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뉴스 탐사플러스 소비재 건설/부동산 탐사플러스 소비자 피멍드는 선분양제

[소비자 피멍드는 선분양제①] 개발시대 유물 탓에 길거리 나앉는 입주자들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2018년 11월 27일 화요일 +더보기

부동산투기와 각종 소비자 민원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파트 선분양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건설사가 보여준 모델하우스나, 분양광고대로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선분양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과일로 손꼽히는 유바리멜론은 개 당 가격이 최대 2800만 원에 육박한다.

만일 한 농부가 이제 막 밭에다 유바리멜론 씨를 파종해 놓고 “내년 가을 수확 예정인데 하나에 2000만 원 씩 받고 미리 팔겠다”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이 농부에게 ‘선입금’할 수 있을까? 선뜻 돈을 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영업방식이 잘 먹혀들고 있다.

건설사가 미리 부지만 매입한 후 ‘조감도’로 가상의 건물을 보여주고는 있지도 않은 아파트를 가구 당 수 억, 수십억 원 씩 받고 판매하는 일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선분양제’라고 불리는 주택 판매방식은 건설사가 돈 없이도 쉽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다. 수천 세대가 동시 조성되는 아파트 공사는 대금만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수준이다. 중·소규모 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도 이 정도 자금을 선분양제 없이 일시 조달하기란 버겁다.

528246_172713_4105.png

▲ 대한민국의 많은 아파트들은 실물 없이 '조감도' 만으로 한 채에 수억~수십억 원 씩 분양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계 없음)

◆ 선분양제는 빈곤시대의 유산...아직도 아파트 99%가 선분양방식 의존

선분양제는 1977년 이전만 해도 흔치 않은 공동주택 판매 방식이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주택보급률이 70%에 불과할 정도로 집이 부족했던 상황을 극복하고자 건설사들에게 ‘선분양 방식’으로 입주자를 미리 모집할 것을 허가했다.

당시에는 막대한 건설자금을 건설사에 빌려줄 정도로 민간금융이 공고하지 못했다. 정부 주도로 도입된 선분양제는 자연스레 주택 공급 활성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상황이 다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주택보급률은 102.6%다. 올 8월 기준으로 국내 미분양주택도 6만2370호다. 살 집이 부족해서 국민들이 ‘떠돌이’ 생활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럼에도 선분양제는 그대로 남아 현재 99% 이상의 아파트가 선분양 방식으로 분양되고 있다.

문제는 애초 약속한 조건대로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거나 입주가 지연될 경우 분양대금을 건설사에 미리 납입한 소비자들은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528246_172717_5120.jpg
▲ 울산남구호수공원대명루첸 입주예정자 들은 올 3월 입주예정이었던 아파트를 4개월 늦은 지난 7월 사전점검해보니 위와 같은 상황이었다고 본지에 제보했다. 이들은 8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 입주차질에 따른 소비자 피해 빈번

선분양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소비자가 피해를 호소하는 일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5년 말 한 가구당 최대 5억 원 가까운 매매가를 받고 대명종합건설이 분양한 울산남구호수공원대명루첸 아파트 입주예정자 수천 명은 건설사의 올 3월 준공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11월이 지나도록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 인부 임금체불 등의 다양한 이유로 공사가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강행된 지난 6월과 7월 사전점검 현장은 공사판과 다름없었다. 준공 허가권자인 울산 남구청은 옥상 방수부와 우수관 등을 잘못 시공한 것에 대해 대명종합건설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지난 9월 말 비상총회에서 만난 입주자 대표는 "잘못 시공된 부분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아파트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게 입장"이라며 "대명종합건설은 6월 말, 8월 말, 다시 10월 말에 입주 가능하다고 공언했지만 믿을 수 없는 상황이며 약속대로 시공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감수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528246_172718_0711.png
▲ 본지가 지난 9월 말 비상총회에서 만난 울산남구호수공원대명루첸 입주예정자들. 아이와 노모를 대동한 가족, 신혼부부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들이 '선분양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 중이다.

