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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솜방망이 징계⑤] 전문가들 "제재규정 손질하고 실질적 권한 부여해야"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8년 11월 27일 화요일 +더보기

금융소비자보호에 있어 최후의 보루나 다름 없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마다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금감원의 제재수위가 높지 않아 또 다른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된다. '금융사 봐주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금감원의 행태와 그 원인, 바람직한 변화방향 등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금융사의 일탈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적법한 절차와 강도로 제재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학계, 정치권 등에서는 보다 적절한 제도개편과 금융권 재취업기준 강화 등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주요 사안에 대한 제재 규정 마련하고 종류도 다양화 해야

시민단체에서는 금감원이 권위를 찾고 성역없는 금융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각 검사국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법률적 해석을 내릴 때 너무 기계적인 법조항 텍스트 적용에 그치지 말고 여론과 시장을 고려한 강한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소비자보호를 기치로 내건 만큼 금융회사가 소비자권익을 침해한 경우 필벌하는 조치가 필요하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이제라도 감독당국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권익을 침해한 금융회사는 수십 배 손해배상을 하고 영업정지를 당하고 망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렇게 하면 감독당국 지시를 따르지 말라 해도 잘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금감원의 제재로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그런 공포감은 전혀 없고 금융사들이 버티기 들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 변명을 들어보면 규정이 있어야 제재할 근거가 생긴다고 하는데 매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아직까지 그러한 규정을 마련 안하고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일침했다.

제재의 종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제재의 종류가 너무 스팩트럼이 좁고, 한정적이다보니 효과가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해 통상적으로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인가취소 등 5단계로 제재할 수 있다. 제재수위는 기관주의에서 인가 취소로 갈수록 높아진다. 기관주의의 경우 동일 안건에 대해 3년간 3회 이상 중복될 경우 기관 경고로 제재 수위가 상향되고, 기관경고 이상은 1년간 해당 금융사의 자회사 신설 등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이 중 인가취소가 가장 결정적이다. 인가취소가 되면 해당 금융회사는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향해 인가취소의 칼을 빼드는 경우는 드물다. 배당사고로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삼성증권 사태에서도 과태료와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했을 뿐이다. 바로 밑 단계들은 사실상 제재력이 너무 약하다. 영업정지는 3개월 등 짧게 그치는 경우가 많고, 기관경고 시정명령 등은 일정기간 신규 사업 영업진출 제한에 불과하다. 기관주의는 그냥 단순경고다.

한국외대 소비자법센터장 안수현 교수는 "제재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제재할 때 너무 세거나 너무 가벼운 것만 있다"며 "제재 종류를 각 사안에 맞게 효과가 있는 내용으로 다양한 종류의 제재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 관련 금융권의 잘못된 행태나 사고는 금감원이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이번 은행권의 금리조작 사태에 있어서도 금감원이 처벌 규정이 없어서 제재를 하지 못했던 바 있다. 여기에는 금융위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입법화 움직임이 필요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필요시 금리조작 제재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많은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한 만큼 필요시가 아니라 금리조작 제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빠르게 마련했어야 했다. 현재 민주평화당 김종회 의원이 은행 금리조작시 제재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부분들은 적극적인 입법과정을 통해서 강화를 할 필요가 있고, 처벌 수준도 합리적 수준으로 높여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검사 후 제재기간 줄이고 준수여부 평가 필요 

검사이후 제재조치까지 최대 3년 이상 걸리는 현 제도절차는 가장 먼저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6년간 검사실시 이후 제재조치 처리기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 4224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100일 이상 조치요구일이 지연된 경우가 65.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일 이상인 경우는 39.8%, 300일 이상은 24.8%를 차지했다.

이 중 조치요구일이 가장 긴 사례는 1198일로 확인됐다. 처리지연 사유를 보면, 추가사실 확인, 법률검토가 각각 35.4% 34.8%로, 16.1%는 인력부족이었다.

금감원에서는 제재까지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지적에 대해 100일 이상 조치요구일이 지연된 경우가 65.5%인데 이는 원래 종합검사하고 제재수위를 정하는데 정해져 있는 표준지침이라는 입장이다.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법률적 해석, 재판 문제 등의 문제로 검사국에서 신중히 심의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수가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0일 이상이 39.8%, 300일 이상이 무려 24.8%에 달하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일종 의원은  "조치제제기간이 지연되면 될수록 제제대상 기관이 금융회사의 법적불안정성이 해소되지 못해 조직운영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준수할 수 있는 표준처리기간을 합리화해 예측가능한 경영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검사제재 조치처리 기간 단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지난 2007년부터 10년이 넘게 원장이 바뀔 때마다 개선방안 발표 시 빠짐 없이 나오는 단골 주제였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바뀌었던 적은 없다.

