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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기자수첩]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막는 애플, 모토로라에 한 수 배워야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2018년 11월 08일 목요일 +더보기

트리플 카메라와 200만 원 아이폰 등의 이슈로 떠들썩한 스마트폰 업계에서 최근 모토로라(Motorola)의 ‘조용한 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모토로라는 글로벌 기기 수리 전문업체인 아이픽스잇(iFixit)과 제휴해 스마트폰 ‘자가 수리 키트(Self Repair Kit)’를 지난달 24일 출시했다. 스마트폰 분해를 위한 6가지 연장으로 구성돼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등을 소비자가 직접 교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최근 소비자에게 스마트폰 등을 직접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업계에서 받아들인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리할 권리는 스마트폰 등을 소비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또한 공식서비스센터가 아닌 사설업체에서도 고품질의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제조사가 정품 부품을 제공해야 하며 수리 매뉴얼 또한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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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30일(뉴욕 현지시간) 신형 맥북에어를 발표 중인 팀쿡 애플 CEO.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수리할 권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매사추세츠, 버몬트, 뉴욕, 하와이 등 17개 주 의회에서 ‘수리할 권리에 대한 법(The Right to Repair Act)’ 등으로 입법화되고 있다. 호주나 유럽 등에서도 정부 당국이나 소비자단체 등에 의해 소비자 기본권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세계 최대 스마트폰 기업 애플은 수리할 권리를 제한하는데 여념이 없다.

애플은 지난해 미국 각 주에서 적극적인 로비로 수리할 권리 입법을 저지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에는 호주 연방법원으로부터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침해했다며 900만 호주달러(한화 74억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뿐만 아니라 맥북프로 등 주요 전자제품을 수리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 노트북9이나 LG전자 올뉴그램 등의 주요 노트북은 소비자가 제품 일부를 분해해 RAM이나 SSD 등을 쉽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그러나 맥북프로나 아이폰 등에 내재된 모든 부품은 기판에 납땜돼 있어 소비자가 변경할 수 없다.

전문 수리기사가 포진한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도 아이폰이나 맥북 등의 애플 제품은 부분수리가 거의 불가능해 상판 또는 하판, 혹은 제품전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수리가 진행된다. 아이픽스잇(iFixit)은 애플의 맥북프로터치바 모델의 수리난이도를 10점 만점에 1점이라고 ‘최악 수준’으로 평가했다.

애플은 소비자에게 수리할 권리를 부여할 경우 제조사의 설계 저작권이 침해되고 보안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사양의 업그레이드 제품(CTO 방식)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묵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확실한 것은 오늘도 많은 소비자들이 임의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애플 제품을 비싸게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많은 소비자들은 서비스센터에서조차 최대 수백만원을 지불하고 ‘리퍼’ 제품을 교환받는 방식으로 기기를 수리받는다.

애플은 오늘날 세계 최대의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이 영광은 스티브잡스나 팀쿡이 아닌 아이폰과 맥북, 아이패드를 믿고 구매해준 소비자들이 선사해준 선물에 다름 아니다. 기업은 자신들이 이익을 거둔 것처럼 소비자들의 이익도 배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 휴대전화 업계의 패왕(霸王)이었다가 ‘멀티 터치’ 등을 도입하며 소비자 친화적인 아이폰을 개발한 애플에게 자리를 넘겨준 모토로라와 노키아의 전철을 애플이라고 되풀이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SD카드 슬롯 제거한 채 출시해 용량따라 200만 원에 육박하는 아이폰 가격 놀이는 이제 그만 멈추고 모토로라에게 한 수 배우길 바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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