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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 않으려 소송 남발하는 보험사 행태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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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 않으려 소송 남발하는 보험사 행태 언제까지?
"보험료 받아 소송에 써"vs."악용 막아 소비자 보호"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12.12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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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신 모(여)씨는 지난 2007년 MG손해보험 그린라이프원더풀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질병 등으로 여러차례 치료받았고 재작년 8월 마지막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작년 5월 느닷없이 보험사측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연락을 받은 신 씨. 지금까지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하고 계약마저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신 씨는 "보험사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보험금을 지급해 왔는데 이제 와서 과잉입원, 보험 다수 가입 등을 이유로 보험금을 못주겠다고 소송을 제기했다"며 "보험금을 줄 때는 꼬치꼬치 따져서 주고는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갑자기 보험금 회수에 일방적 계약해지라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어이없어 했다.

보험사들의 소송 남발로 소비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보험회사별 외부소송 관련 비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9개 생명·손해보험사의 소송비용은 총 62억6천800만 원이었다. 보험사들의 소송비용은 2015년 160억7천400만 원, 2016년 165억3천200만 원, 2017년 155억8천100만 원이었다. 매년 100억 원을 훌쩍 넘는 돈을 소송에 쓰고 있는 셈이다. 최근 4년간 기준으로는 500억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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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의 소송비용이 가장 많았다. 삼성생명은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8억6000만 원의 돈을 소송비용으로 썼다. 뒤이어 교보생명(15억7600만 원), 미래에셋생명(14억200만 원) 등의 순이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DB손해보험(79억3400만 원)이 가장 많았고 삼성화재(76억9300만 원), 현대해상(45억3100만 원), KB손해보험(43억7천6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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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 소송 제기만으로 소비자는 심리적 압박...소송 비용 등으로 중도포기 많아

보험사들은 보험금이 많이 지급된 가입자를 상대로 계약해지 또는 담보해지 등의 목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험사들의 소송 종류는 주로 ‘부당이득 무효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으로 귀결된다. 기지급한 보험금에 도덕적인 문제가 있거나 사고원인 등이 허위 등으로 확인될 때 하는 소송이다.

보험사들은 우선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기 전 내용증명과 유사한 형식의 알림장을 소비자에게 보낸다. 알림장을 받고 겁이 난 소비자 일부는 소송 전 미리 합의를 한다. 정식으로 소장을 받고 재판을 진행하던 소비자 역시 비용 등 문제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재판에 이기더라도 소비자가 얻는 실익은 사실상 거의 없다.

시간과 변호사 비용 등을 허비해가며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결국 남는 것은 기존에 납부하고 있던 보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뿐이다. ‘잘해야 본전’인 결론 앞에 대부분의 소비자는 보험사와 합의 조정을 하게 되고 '보험금 액수를 대폭 줄인' 실익은 보험사 몫이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해도 소송을 제기해 이를 무력화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소비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금감원에 제기한 보험관련 분쟁조정은 총 6만4447건에 이른다. 그 중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돼 인용된 건은 단 36건에 불과했다. 보험사들의 소송제기로 99%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금감원에 분쟁조정신청을 할 즈음 보험사가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금감원의 분쟁조정절차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받은 보험료를 보험금을 덜 주기 위한 소송비용에 쓰고 있다"며 "자신들의 잘못된 영업의 대가를 소비자 돈으로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보험업계, 피고인 고객 민법 103조 어긋나고 보험제도 근간 무너뜨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보험금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행동이 민법 103조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민법 103조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를 가리키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하거나 치료와 상관 없는 과잉입원까지 보험금을 청구함으로써 민법 103조를 위반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보험금청구를 다 받아들이면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이 피해를 입게 돼 보험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MG손해보험 관계자는 "가입자가 반복적으로 장기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은 후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았지만 대부분 불필요하거나 치료와 상관없는 과잉입원으로 민법 103조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4분기부터 소송제기를 점차 줄이고 있으며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을 잘 준다고, 소송 사례가 적다고 좋은 보험사라고 볼 수 없다"며 "일부에서 부당이득을 취하면 결국 피해는 선량한 계약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상반기 소송비용이 줄어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보험사 자체적으로도 소송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소송이탈금지제도' 포함된 금소법이 유일한 해법...통과 여부에 이목 집중

문제는 보험사들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기에는 승소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소송을 제기한 보험사들이 승소한 확률은 37%에 불과했다.

피고가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판결이 대부분이었다. 법원은 보험사들의 입장과 달리 선량한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의 소송제기를 통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보험사들의 고객을 상대로 한 소송남발을 막을 근본적인 방안이 현재로써는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회통과를 기다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금소법에는 분쟁 금액이 2000만 원 이하인 소액 사건의 경우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절차 완료 전까지 금융사 소송을 금지하는 '소송이탈 금지제도'가 포함돼 있다.

분쟁조정 사건의 80% 이상이 2000만 원 이하이므로 이 법이 제정되면 소비자가 분쟁조정 신청을 한 후엔 대부분 사건에서 소 제기가 금지돼 보험사들의 소송 남발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만약 금소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보험사 소송남발은 내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금소법 안에 소송이탈 금지제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통과만 된다면 보험 소송으로 고통받는 소비자들을 사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년이나 국회에 묶인 금소법 통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뤄질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소법은 11월 말 열린 정기국회에서  금융위원회가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재개되는 중이다. 정부와 여당이 핵심 쟁점이던 감독체계 개편을 논의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야당은 금융회사 독소 조항을 세세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12월 한달간 금소법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으로 정부와 여당의 야당 설득작업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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