금감원 표준지침에는 종합검사는 120일을 준수하라는 내부규정이 있다. 금감원이 내부적으로 정한 것이다. 제재기간을 준수한다는 것은 금감원장이 새로 부임할때마다 혁신사항에 들어가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안수현 교수는 "제재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감독기관이 자칫 제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므로 문제가 있다"며 " 중요한 사안일 수록 최대한 3개월 이내에는 제재가 확정될 수 있도록 금감원이 속도를 내야 한다"며 "법적근거가 미비하거나 재판문제가 결부됐을 경우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만한 제재조치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은 "금감원장이 올 때마다 개혁안을 내는데 개선이 안되는 것은 인력부족 문제도 있겠지만 좋게좋게 가자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금감원에서 내부 직원 평가할 때 이러한 사항들을 준수하는지 지표로 넣어서 검사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사권.png


금감원의 조사 및 제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금감원에 수사권한이 없는 점도 배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특사경(특별사법경찰직부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해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특별사법경찰직무법)개정안’이 이번달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금감원장에게도 금감원 직원에 특사경 추천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은 금융·보건·안전사고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의 수사를 위해 행정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금융위원회가 금감원 직원을 사법경찰관리로 추천하지 않아 금감원은 자료제출요구 등 임의조사에 그치고 있어 금감원의 조사·제재 기간이 늘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 도입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로 특사경 권한을 통해 보다 신속한 조사 및 제재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특사경 제도의 도입으로 금감원의 독립된 조사 권한을 확대하면 조사 및 제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권 감사 공개채용 전환하고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기준 강화해야

금감원 퇴직자를 매개로 감독당국과 금융회사의 유착 관계가 이뤄지고 제재강도가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금감원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는 총 402명이었다. 매년 20여 명의 금감원 퇴직자가 금융회사 곳곳에 재취업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중 162명은 금융기관 51곳의 감사 등 임원직에 대물림하며 재취업했다.

한국소비자원 윤민섭 책임연구원은 "금감원 솜방망이 제재는 금감원 출신들이 금감원 퇴사 후 금융권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강한 처벌을 하지 않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관행을 근절해야 하지만 워낙 오랜 관행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 감사직을 채용할 때 민간 출신과 공공기관 출신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공개채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들에게 떳떳한 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 징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상품에 투자를 한 직원 18명 중 14명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촉구'에 그친 바 있다. 이러한 내부 징계에 있어 보다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금융회사들에게 소위 '말발'이 선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퇴직자 심사가 느슨하고 허점이 많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현재 여러 개의 공직자 윤리법 관련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라며 "제도적 허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금감원에 실질적 단속권 주고 금융위 간섭은 줄여야

금융회사로부터 예산의 70% 이상을 지원받는 금감원의 예산구조는 현재 고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예전처럼 금융위와 합쳐지지 않는 이상 운영비용을 금융회사로부터 지원받을 수 밖에 없다. 금감원을 금융회사로부터 독립시키면 보다 강한 제재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운영비용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금감원 올해 예산구조ㅇㅇ.png

이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기재부 출신인 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금감원의 감독분담금을 기재부가 통제하는 부담금으로 전환하는 법을 발의했지만 금융위가 반발하면서 유야무야됐다.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이라는 구조가 지속되는 이상 금감원이 금융위 눈치를 보는 상황도 개선하기가 요원하다.

다만 금융감독이라는 범위 안에서 금감원이 금융위 눈치를 보지 않도록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가 소비자보호에 힘을 쏟으며 금감원과의 업무영역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금감원의 힘을 빠지게 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감원이 보다 금융감독에 있어 보다 힘을 쓸 수 있도록 조사권, 중지명령권 등의 실질적 권한을 줘야 하고, 금융위도 본연의 기능인 입법기능에 충실하며 감독과 1차적인 제재기능은 금감원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의원(자유한국당)은 "금감원이 금융감독에 있어 힘을 받기 위해 조사권, 조사결과 공표권, 조사 불응시 과태료 부과 등의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금감원은 금융기관 건전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감원의 현재 기본적인 포지션 자체가 금융기관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애매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았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해 ‘정책’과 ‘감독’을 분리하고,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과제를 제시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조윤미 운영위원장은 "금융기관의 건전성부분도 좋지만 소비자 관련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소비자 중심에 입각해서 철저하고 강력하게 제재해야 하는데 이걸 뒤섞어 놓니까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것"이라며 "금감원 조직구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선진국처럼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을 금융위에 이관시키고,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 위주로 이원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인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에 힘을 많이 쏟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로 완전히 전환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감독업무를 같이하고 있다보니 솜방망이 제재 등 불협화음이 나온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안에는소비자보호 독립기구가 생기거나 조직 내에서 분리되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어 국회 통과만 된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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