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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갑질 보고서⑥] 돈문제 예민한 금융사 창구도 폭언 난무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더보기

기업들에게 분명 ‘소비자(고객)는 왕’이다. 하지만 왕으로서의 권리라고 착각하는 행태의 도 넘은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소위 블랙컨슈머라고 불리는 행태는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업종을 망라하고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갑질은 결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여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권리주장을 위해 했던 행동이 뜻하지 않게 '갑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반성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갑질 행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금전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다 보니 사소한 불만도 격렬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잦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개인신용도 등 평가에 따라 대출한도나 금리 적용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담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일부 고객이 금융사 직원의 인격을 모독하고 업무 방해에 나서는 일이 적지 않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잘못된 정보를 맹신한 채 금융사 상담직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사들은 감정노동자들인 콜센터 등 직원 보호에 힘쓰며 대응하고 있다.

◆ 금융사 고객센터·상담창구에 장시간 폭언 예사...'신용한도 늘려라' 생떼도

금융사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 조 모(여)씨는 억지 주장을 하는 고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적 있다.

지난 5월 노동자의 날이 지나고 나서 고객센터를 전화를 건 한 고객은 ‘나는 노동자지만 노동자의 날에 안 쉬는데 콜센터도 당연히 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시작으로 무려 3시간 가량 화풀이를 했다. 실질적인 금융 상담과는 관계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 소비자는 ‘콜센터가 쉬는 바람에 일을 보지 못했으니 통화료를 보상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 

조 씨는 “단 한 번의 말실수를 꼬투리 잡아 ‘지금 상담하는 내용이 내가 아는 것과 다른데 상담원 이름이 뭐냐?’, ‘지금 당장 보상해주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 등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일부 고객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카드사 고객센터에서는 한 고객이 4~5시간 전화를 끊지 않고 상담사를 괴롭힌 일도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오랜 시간 시달려야 했던 상담사는 “카드사가 제휴 맺은 업체의 서비스가 형편없으니 보상해 달라는 주장이었는데 보상을 요구하는 이유가 제휴 카페의 커피가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A행원은 “정기예금 가입을 위해 방문한 고객이 3시간이나 상담을 이어갔고 업무시간이 종료됐음에도 같은 질문이 계속 반복돼 정중히 나가달라고 요청한 적 있는데 되레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화를 내 황당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B씨는 업무처리를 위해 거래처에 방문했다가 해당 회사 대표로부터 ‘내가 어떤 고객인데 감히 과장이 왔느냐’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들어야 했다. 지점입장에서는 주요 거래처이다 보니 이런 폭언을 듣고도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었고 결국 부지점장이 방문하는 걸로 일을 매듭지었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신용한도를 높이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돼 금융사를 괴롭힌 사례도 있다. 이들은 본인도 아닌 제3자의 신용한도를 높여 달라고 콜센터, 본사 담당자, 관리자, 담당임원, 대표이사 비서실까지 전화했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1~2시간씩 통화도 서슴지 않으며 업무방해를 지속했다. 결국 금융감독관 담당 팀장까지 중재에 나서봤지만 이들은 직접 본사를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욕설, 성희롱 등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업무방해, 모욕죄 등에 해당된다’고 경고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가명을 사용하면서까지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블랙컨슈머 횡포에 금융사 부담 가중...다른 소비자도 피해

소위 블랙컨슈머로 불리는 이들은 통상 금전적 보상을 바라고 고의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소란을 피운다. 금융사는 이에 대응하느라 시간을 뺏기고 결국엔 일반 고객들이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금융사 직원들 중에서 악성 민원에 마음고생이 심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6년 발표한 ‘금융산업 감정노동 실태분석’에 따르면 ‘민원인의 과도하고 부당한 언행이나 요구’를 감정노동 원인 1순위로 꼽은 응답이 51.7%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사들은 추가비용을 들여서라도 직원들 보호하기 위해 교육과 상담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대카드는 블랙컨슈머 관리 프로세스를 따로 구축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는 힐링프로그램 등으로 상담 직원의 심리 보호에 힘쓰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소비자의 마음을 달래보려는 고육지책으로 상담원과 전화연결을 기다릴 때 “저희 어머니가 상담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마음이음 연결음’을 넣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금융협회들은 2016년 9월 ‘금융회사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소비자보호부서 및 고객응대직원에게 문제행동소비자 관련 대응요령 및 법적 조치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일이 커져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보니 강경 대응은 힘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객 접점에 대한 관리에 힘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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