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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멍드는 선분양제②] 모델하우스는 빛 좋은 개살구...부실시공 대책 없어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2018년 11월 29일 목요일 +더보기

부동산투기와 각종 소비자 민원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파트 선분양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건설사가 보여준 모델하우스나, 분양광고대로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선분양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모델하우스와 사양 달라지기 일쑤  전주 송천동 에코시티데시앙2차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 모(여)씨는 모델하우스와 다른 화장대가 시공됐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모델하우스 화장대는 입식 구조였는데 붙박이장을 옵션으로 선택하지 않은 경우 좌식 화장대로 변경된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한 씨는 “많은 예비 입주자들이 입식 화장대를 원했음에도 갑자기 옵션 여부에 따라 일방적 변경됐다”며 모델하우스와 동일한 시공을 요구했다.

수영SK뷰1단지 아파트를 분양받은 부산 수영구의 여 모(남)씨 역시 모델하우스와 다른 현장 모습에 울분을 토했다. 여 씨는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건설사 측이 모델하우스와 달리 저가 자재를 사용하는 등 원가 절감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파트 구조도 엿장사 마음대로 부산 연제구 최 모(남)씨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이 연결된 복층형 구조의 부산 기장군 부산정관두산위브더테라스를 분양 받았다. 입주 전 현장을 찾은 최 씨는 "분명 1층 같다고 설명 들었는데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구조는 '반지하’나 다름없었다"고 분노했다.

모델하우스 방문 당시 직원은 “지하 1층도 앞면이 트여 사실상 주택 1층처럼 지어졌다”고 말했지만 정작 현장은 앞면이 깊게 매설돼 지하층과 다름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최 씨는 “모델하우스와 직원 설명을 듣고 계약할 수밖에 없는데 실물은 터무니없이 달랐다”며 “‘내 집 마련의 꿈’을 무참히 짓밟은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저가 자재 이용하고 원가공개도 거부 경기 고양시에 사는 최 모(여)씨는 경기 고양 소재 탄현일산에듀포레푸르지오를 분양받을 당시 250만 원을 주고 드레스 룸 옵션을 선택했는데 품질이 가격에 비해 형편없었다고. 최 씨는 “사전점검때 가서 보니 100만 원도 안되는 수준의 저가 자재를 사용했더라. 대우건설 고객센터에 원가공개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답변하지도 않았다”고 분개했다.

‘99% 선분양’이 이뤄지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모델하우스만 보고 수억 원의 거금을 지출해야 한다. 건설사의 시공 능력이나 시공 계획의 적정성 등 전문적 정보를 따져보기 어렵다보니 잘 차려진 ‘쇼케이스’와 다름 없는 모델하우스만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입주 후 확인한 아파트의 실제 모습이 이와 다른 경우가 빈번하다. 모델하우스에서 봤던 것과 다른 자재를 사용한 시공, 달라진 배치나 조망, 주변 입지 시설 등이 사전 설명과는 터무니 없이 다르다며 사기 분양 의혹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건설사의 분양 광고에도 허위과장 의혹이 빈번하게 제기된다.

충남 홍성군에 사는 이 모(남)씨는 "단지 내 초등학교가 들어온다는 광고를 보고 계약을 진행했는데 막상 입주하고 보니 초등학교가 언제 지어질지 알 수 없다더라. 이게 사기 아니고 무엇이냐"고 분노했다.

건설사와 소비자는 민사소송까지 벌이기도 한다.

2013년 영종하늘도시 내 아파트 입주예정자 2000여 명은 분양 당시 건설사가 제3연륙교, 제2공항철도 등이 개통될 것이라 광고했지만 실제는 사업이 무기한 연기돼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허위 광고를 일부 인정해 분양대금의 5%를 건설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초등학교 등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하는 학교 등 공공시설은 건설사 책임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몫이라며 건설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해 민사소송에서 소비자가 패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대형로펌 등을 동원하는 건설사와 비교해 소비자는 절대적 약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송에서도 불이익을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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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분양제 방식에서 대다수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되는 모델하우스가 '실제와 다른 쇼케이스'인 사례도 적지 않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계약금 물론 중도금·잔금 다 낸 후 ‘환불’ 어려워...‘건설사 면피조항’ 도 곳곳에

일반 공산품이나 서비스상품은 소비자가 상태를 보고 별 다른 불이익 없이 취소를 할 수 있지만 아파트는 그러지도 못한다.

처음 약속과 달리 만들어진 아파트라 할지라도 입주 단계에서 계약 취소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약해지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하자 등을 입증해 건설사에 협의를 요청해야 하는데 사측이 공동주택관리법 등에 따라 하자보수를 이행하면 그만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 등에서 보고 들었던 것과 다른 자재나 가구가 시공됐거나 배치가 다른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소비자는 건설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주택법 60조에 따르면 사업계획 승인과 동일한 내용으로 시공, 설치되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다른 마감자재를 사용할 경우 그 공급가격을 명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주택법 제60조(견본주택의 건축기준)

① 사업주체가 주택의 판매촉진을 위하여 견본주택을 건설하려는 경우 견본주택의 내부에 사용하는 마감자재 및 가구는 제15조에 따른 사업계획승인의 내용과 같은 것으로 시공ㆍ설치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체는 견본주택의 내부에 사용하는 마감자재를 제15조에 따른 사업계획승인 또는 마감자재 목록표와 다른 마감자재로 설치하는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인이 그 해당 사항을 알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공급가격을 표시하여야 한다.

1. 분양가격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품목을 견본주택에 전시하는 경우
2. 마감자재 생산업체의 부도 등으로 인한 제품의 품귀 등 부득이한 경우

그러나 건설사가 분양계약서에 “모델하우스의 자재나 견본이 분양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거나 ”실제 자재나 모델하우스 배치가 견본과는 다를 수 있다“는 조항을 미리 삽입한 경우에는 책임 면피가 가능하다. 실제 상당수 분양계약서에는 이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아파트 시공의 경우도 “개발계획은 추진예정 사항으로 변경 가능하다”는 등의 문구를 삽입한 경우 건설사의 책임이 면피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입주자들은 민사소송 등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아파트’를 약속하며 선분양으로 아파트 공사대금을 충당하고 건설사가 약속을 어긴다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수두룩한 셈이다.

법무법인 서로의 조경구 변호사는 "분양계약 등의 내용과 실제 내용이 현저하게 다르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유흥시설 등이 주변에 들어와 주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법원에서 다퉈볼 소지가 있지만 도보 5분 거리라던 지하철역이 실제 15분 정도 걸리는 등 애매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실상 승소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가 실물을 확인하지 못한 채 거래를 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깨지 않는 한, 부실시공에 따른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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