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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 GMO 숨바꼭질④] 유전자조작식품 예외조항 남발로 소비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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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 GMO 숨바꼭질④] 유전자조작식품 예외조항 남발로 소비자 혼란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8.11.2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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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수입되는 간장 라벨의 'non-GMO(非GMO)' 표기를 한국에서는 스티커로 가려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지난 7월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주관으로 개최된 '소비자 알권리와 GMO표시제 한미일 국제심포지엄'에서 코케츠 미치요 일본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이 한 말이다. 국내의 GMO 표시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에서는 제품에 GMO 원료가 함유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알리며 판매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스티커로 가려야 하는 걸까? 현행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고시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14년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제정했다.

규정에 따르면 ‘식품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농축수산물과 이를 원재료로 해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은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식품용으로 승인된 GMO는 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 사탕무, 알팔파 6종에서 최근 감자가 추가됐다. 이들 7종은 식품위생법 제18조에 따라 안전성 심사 승인을 받아 수입, 판매 가능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다.

표시 기준은 지난 8월까지 두 차례 개정을 통해 강화되고 있다.

◆ 비의도적 혼입치 인정 불가 등 단서...'non-GMO' 표시 발목

문제는 예외 사항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이 비의도적으로 3% 이하 혼입된 농산물, 이를 원재료로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식품첨가물 △고도의 정제과정 등으로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검사불능인 당류, 유지류 등은 GMO 표시 제외 대상이다.

GMO 원재료가 3% 이하로 함유됐다면 GMO 함유 여부에 대해서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식용유나 올리고당 등에는 옥수수, 카놀라, 콩 등 수입되는 GMO의 상당 부분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non-GMO' 표기가 허용되는 경우도 극히 제한적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오인이나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전자변형식품 등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표시대상 원재료 함량이 50% 이상, 원재료 함량이 1순위로 사용한 경우에는 ‘비유전자변형식품, 무유전자변형식품, Non-GMO, GMO-free’로 표시할 수 있다. 단 이 때는 '비의도적 혼입치'가 인정되지 않는다.

'비의도적 혼입치'란 농산물을 생산·수입·유통 등 취급과정에서 구분해 관리한 경우에도 그 속에 유전자변형농산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될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농산물의 경우 의도치 않게 바람에 날리는 등 외부적 요인으로 비의도적 혼입치가 발생할 수 있다”며 “0.001%도 인정하지 않는 규정이다보니 위험부담을 안고 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EU, 일본, 대만 등 non-GMO 표시 기준 국내보다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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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EU와 프랑스, 독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대만은 비의도적 혼입률 0.9~5% 내에서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자율적으로 표시가 가능하다.

이들 나라는 non-GMO 표시에 대해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하지만 국내 규정에서는 "표시대상 유전자변형농축수산물이 아닌 농축수산물 또는 이를 사용해 가공한 제품에는 '비유전자변형식품' '무유전자변형식품' 'Non-GMO' 'GMO-free' 또는 이와 유사한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이 역시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서는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 유전자변형식품으로 표기하는 것과 달리 유럽연합은 이와 관계없이 해당 식품이 GMO로 구성, 포함, 생산됐을 경우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도 유사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고도의 정제 과정을 거친 당류, 유지류 등은 GMO 표시 제외 대상이지만 유럽연합과 중국, 대만 등은 이 경우에도 표시해야 한다. 다만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은 우리와 유사하게 기름이나 간장 등에는 GMO 표시가 면제된다. 

소비자단체에서는 현행 GMO 표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GMO 표시 3% 이상에서 0.9% 이상으로 낮출 것 △표기대상 단백질 기준에서 원재료 기준으로 변경할 것 △현행 Non-GMO 표기 기준 0%인 것을 비의도적혼입치를 인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내용을 병기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소비자에게는 물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이를 토대로 물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GMO 표시제도는 표시의무를 면제하는 장치를 과도하게 두고 있어 오히려 소비자가 GMO를 알아볼 수 없도록 훼방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GMO 표시제도로는 소비자의 권리가 외면당하는 것"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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