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표류하는 금소법④] 징벌적 '손해배상' 대신 '과징금'...실효성은?
상태바
[표류하는 금소법④] 징벌적 '손해배상' 대신 '과징금'...실효성은?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11.15 07:0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깊다. 금융당국도 체질개선과 제도개혁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혁의 토대가 되어야 할 법률 규정의 미비로 인해 금융사의 자발적 협력을 요청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혀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요 쟁점은 무엇인지를 시리즈로 살펴 본다. [편집자 주]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 제재위원회를 열고 관련 보험사들에게 3개월 일부영업정지를 의결했다. 금감원 징계로 CEO의 연임 자격에 문제가 생기자 보험사들은 부랴부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을 약속했다는 이유로 ‘제재심 이후 재부의 운영방안’을 마련해 일부영업정지를 기관경고로 감경했다.

보험사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했어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자살보험금은 그나마 금융당국이 관심을 갖고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부분의 분쟁은 금융사들이 버티기로 일관해도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일탈 행위에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으니 금융사들이 버티다가 개별 소비자에게 적은 돈을 물어주고 넘어간 다음 다른 소비자에게 또 버티기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 등 해외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하자는 주장이 거듭됐으나 논란 끝에 번번이 좌절되곤 했다. 정부가 마련한 이번 금융소비자법안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대신, 징벌적 과징금이 도입되는 선에서 그쳤다. 

징벌적 과징금ㅇㅇㅇ.png


◆ 징벌적 손해배상 이번에도 빠져...과징금 규정만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회사가 실제로 일으킨 손해보다 더 큰 규모(3~4배)를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주로 미국·캐나다·호주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도입했다.

과거 금융소비자법의 초기 발의안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위법행위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광범위하게 양산되는 등 위법성이 큰 경우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의원 발의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징벌적 과징금'으로 변신했다. 현재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금소법에는 판매업자의 불완전판매시 얻은 수익의 50%까지(산정이 어려울 경우 10억 이내) 징벌적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전면 도입이 어렵다며 징벌적 과징금으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은 이르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법 정부안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제외했다. 먼저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고 난 후 중장기 과제로 시간을 두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민법상 규정하고 있는 손해배상과 실제 손해규모가 동일해야 한다’는 근본 원칙과 상충되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 금융사들의 반발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선도입하고,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통해서도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행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징벌적 과징금은 지난 2014년에 금융위가 도입을 검토했지만 금융사 반발로 흐지부지된 제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보다 처벌 수위가 약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일으킨 손해보다 3~4배를 물어내야 하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천문학 단위의 과징금 추징으로 해당 금융업체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반면 징벌적 과징금은 얻은 수익의 50%를 과징금으로 내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보다 경제적 손실이 적다.

◆ 징벌적 과징금 효과 두고 '갑론을박'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게 되면 장래에 발생할 불법행위를 예방하고 손해배상액의 과소지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자칫 배상액의 정도에 따라 회사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제도 도입만으로 피해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

다만 현재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금소법 내용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아닌 징벌적 과징금으로 바뀐 이상 소비자보호 효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징벌적 과징금 도입만으로도 일단 지금보다는 훨씬 소비자보호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현재 보험업법을 제외한 법률들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판매행위 규제 위반에 대해 대체로 과태료만 규정하고 있어 징벌적 과징금만으로도 불완전판매 행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징벌적 과징금은 형사처벌과 과태료와는 다른 성격과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로 위반행위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경제적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위반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은 "불완전판매 등을 저질렀을 때 자기들에게 오는 피해가 소액의 과태료나 낮은 수위의 제재에 불과하기 때문에 불공정 행위가 근절이 안되는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는 것이 가장 좋으나 높은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징벌적 과징금이 도입되는 것도 금융사 제재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업계 반대 목소리...모럴해저드, 시장 위축 등 우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징벌적 과징금을 받게 될 금융회사로부터 강하게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시장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금융권에서 '징벌' 수준의 제재를 가한적은 없었다"며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 기업 등에 부과하는 징벌안을 금융회사에 적용하면 금융시장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판매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1억 원짜리 금융상품을 팔았을 때 실제 떨어지는 수익은 수수료 등 얼마되지 않는데 과징금으로 5000만 원을 내라는 것은 심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소송만으로도 부담이 상당한데 이와 별개로 또 다른 과징금이 부과되면 위험 비용이 너무 커진다고도 주장한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제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증가하는 금융사 부담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의 관계자 역시 “문제는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생긴다는 점”이라며 “대출모집인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거나 금융감독원 민원을 빌미로 대출을 받는 블랙컨슈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반발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징벌적 과징금이 포함된 금소법이 무사히 입법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서 징벌적 과징금으로 톤다운을 한 만큼 실효성을 가지려면 과징금 범위와 대상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법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현재의 얻은 수익의 50%라는 과징금 범위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징벌적 과징금 대상도 현재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부당 권유행위, 광고 규제 위반으로 한정돼 있어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 등은 징벌적 과징금 대상이 아니어서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 연구위원은 “금소법 소액분쟁 사건의 대상 규모, 과징금 범위뿐 아니라 민사적 행정적 제재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사들이 당장 비용증가를 걱정할 수 있지만 선진국 사례를 보면 사전규제가 규정 중심에서 원칙 중심으로 바뀜으로써 실질적 규제 완화가 이뤄져 비용이 오히려 경감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황두현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법 만들자 2018-11-15 09:35:00
우리나라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손해보다 이익이 더 많으니 벌금내고 만다는식이다 득히 보험은쥐더욱 그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