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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겨냥한 휴대전화 대출 빙자 악덕 사채 놀이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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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겨냥한 휴대전화 대출 빙자 악덕 사채 놀이 성행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1.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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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추가로 개통하면 대출을 해준다"며 노인들에게 접근하는 사기 영업이 횡행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보가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별다른 절차 없이 간단하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속이는 방식이다.

휴대전화 대출은 업계에선 일명 ‘휴대전화 내구제’로 통한다. 과거에는 생활비가 급한 사람들이 할부로 개통한 자신의 휴대전화를 중고로 판매해 목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내구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브로커들이 조직적으로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 명의로 4~5대의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해 중고로 판 뒤 생긴 돈의 일부를 대출금 명목으로 주는 일종의 사기 범죄다.

실제 서울에 사는 김 모(남·69세)씨는 지난 5월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와 브로커 B씨로부터 ‘스마트폰깡’, ‘스마트폰 내구제’ 서비스 신청을 권유받고 150만 원 상당의 고액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이후 스마트폰 금액의 절반 가량인 7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으나 경제적 여력이 없던 김 씨는 할부금과 통신요금을 내지 못한 채 장기채납자로 전락했다.

휴대전화 내구제가 무서운 것은 사채 수준의 살인적인 이율에 있다. 실질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할부원금의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인데 단말기 할부이자와 매달 부과되는 요금까지 더해져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50만 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연 5.9%의 이자가 붙은 단말기 할부금과 요금을 최소 2년 동안 내야 된다. 즉 빌린 돈은 50만 원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 갚아야 될 돈은 할부원금과 요금을 포함해 260만 원(6만5000원 요금제 기준)이 넘는 셈이다.

또 대출 과정에서 노출된 신상정보로 본인 모를 추가개통이 이루어지거나, 과도한 요금설정이 이루어지는 등 여러 형태로 2차 피해 발생 가능성도 무시하기 힘들다. 더욱이 브로커가 유심칩을 가져가 대포폰으로 유통할 경우 법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단말기 외에 유심칩을 거래할 경우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휴대전화를 사용할 의사가 없음에도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개통하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업계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유심을 뺀 채 단말기를 판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론  문제가 없다”며 “명의자가 휴대전화를 직접 개통하기 때문에 명의도용으로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다른 목적으로 개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은 명백한 범죄이기 때문에 경찰을 통해 형사적 조치는 받을 수 있지만  이통사에서 제재할 수있는 방법은  서비스 해지 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국장은 “대출을 받는 사람과 브로커 모두에게 잘못이 있지만 이통사가 이를 보고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기형적으로 개통건수가 많거나 평상시와 다른 징후를 포착하면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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