약관 때문에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않아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에 소개된 사례들이 대표적인 설명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경우다. 저축성 보험으로 알고 가입했는데 알고보니 원금보장이 안돼는 종신보험이었다던지, 원금보장이 불가능한 ELS를 원금보장이 가능한 상품으로 오안내를 받아 금전전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설명의무 원칙이 시행된다면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사안은 상품판매업자가 꼭 설명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현재는 업권별로 분리되어 있어 은행법 등에는 부분별로, 보험업법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지만  법률안이 통과되면 금융투자업의 경우 일반투자자에게는 상품설명서를, 복잡한 상품의 경우 핵심설명서를 반드시 고객에게 교부해야 한다. 보험상품은 계약 변경 시 내용에 대해 고객에게 설명한 등의 의무가 생긴다. 

금융업권별 민원비중.jpg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원칙은 소비자의 의사와 반한 영업행위를 하거나 허위사실을 제공해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킨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미끼로 대출실행 이후 30일 이내에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 바 '꺾기 행위'가 대표적이다. 대표적 불공정 행위로 꺾기는 은행법 제52조의2에 따라 금지돼있지만 최근 5년 간 금감원에 제기된 꺾기 관련 민원만 230여 건에 이를 정도로 만연해있는 불공정판매행위다. 

부당권유금지 원칙은 금융상품에 대한 중요 정보를 알리지 않거나 불확실하거나 오인된 정보로 소비자에게 상품 판매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

특히 명확한 기준 없이 경쟁 상품과 수익률 등을 비교해 자사 상품이 우위에 있다고 알리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권익보호에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다.

광고규제 역시 눈여겨 볼 조항 중 하나다. 현재 금융투자상품 또는 보험상품은 내외부 요인에 따라 예정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를 곧 확정 수익률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융상품 광고 관련 준수사항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에는 '과거 운용실적이 미래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들어가야하고 만기 시 자동갱신되는 보장성 보험은 갱신 시 보험료 등이 인상될 수 있음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고지해야한다. 
 
◈ 전문가들 "우선순위는 '적합성·적정성 원칙'"

한편 6대 원칙에 대한 적용 범위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한 장치는 필요하지만 각 상품의 위험도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반응이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일반보험상품에도 폭 넓게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전한덕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사고에 대비해 다수 간의 위험분산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상품을 손실위험성을 안고자 하는 투자상품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적합성 원칙에 대해 업계 역시 모든 상품에 동일한 규제가 주어지는 방향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체 보장성 보험에 대해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보험업계에서는 영업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적정성 원칙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변액보험에서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적합성 원칙이 모든 보장성 상품에 적용된다면 단순 보장 상품에 대해서도 가입절차와 시간이 길어지고 영업비용 증가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보호 차원에서의 원칙 적용은 동의하지만 모든 상품에 대해 동일 규제를 들어가는 측면에서는 상품별 특성에 맞는 예외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설명의무 역시 취지는 좋지만 구매단계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판매업자의 구매권유 없이 금융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설명의무를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수현 교수는 "이러한 경우에도 요청권이 있음을 고객에게 알리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는 상품판매자의 의무가 많아질수록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설명의무 강화에 대해 “규제가 생길 때마다 상품 등의 판매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소비자가 중요한 내용을 놓칠 수도 있고 판매자가 수단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사 관계자도 "상황에 따라 고객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는데 '의무'로 못박아버리면 소비자의 불편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부당권유 금지 행위에 대해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고객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금리"라며 "금리가 높더라도 신용대출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상품) 판매행위에 따라 부당권유의 기준이 모호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저축은행법과 은행법에는 부당권유 금지 행위가 부재하다.

광고 규제에 대해서도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모집인 등 다른 경로보다 광고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들의 리스크가 적은 편"이라며 "금융회사는 광고 등을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판매행위 위반시 가하는 징벌안은 업계와 야당 모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정부안에는 행위 위반 시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손해액의 3배 정도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 '징벌'이라는 말이 사용된 건 최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사이자 보험연구원에서 금소법을 연구 중인 양승현 연구위원은 “설명의무 등 다른 행위들은 기존의 개별법령에 어느 정도 담겨 있는 내용”이라며 “다른 사안에 비해 적합성·적정성 원칙은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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