사글세방, 고시원 등에서 이산가족처럼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는 입주예정자들은 기약없는 입주일을 기다리며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서 모(남)씨는 대우건설이 평택 용이동 일원에 조성한 ‘비전푸르지오 3차’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가 시공 지연으로 입주가 두 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9월 29일부터 입주가 예정돼 있던 아파트 점검을 해보니 벽지나 벽면, 싱크대 주위 등의 시공 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몇 번을 AS 신청했지만 제대로 처리가 안돼 이 달 20일 이후로 입주를 미뤘다는 것이다.

서 씨는 “우리나라 아파트는 선분양 방식으로 건설 후 입주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구입하는 물건을 나중에 볼 수 밖에 없다”며 “팔고나면 그 뿐이라는 생각으로 분양 후 AS처리 요구 등에 건설사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평당 1300만 원 가량을 지불하고 분양받은 중흥건설 부산 명지더테라스 아파트에 부실 시공이 수두룩하다며 직접 영상을 촬영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씨는 “주변 다른 아파트의 2배 수준인 비싼 분양가를 지불했음에도 누수, 벽 기울어짐, 바닥 수평 문제, 균열, 도면 불일치, 무단 설계변경, 모델하우스와 실제시공 상이, 곰팡이, 지하창고 누수, 마감제 처리 부실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부실의 끝을 보여준다”고 건설사를 성토했다.

ⓒ 대전 유성구 김 모(남)씨 소비자고발센터 제보 영상

◆ 2차 피해까지 우려되지만 구제장치 부실

이처럼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가 지연될 경우 입주자들의 불편과 더불어 특정 지역의 전세시장에 큰 혼란이 생기는 등 2차 피해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입주가 늦어질 경우 국토교통부령인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61조2항에 따라  ‘입주지체보상금’이 지급된다. 또한 잘못된 시공으로 인한 하자가 있다면 공동주택관리법 30조 등에 따라 시설별로 일정 기간 내 건설사의 하자보수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소비자들과 건설사간의 '협의'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민사적 영역으로, 행정이나 사법적 절차로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등이 입주 지연이나 하자 처리 문제 등의 시정을 강제하거나 건설사에 제재를 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건설사의 과실로 인해 당장 머물 곳을 잃은 소비자들은 제대로 구제를 받지 못한 채 온 몸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제는 선분양제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http://www.consumer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profile photo
Fagot7 2018-11-30 16:54:10    
정말 큰 문제네요.
지인도 명지 테라스 분양 받고 힘들어 하고 있는데..얘기 들어보면 계약 해지가 답이더라구요.
211.***.***.137
profile photo
history 1868 2018-11-28 13:08:58    
명지 더테라스 입주자는 하루하루 피를말리고 잇다 중간점검하라고 등기는 날아오고 혹시나 준공이날까 매일매일 1인시위까지 하며서 추위와 중흥** 싸우는중이다
하루 빨리부실을 인정하고 예비입주자들이 원하는 계약해제를실행 하라!!!
211.***.***.240
profile photo
대명루첸피해자 2018-11-28 10:33:43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저 또한 선분양 제도로 인해 8개월째 입주지연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입니다. 이런 기사를 많이 내서 여론을 움직여 주세요. 법률이 개정되어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203.***.***.150
profile photo
hskm2724 2018-11-27 22:48:49    
지금까지도 부산 중흥더테라스는 부실투성이인 테라스를 빨리 준공내어 입주시키려 하고있고, 얼마전 중간점검을 한 분양자를 경찰에 고발까지 하여 벌금을 부과하는등 분양자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최고의 분양가로 명품테라스를 지어주겠다던 계약은 고사하고 동네 빌라수준으로 집안 곳곳 부실천지, 분양자는 매일매일 피눈물을 흘릴
지경이다.
39.***.***.27
삭제
Head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