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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금소법③] '소송중지제'로 분쟁조정 힘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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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금소법③] '소송중지제'로 분쟁조정 힘 받을까?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8.11.14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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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깊다. 금융당국도 체질개선과 제도개혁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혁의 토대가 되어야 할 법률 규정의 미비로 인해 금융사의 자발적 협력을 요청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혀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요 쟁점은 무엇인지를 시리즈로 살펴 본다. [편집자 주] 

#1 광주광역시 서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보험사에 후유장해신청을 했지만 보험금 지급이 거절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법원으로부터 조정결과 관련 통보가 와서 살펴봤더니 후유장해 보험금 5500만 원 중 500만 원만 지급할 수 있다고 결과가 내려졌다. 보험사 측에 문의했지만 소송을 하라는 내용만 반복할 뿐이었다.

#2 지난 8월 A생명보험사는 즉시연금이 적게 지급됐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즉시연금 미지급분에 대해 일괄 지급을 권고하자 소송에 나선 것이다. 얼마 뒤 C생명도 분조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은 금융사들의 소송남발에 따르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소송 대신 분쟁조정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분쟁조정제도로 소송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소송과 분쟁조정이 경합할 경우 법원의 판단을 통해 소송을 중지시킬 수 있는 규정을 둔 것이다.

이 같은 규정은 금융회사를 상대로 개인 소비자가 승소하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금융회사에 비해 정보와 자본, 인력에 있어 열세에 있다 보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소송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소송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와 금융회사간 분쟁 발생시 금감원이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양 측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분쟁조정제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제 분쟁 발생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분쟁조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반드시 분쟁조정 결과를 지킬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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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측의 불리한 조정 결과가 나올 것이 예상될 때 분조위 조정중에 금융회사가 소를 제기해 분쟁조정절차 자체를 중단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금융회사들은 매년 발생하고 있는 분쟁조정건 중에서 수백여 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소제기 신청인은 금융사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손보사 분쟁조정신청건 중에서 152건에 대해 소제기가 들어갔는데 그 중 75.7%에 해당하는 115건이 금융사측에서 제기한 소송이다. 

이조차도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손보사들의 소제기 건수는 2014년 880건에 달했지만 이후 매년 줄고 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분쟁조정제도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에 '소송건수' 항목을 포함시키는 등 소송 자제를 위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고 보험사 자체적으로도 소송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금감원은 지난 7월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사후구제 필요성 강화를 위해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 분조위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분쟁조정 발생 시 조정 결정에 대해 투자자는 소 제기가 가능하지만 금융회사는 수용해야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금소법에 포함된 소송중지제도 역시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 범위를 넓혀 금융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소비자보호 측면에선 실익 커...'금융사 경영부담 가중될 것' 주장도

금소법 법안에는 분쟁조정 절차와 소송이 경합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소송을 중지할 수 있는 ‘소송중지제도’를 담았다. 이에 더해 정무위는 법원이 소송중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한 분쟁조정절차의 지위가 불안정해진다며 일정 기한 내 통보하도록 하는 보완방안까지 제시했다.

또한 2000만 원 이하 소액사건에 대해 분쟁조정 절차가 개시되면 완료 전까지 금융사의 소송 제기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조정이탈금지' 조항도 담겼다.

이를 두고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이 증대된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건 사실이지만 소비자보호라는 측면에서 효과는 확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은 이미 법정분쟁과 관련한 소비자보호제도를 확립하고 있다. 영국은 ‘금융서비스시장법’ 근거해 금융옴부즈만제도를 외회에 설치했다. 옴부즈만의 결정은 분쟁조정 결정에 금융소비자는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금융회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구속력을 가진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가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하기 위한 목적의 소 제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사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의 경우 분쟁조정 사건의 80% 이상이 2000만 원 이하인 상황에서 법이 제정되면 대부분의 사건에 소제기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양승현 연구위원은 "약관 내용 관련 분쟁 등 소액 동일 유형의 사건이 다수인 생명보험사의 경우 개별 사건의 소가(訴價)가 낮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경영상 부담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무위 역시 "소액사건 특례에 대한 예외 규정이나 상품 특성에 따라 소액사건의 기준금액을 구분하는 방안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2016년 세미나를 통해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그는 “소액사건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아 의미가 크게 반감되었다고 지적했다.

분쟁조정 결과와 법원 판결 충돌 우려..."사법부 신뢰 얻는 과정 필요"

한편 사법부와 분조위가 다른 결정을 내렸을 때의 충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분조위가 법적 권한이 없어 충돌을 피할 수 있으나 금소법 제정으로 분조위의 역할이 사실상 격상되면 동일 사안에 대해 두 기관의 입장이 다른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소법이 통과돼 분조위가 사실상 법적 지위를 갖게 되더라도 사법부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있어야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산업 특성상 소비자 피해가 개별적으로 볼 땐 소액이더라도 합치면 큰 금액이 되기 때문에 분쟁조정제도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법적 지위가 주어지더라도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것.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법부 입장에서는 행정기구(분조위)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분조위가 사법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분조위 결정에 대한 충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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