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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자동차 부품모듈화로 수리비 폭탄

업체들 "생산과 품질관리 효율성 높여 최종 소비자 이익"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2018년 11월 24일 토요일 +더보기
깜박이는 TV 액정, 패널 통째 교체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구입한 지 2년 6개월 밖에 안 된 삼성전자 LED TV 액정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는 고장으로 AS를 신청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액정화면에 업체 로고가 나오기 때문에 LED 패널이나 백라이트 부분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AS기사는 부품 모듈화 탓에 수리를 위해선 패널 전체를 갈아야 한다고 안내한 것. 이 씨는 “멀쩡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인데 할인을 강조하며 14만 원의 수리비를 내라고 하는 것에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화유리 분리되는 냉장고, 유리 아닌 문짝 교체 시흥시에 사는 정 모(남)씨는 2010년형 LG전자 양문형 냉장고의 강화유리가 분리되는 하자가 발생해 수리를 요청했다가 30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안내받고 놀란 적이 있다. 출시 당시에는 강화유리만 교체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도어와 강화유리가 일체형(모듈)으로 만들어져 문짝을 통째로 바꿔야 했던 것이다. 비용에 부담을 느낀 정 씨는 결국 수리를 포기했다.

백탁현상 나타난 자동차 계기판, 통째 교체 서울시의 김 모(남)씨는 현대자동차 2009년식 쏘나타를 운행한 지 6년째 계기판 가운데 일부가 하얗게 되는 고장으로 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수리비가 70만 원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부품이 모듈화 돼있어 수리를 위해서 계기판을 통으로 갈아 끼워야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계기판의 다른 모든 기능이 정상인데 작은 디스플레이 고장으로 전체를 교체해야 하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원가절감을 위해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부품이 모듈화되면서 소비자들이 AS과정에서 골탕을 먹고 있다. 제조사들은 모듈화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로 출고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AS 과정에서 멀쩡한 부품까지 한꺼번에 교체하느라 적잖은 수리비가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부품 모듈화율을 더욱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모듈화란 주요 부품을 하나의 덩어리로 생산하고 제품에 조립하는 생산기술 방식이다. 자동차나 선박 조립공정에서 시작해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으로 확대됐다.

과거에는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200~400가지 부품을 일일이 조립해야 했지만 모듈화에 따라 구동계, 순환계 등으로 나눠진 4~5종류만 조립하면 된다.

제조사는 부품 모듈화로 수율과 조립속도 상승 등으로 원가절감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 차용하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최근 들어 플랫폼·모듈화 전략이 점진적인 성과를 거두며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생활가전사업부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모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 가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모듈화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의 모듈화율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모듈화를 통해 차량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사이클타임을 줄였다는 내용을 주요 홍보수단으로 삼는다. 해외에 비해 조립시간이 길고 높은 인건비가 적용돼 차 값이 비싸다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함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듈화로 인한 수리비 폭탄이 달갑지 않다. 개별 부품이 고장 났음에도 모듈화 된 멀쩡한 부품들까지 교체해야 해 수리비가 높아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갤럭시S7 이후 엣지 모델을 가진 소비자라면 액정을 교체 시 테두리까지 같이 바꿔야한다.

업체는 AS 정책상 모듈화된 부품 전체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안내한다. 억울함에 불만을 토로하면 수리비 할인을 제시할 뿐이다.

부품 모듈화로 인해 소비자들은 심한 경우 제품 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수리비로 내야 하는 일을 겪고 있지만 제조사들이 산업현장의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도 “AS 과정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모듈화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생산과정 단순화와 품질관리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 부분을 제품가격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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