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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하상도의진짜식품이야기⑥] 현대식 간장으로 바라본 전통에 대한 집착과 오해

하상도 중앙대학교 교수 csnews@csnews.co.kr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더보기
얼마 전 전통식품 중 국민양념 ‘간장(艮醬)’에 대한 한 생뚱맞은 기사를 보았다. 예전의 전통방식으로 만든 것 만 ‘진짜 간장’이라는 취지였다. 과학의 개념이 전혀 없고 새끼줄로 메주를 메달아 곰팡이가 필 때까지 말리 다가 옹기에 소금과 물을 넣고 자연바람을 맞히며 겨우내 기다리며 담가왔던 과거의 간장 만드는 광경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최근 빠른 속도로 대량생산하는 간장 제조기술인 ‘산·효소분해 간장’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왔기 때문에 나쁘다는 취지였다. 그럼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통해 들어 온 모든 기계, 장비, 기술은 거짓이고 나쁜 것이며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해 왔던 고유의 전통만이 진실이고 좋은 것이란 말인가? 

6·25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 온 강토가 폐허가 됐을 땐 가정에서 장을 담가 먹을 여건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집도 한 칸 없어 노숙하고 떠돌아 다녔을 것이다. 이 때 서양의 산업혁명의 산물들을 우리보다 앞서 받아들였던 일본은 효율적인 발효공학이나 생물전환 기술을 이미 갖고 있었다.

당시 이들 선진기술을 도입해 가난했던 우리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위생적인 장(醬)을 먹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한 해를 기다려야만 장(醬)이 되는 슬로우 푸드를 기다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과거의 전통적 제조방식이 안전하지도 않았기에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한국형 산업혁명’이었다 생각된다. 

이런 긍정적인 면을 먼저 생각지 않고 현대화된 과학적 간장 제조기술을 소중한 전통을 버린 일본식민지의 잔재로 치부해 폄하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일부 몰지각한 영업자들은 우리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전통과 과거에 대한 향수를 활용해 ‘발효(醱酵)식품’에 거품과 포장을 씌워 전지전능한 음식으로 만드는 무분별한 환상마케팅을 일삼고 있다. 물론 ‘발효식품 = 건강식’인 것은 맞지만 아마 현대식 간장의 흠을 잡고 전통 간장으로 이익을 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게다가 당시 기술과 장비가 없어 흙으로 만든 옹기 밖에는 만들 수 없었던 시절임이었는데도 토기(土器)를 내세우며 과학의 산물인 현대 용기들을 폄하하기도 한다. 이들 녹슬지 않는 스테인레스 스틸, 가볍고 내구성 좋은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용기는 가히 식품업계의 산업혁명이라고 봐야 하는데도 말이다. 1960년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장독대 없애기 사업’은 우리의 우수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게 아니라 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비위생적이고 무겁고 잘 깨지던 토기를 대체한 좋은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만드는 ‘자연발효’만 해도 사실상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다. 그래서 안전하고 늘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야만 하는 산업화사회에서는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미생물 종국을 순수하게 유지·관리하며 식품 생산 시 접종해 일정한 맛과 향, 품질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이것이 과학이고 현대식 발효식품이다. 손 맛? 자연의 맛? 이런 개념은 너무나 위험하다. 또한 결과물의 품질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 만들고 나서 하늘만 바라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대적인 산업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우리 소비자들도 이제는 좀 알아야 한다. ‘전통’, ‘고유’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적어도 안전, 위생을 따지고 식품공전 상 기준과 규격을 지켜야 하는 상품(商品)으로서의 식품을 이야기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다시 간장으로 돌아와 전통방식으로 만든 발효간장이던 현대식 대량 생산형 산·효소분해간장이던 혼합간장이던 순수간장이던 제품에 정확히 표시해 소비자가 선택하게 하면 된다. 소비자는 표시를 보고 간장의 종류, 브랜드, 성분, 품질, 가격 등을 꼼꼼히 따져 구매하기 때문이다. 값이 비싼 프리미엄 전통발효 제품만이 시장에 팔리고 이들만 구매해야 한다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정부에서 허가한 안전한 식품이라면 일반이던 프리미엄이던 모두 시장에서의 역할이 있다. 장 담그기 운동 등 전통을 계승하자는 데는 동의하고 박수도 보낸다. 하지만 장을 담궈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고, 비싼 전통발효 제품을 구매하기도 어려운 서민들과 바쁜 도시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과연 이 들을 위한 진정한 장(醬)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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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약력 -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동 대학원 식품미생물학 석사 
미국 Texas A&M 이학박사 
전)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 보건의료기술연구기획평가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현) 중앙대학교 생명공학대학 식품공학부 교수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부회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포상)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학술상, 한국식품과학회 학술진보상, 우수논문피인용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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