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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마일리지 소멸 앞두고 불만 폭주...공정위, 해법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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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마일리지 소멸 앞두고 불만 폭주...공정위, 해법 찾을까?
시민단체 "양도 제한 권익 침해"...항공사 낙전수익 '꿀꺽'
  •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 승인 2018.12.05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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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08년 도입한 마일리지 유효기간제가 내년부터 적용됨에 따라 제때 사용하지 못한 마일리지가 순차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쓰지 않은 마일리지가 자동 소멸되면 적잖은 낙전수입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8년 약관을 개정해 그해에 생성되는 마일리지부터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적립된 지 10년이 지난 마일리지는 내년 1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소멸된다.

문제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제한적이어서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쓰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장 모(여)씨는 얼마 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마일리지 소멸 안내 메일을 받았다. '1만 2000여 잔여 마일리지 중 5000여 마일리지가 내년 1월 1일 소멸된다'는 내용이었다. 장 씨는 부랴부랴 제주도행 항공권이라도 구매할까 하고 아시아나 홈페이지에 들어갔으나 좋은 시간대의 좌석은 당연히 구할 수 없었고 평일 저녁에 출발하는 항공권도 1만 마일리지나 사용해야 하는데 세금 및 제반요금 명목으로 2만 원 이상을 추가 부과하고 있어 항공권 구매를 포기했다.

결국 장 씨는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의 마일리지 사용몰에 들어가 빵을 구매하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장 씨는 “요새 제주도갈 때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면 편도 2만 원이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 1만 마일리지면 현금으로 따지면 20만 원이나 되는데 거기에 세금을 2만 원이나 더 부과시키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소멸 안내 문자와 메일을 받은 소비자들도 같은 고민에 빠졌다. 마일리지 소멸이 코앞에 닥치자 계획에도 없던 제주도라도 가볼까 했는데 보너스 좌석은 이미 전석 매진이고 사용처를 찾아봐도 제한이 많아 필요도 없는 대한항공 굿즈를 구매했다는 이야기들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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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조원 대 마일리지 30% 소멸 예정...항공 좌석 5%미만·성수기엔 배정 안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적립 규모는 대한항공이 2조 1179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5751억 원으로 전체 약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데 현재까지 마일리지 적립은 더 늘어나 3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항공사의 2008년 약관 개정 이후 적립돼 소멸 예정인 마일리지는 전체 규모의 30%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1마일리지는 현금으로 따지면 통상 20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보너스 좌석 알리미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너스 항공권 사용이 가능한 도시 및 날짜를 사전에 안내하는 서비스다. 또한 내년 1월 1일 소멸되는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회원의 경우 오는 12월 31일 이전에 미리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하면 발권일 기준 유효기간 1년 이내에 사용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항공기 좌석 중 마일리지용은 5% 미만인데 성수기와 선호 시간대 좌석은 마일리지용으로 배정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항공사의 생색내기일 뿐이며 마일리지 사용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이용약관을 찾아보면 이미 마일리지용 항공권을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약관 제9조에 따르면 보너스 항공권 또는 좌석승급 보너스의 사용은 여유좌석 이용이 원칙이며, 보너스 예약 클래스는 별도로 지정돼 있다. 또한 보너스 좌석 수와 사용은 제한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아시아나클럽 18번 항목에 따르면 보너스 항공권 또는 좌석승급 보너스의 사용은 여유좌석 이용이 원칙이며, 보너스 예약 클래스는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보너스 좌석수와 사용은 제한될 수 있다.

◆ 제휴 업체 이용하면 마일리지 가치 반토막?

항공권을 구매하지 못할 경우 대한항공은 항공사와 제휴한 여행상품이나 호텔, 렌터카를 마일리지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많이 이용하지 않는 사용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달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관, 대형마트 등에서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할 경우 마일리지 가치가 절반 이하로 절하돼 일부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소비자 권익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유효기간 제도 도입 후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막연한 불안감과 유효기간 제도 및 소멸 예정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부족한 마일리지는 가족 합산 제도, 제휴사 포인트 전환을 통해 보충할 수 있고 보너스 항공권 예약 기회를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소진율은 공개할 수 없으며 시준·구간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항공권 특성상 마일리지 소진 가치를 1마일리지 당 얼마로 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사용처를 영화관, 대형마트, 놀이공원 등으로 확대했고 가족 합산 제도도 등록 인원을 5명에서 8명으로 확대했다”며 “마일리지 소멸에 앞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별 소멸 예정 마일리지 및 이용방법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안내”고 설명했다.

◆ 마일리지 양도·판매 금지 두고 시민단체 “소비자 혜택 아닌 권리”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약관 제7조와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클럽 일반규정 12번 항목에 따르면 적립한 마일리지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판매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외국항공사와 달리 타인에게 양도·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규정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결국 마일리지 사용처를 제한해두고 마일리지 소멸 기한을 정해 마일리지 소비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들도 “한 항공사만 이용한 것이 억울하고 역시 소비자만 봉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주요 외국항공사는 마일리지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판매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마일리지는 소비자 혜택이 아니라 소비자 권리다. 소비자가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쌓은 재산인데 소멸 기한을 두고 사용처를 제한한 것은 권익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금과 마일리지 사용에 차별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며 탑승 마일리지가 아닌 신용카드 제휴 마일리지의 남발도 문제다. 결국 소비자가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못하면 결국 제휴 카드사와 항공사의 이득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항공사가 마일리지 사용기한을 정한 것이 문제가 없는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멸시효와 사용처 제한 등 부당약관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것.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관련 토론회가 26일 있었다. 아직은 확실한 답변은 드릴 수 없지만 여러 전문 기관과 법조계 등과 함께 공정위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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