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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㊾] 천연가죽 광고한 소파에 인조가죽 썼지만 책임 못물어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2018년 12월 31일 월요일 +더보기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 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창원시 성산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2016년 8월 부산에 있는 가구 매장에서 가죽소파를 180만 원에 구입했다. 구매할 당시 수입 고급가죽소파라는 이야기에 다소 비싼 가격에도 구입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올해 재봉선 부위가 뜯어져 살펴보니 플라스틱 원단이 혼합된 인조 가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 측으로 항의하니 2년 전에 뭐라고 설명했는지 어찌 기억하느냐며 구매 당시 받은 계약서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씨는 “인조가죽 비슷한 제품은 30만~4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데 수입 천연 가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비싼 가격을 지불한 것”이라며 “속은 사람이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 광주시 광산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브랜드 가구 매장에서 소파를 구입했지만 뒤늦게 인조가죽이 섞여있는 것을 알게 됐다. 2016년 여름에 구입한 소파인데 2년 정도가 지나자 팔걸이 아래쪽 겉표면이 일어나면서 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 AS신청하자 인조가죽 교체에 40만~50만 원이 든다고 안내했다. 김 씨가 인조가죽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따지자 피부에 닿는 부분은 천연 가죽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죽 소파’라고 안내했을 것이라 말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가죽소파라고 알고 쓴 만큼 속은 기분”이라며 “제대로 정보를 안내하지 않은 업체의 잘못은 없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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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파를 구입한 지 2년 만에 실밥이 터지듯 찢어지는 것을 보고 인조가죽임을 알게 된 소비자가 억울해 했다.

가구 등 대형제품을 구입할 때 현장에서 '중요 정보'를 소비자에게 설명하지 않아 뒤늦게 분쟁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가죽을 섞어서 사용하는 소파는 인조가죽 사용 여부가 민원 단골 소재다.

가죽소파의 경우 인조가죽과 천연가죽을 섞어서 제작하는 제품이 많다. 피부에 직접 닿는 등받이, 팔걸이 등은 천연가죽을 사용하지만 소파쿠션 아랫부분이나 팔걸이 아래쪽은 인조가죽으로 하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샘, 현대리바트 등 대형가구 업체 대부분은 소비자 혼동을 막기 위해 천연가죽과 인조가죽 제작 부위를 구분해 홈페이지나 카탈로그 등에 표시하고 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리바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대부분 천연가죽 소재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오염에 강한 신소재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리바트 홈페이지에 있는 제품 스펙과 동일하며 입간판으로 안내해 소비자 오해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샘 관계자는 "제품별로 카탈로그를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영업사원이 판매할 때 인조가죽 사용 여부와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인지했는지 여부를 고객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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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매장에서 이뤄지는 구두상 설명에서 중요 정보가 얼마나 명확히 전달되는 지를 확인할 방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업체 측은 구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소비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이하 중요정보 고시)에 따르면 사업자가 표시나 광고를 할 때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정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다만 현재 중요한 표시 및 광고사항 고시 가운데 가구 업종은 '환불 및 교환 가능' 여부와 기준만 중요 표시로 분류하고 있을 뿐 그 외에 다른 정보는 필수 사항이 아니다. 중요한 표시 및 광고사항 고시에서 명시하고 있는 필수 정보는 소비자가 금전적인 피해나 부작용 등 신체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를 속였다거나 원단 및 가죽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판매했다면 이는 표시광고법 위반이다.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부당한 표시ㆍ광고 행위의 금지) 사업자 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ㆍ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면 안된다.
  (거짓 과장 광고, 기만적인 광고, 부당하게 비교하거나 비방하는 광고 등) 

 -제4조(중요정보의 고시 및 통합공고) 상품 등이나 거래 분야의 성질에 비추어 소비자 보호 또는
  공정한 거래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중요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사업자는 소비자가 상품 등의 구매선택 결정을 할 때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보 항목에
   관해서 소비자에게 진실 되게 알릴 기본적 의무가 있고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 등에
   관해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 

 -사업자는 자신이 제조·판매하는 상품 등에 관하여 표시·광고행위를 할 경우 중요 정보를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도록 명확하게 표시·광고 내용에 포함해야 한다.


   <규정 속 허점>
  중요한 표시 광고사항 고시에 따라 제조업-가구 업종은 환불·교환 가능여부 및 환불·교환 기준 등
  중요 표시 기준이 있고 이를 제품 자체, 포장용기 중 한 곳에 표시해야 함. 다만 광고 표시 기준은 없음.   

판매자가 이 같은 의무를 소홀히했을 경우 소비자가 사실 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현행법상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하면 문제제기를 한 원고(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고객센터를 통해 항의하고 판매자가 이를 인정했다 하더라도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녹취록' 등 정보를 주지 않아도 돼 근거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가구의 경우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사용한 후에야 인조 가죽 등에 대한 문제를 눈치채기 때문에 구매 당시 상황을 입증하기는 더욱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구 구입시 계약 내용을 계약서에 꼼꼼히 작성해 보관하고 배송된 가구는 설치 전 계약 내용과 다르지 않은지 배송인 입회 하에 확인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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