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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 GMO 숨바꼭질⑤] 대선공약인 '완전표시제' 도입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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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 GMO 숨바꼭질⑤] 대선공약인 '완전표시제' 도입 표류
  •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 승인 2018.12.04 07: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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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식용 GMO 수입국인 우리나라. 하지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날로 급증하며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어진 GMO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이나 병충해에 강한 특성의 DNA를 추가해서 만든 새로운 품종의 작물을 뜻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GMO 완전표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률개정은 찬반양론이 대립되며 여전히 표류중이다.

◆ "소비자 알권리"와 "불필요한 불안감 조성" 사이 찬반대립

우리나라는 2000년 GMO 표시제를 도입해 단백질 유전자가 변형된 GMO 제품은 모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개정해 유전자변형식품을 원료로 사용한 식품 모두 함량과 관계없이 GMO 사용 여부를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GMO 완전표시제’다.

소비자단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GMO가 암, 비만, 신장병, 알레르기 등 온갖 질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작 GMO 종자를 개발 생산하는 미국 몬산토 회사 직원들은 GMO 식품을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한 나라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에도 미국이 무상 원조한 GMO 옥수수를 거부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모두 GMO에 대한 인체 유해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업계와 전문가들은 굳이 GMO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취급하는 GMO 식품은 대부분 콩과 옥수수가 원료인 제품인데 이때 사용되는 성분은 유전자 변형이 되지 않는 ‘지방’과 ‘탄수화물’로 유전자가 변형되는 단백질은 쓰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는 현행 표시제로는 가공과정에서 유전자변형 DNA와 단백질이 걸러지면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의도하지 않은 채 GMO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따라서 GMO를 피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등에서는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이유로 GMO 완전표시제를 찬성하고 있지만 식품업계에서는 GMO에 대한 인체 유해성이나 부작용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표시제로 인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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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2월부터 GMO 감자의 국내 수입이 결정됐다. 이로써 GMO 표시대상은 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 사탕무, 알파파와 유전자변형 DNA(단백질)가 남아 있는 가공식품 등 6종에서 감자를 포함한 7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찬성 측  "완전표시제, 안전성과는 별개의 문제...선택할 권리에 초점 맞춰야"

GMO 완전표시제를 찬성하는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표시제 시행과 불안감 조성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딱 잘라 말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위해 시행하자는 것인데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를 들먹이는 것은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사무처장은 “원산지표시제 시행과 똑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중국산 배추라고 표기돼 있다고 소비자들이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나 기업은 오랜 시간동안 국민들이 GMO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할 때마다 정보를 숨기는 것에만 급급했는데 GMO 표시로 해당 식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발생하거나 매출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고.

그는 “그간 식약처는 국내 식품 기업의 GMO 농산물 수입현황 공개를 꺼려했다. 기업 이미지와 매출에 타격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얼마 전 관련 내용이 공개됐음에도 기업 이미지나 매출에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신뢰라는 것은 소통과 공개를 통해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수년 째 국민의 입장이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GMO 표시제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안 해야 할 이유를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짚고넘어가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만간 관련 협의체가 구성될 전망이라고 알리며 “협의체가 구성되면 그 안에서 합의점을 잘 찾아 국민을 위한 좋은 결과가 도출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지난 6월에는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한 뒤 오히려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감소했다는 미국 버몬트 대학교의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유전자변형식품의 완전표시제를 시행한 버몬트주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GMO 식품에 대한 반감 수준을 다른 지역과 비교한 것으로 버몬트주에서 완전표시제가 시행된 이후 GMO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이 19% 하락했다는 내용이다. 식품 기업이 GMO 사용을 공개하면서 선택할 권리가 생겨 소비자의 불안감을 낮췄기 때문이라고.

이는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 지역에 있는 소비자의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살펴본 연구로 고무적인 결과라는 의견이다.

◆ 반대 측 "GMO 표시 자체가 안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잣대"

GMO 완전표시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는 GMO를 표시하는 것 자체가 안전성 논란에 불을 지피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GMO 농산물이 재배된 지 20년이 지났다. 그 동안 GMO 안전성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지만 이미 수많은 연구학회에서 안전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몇몇 소비자단체가 GMO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 이슈화시켜 과격하게 퍼뜨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GMO를 표시하려면 식약처가 관련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하는데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는데 어떻게 표시를 하나”고 반문하며 “완전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는 이력표시제가 철저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력표시제가 정착이 돼 있지 않다. 외국식품 이력 추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수입 식품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GMO 완전표시제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GMO 완전표시제 시행은 그 자체로 안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잣대가 돼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정적 인식이 지배했지만 실상은 전혀 유해하지 않은 MSG 논란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됐음에도 아직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이런 마녀사냥 식 정보 퍼뜨리기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GMO 개발국인 미국이 GMO 표시제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다. 1~2년 후 시행규칙이 다 만들어지고 난 뒤의 미국 정책을 보면 앞으로의 국내 상황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완전표시제 시행을 주장하기 전 GMO의 필요성과 이점에 대한 측면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은 GMO 괴담 확산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관련 업계가 강력 반발함에 따라 GMO완전표시제가 도입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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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2018-12-05 02:13:02
언제까지 산업자본의 입장을 대변할 것인지.. 아 답답합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말 많은게 바뀔 줄 알았는 데.. 정말 우울합니다.
기자님.. 계속 이렇게라도 감시해 주세요.

이명환 2018-12-04 17:02:06
공개해라 새섹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