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 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오픈마켓 등 대형 온라인에서 품질 논란과 교환 환불 문제 등을 두고 잦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업체들은 통신판매중개업체로 ‘중개’ 역할이 전부라며 직접적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일반 판매자가 아닌 유명 온라인몰의 이름을 보고 구입한 소비자는 문제가 생길 경우 한발 물러서는 업체 측 태도에 배신감마저 느끼게 된다.
경기도 이천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3월 인터파크에서 해외직구로 브라운 체온계 ‘정품’을 5만 원 가량에 구입했다. 하지만 10월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해외에서 산 제품 13개 중 12개가 가품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해보니 가품이 의심됐다고. 인터파크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판매자에게 직접 전화해 정품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라"는 황당한 답이 전부였다. 김 씨는 “고객센터에서 준 번호는 계속 연결되지 않았고 홈페이지 문의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답답해 했다.
그동안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판매자와 소비자간의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장터’로서 취급됐다.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개별 판매자가 등록한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서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만 표시하면 책임을 면하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8년 6월 인터넷쇼핑 피해 현황’에 따르면 11번가,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네이버 쇼핑 등 국내 상위 5위 오픈마켓에 대한 소비자 피해 신고건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492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피해 신고 건수는 9898건으로 2013년(4939건)과 비교해 5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상향하는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책임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자상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와 책임>
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와 책임) 3항
- 통신판매중개자는 사이버몰 등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불만이나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그 원인 및
피해의 파악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여야 한다.
피해의 파악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여야 한다.
②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와 책임) 1항/
제20조2(통신판매중개자 및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책임) 1항
- 통신판매중개자는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시해야 하며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 통신판매중개의뢰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진다.
③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와 책임) 2항/
제20조2(통신판매중개자 및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책임) 2항
- 통신판매중개자는 소비자에게 정보 또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제공한 정보가 사실과 달라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통신판매중개의뢰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아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는 제외한다.
<규정 속 허점>
연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됐으나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 등의 단서로 인해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처벌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전자상거래법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와 통신판매업자 등을 구분하지 않고 ‘사업자’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은 10월 중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체의 신원을 확인해야 할 의무 ▶공정위를 비롯한 조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할 의무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고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분쟁조정을 대행하는 의무 등 4대 의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장터’의 역할이라는 점은 인정해 직접 판매자로 규정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가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고지만으로 모든 책임이 면책되는 규정은 반드시 개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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