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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오송역사고로 원성 폭발...안전보다 승차권 판매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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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오송역사고로 원성 폭발...안전보다 승차권 판매 우선?
획일적 보상기준에 소비자 불만...사후 대처도 부실
  •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 승인 2018.11.29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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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벌어진 최악의 오송역 사고로 코레일의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사후대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단전사고로 열차가 잇따라 지연되며 수많은 이용객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으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오송역 단전사고로 KTX 상행선과 하행선 운행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승객들은 3시간가량 전기가 끊긴 어두운 열차 안에 갇혀 있기도 했고 이후 열차가 줄줄이 지연되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8시간이 걸리는 등 많은 승객이 오도 가도 못하며 대혼란을 이뤘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당일에 겪었던 불편은 물론이고 이후에 이뤄진 보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일정 기준에 따른 획일적인 보상이 상식밖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고, 당일 사고 발생으로 지연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버젓이 승차권을 판매해 수많은 이용자들을 불안에 빠뜨렸다는 원성이 주를 이룬다.

수원 권선구에 사는 함 모(여)씨는 부산 여행을 마치고 밤 9시경 수원으로 돌아가는 KTX에 탑승했다. 잘 달리던 KTX는 동대구를 기점으로 섰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당시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들을 불안하게 했다. 기내 방송에서는 그저 자리에서 기다려달라는 말뿐 다른 안내는 없었다. 그런 식으로 지연 운행된 열차는  2시간 반의 거리를 무려 5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버스운행 시간이 끝나 할증이 적용된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는 함 씨는 “몸도 마음도 지쳤는데 며칠 후에 코레일 측에서는 요금의 50%를 보상해주겠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알고 보니 지연 1시간 이상부터는 동일하게 50%가 보상되는데 1시간과 3시간 지연이 어떻게 같은 조건인지 납득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레일은 이번 열차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승객을 대상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지연 시간별 승차권 운임액의 일정 부분을 보상하며 이 외에도 열차 지연으로 불필요하게 지불된 택시비 지급과 항공기 탑승 차질 등에 대해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소비자, 피해 대비 턱없이 부족한 보상 기준 불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열차 지연 시 KTX의 경우 20분 이상 40분 미만은 승차권에 표시된 영수금액의 12.5%를 환급해주며, 40분 이상 60분 미만은 25%, 1시간 이상부터는 일률적으로 50%를 환급해준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열차의 경우 20분 이상 40분 미만은 환급금이 없으며, 40분 이상 80분 미만은 12.5%, 80분 이상 2시간 미만은 25%, 2시간 이상부터는 일률적으로 50%를 환급해준다. 환급 기한은 승차일로부터 1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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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이러한 보상 기준에 대해 “1시간과 3시간 혹은 5시간 지연에 대한 피해는 차원이 다른데 시간별로 차등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도 운행시간 지연에 대한 보상이 열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상 소요시간보다 100% 이상 더 소요될 경우 일률적으로 보상이 이뤄지는데 예를 들어 예상 소요시간이 2시간인 경우 지연 시간 2시간 이상부터 일률적인 보상이 이뤄지는 것.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고속버스 운행 지연 보상은 고속버스 운송약관을 따른다고 되어 있다. 운송약관 15조 4항을 보면 운송도중 버스고장 등 운송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운행시간이 예상 소요시간보다 50% 이상 더 소요된 경우 운임액의 20%, 100% 이상 더 소요된 경우에는 운임액의 40%를 환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외버스는 고속버스 운송약관을 참고해 규정하고 있는데 운행시간이 예상 소요시간보다 50% 이상 지연되면 운임액의 10%, 100% 이상 지연되면 운임액의 20%를 환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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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열차 등 운송수단 관련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사업자들이 정해놓은 운송약관을 참고해 정해진 것”이라며 일정 시간 이후부터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보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레일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코레일에서 만든 운송약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만든 규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따라서 시간별 차등 보상이 세밀하게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할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할인증 제도는 열차 지연으로 피해를 입은 승객에게 다음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다. 많게는 100% 할인을 받을 수도 있어 피해 승객들 중 80% 이상이 할인증 제도를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인증 제도’는 KTX의 경우 지연시간이 20분 이상 40분 미만이면 다음 이용시 운임 금액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고, 40분 이상 1시간 미만이면 50% 할인, 1시간 이상은 10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일반열차의 경우 지연시간 40분 이상 80분 미만이면 25% 할인, 80분 이상 2시간 미만이면 50% 할인, 2시간 이상이면 10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할인증 제도만으로 피해 입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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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 사고 이후 별다른 안내 없이 승차권 계속 판매해 논란

사고에 따른 보상도 문제지만, 당일에 코레일이 보여준 안일한 대처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사고가 났는데도 이를 제대로 안내하기는커녕 승차권 판매에만 분주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20일 익산에서 출발하는 광명행 KTX를 저녁 7시 16분에 예매했다. 저녁 5시쯤 오송역 사고 발생을 알려주는 어떤 안내도 못 받은 터라 아무 생각 없이 KTX에 탑승했다는 박 씨. 그러나 출발시간이 되자 문이 닫히고 사고로 인해 잠시 후 출발 예정이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박 씨는 “이후 KTX는 고속운행도 하지 못했고 일반 차로를 이용해 달리다가 서대전역에서 다시 고속 차로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정확한 안내가 없었다. 그저 잠시 기다려 달라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그리고는 시종일관 제대로 달리지 못했고 결국 2시간 50분이 지연돼 밤 10시 넘어 광명역에 겨우 도착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박 씨는 오송역 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승차권을 판매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 생각한다. 승객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불안함에 떨어야했다. 사고 매뉴얼, 고객 안내 매뉴얼이 있긴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KTX는 그간 크고 작은 사고를 몰고 다녔다. 2011년 2월에는 광명역 인근에서 탈선 사고 발생으로 큰 소동이 빚어졌고, 2013년 8월에는 대구역을 무정차로 통과하던 서울행 KTX가 무궁화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5년 11월에는 용산역을 출발해 목포로 향할 예정이던 KTX가 집전장치 고장으로 지연 출발해 승객을 불편하게 했고, 2017년 3월에는 대전에서 인천국제공항역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제동장치 결함으로 선로에 갑자기 멈춰서 승객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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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로 코레일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열차 지연이 반복돼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웠고 그에 따른 불만은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의 안전 대응 체계의 허점을 조사하고 개선하고자 관련 전문가 TF를 11월 23일 구성했으며 재발방지대책과 사고대응체계 개선방안을 12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했다. 이 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KTX가 4시간 36분 동안 멈췄으나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고 열차 수십 편이 지연돼 5만 3000여 명이 피해를 보았으나 승차권은 그대로 팔았다”고 질타하며 “기술의 외형은 발전시켰으나 운영의 내면은 갖추지 못한 우리의 실상을 노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히 생각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만큼 향후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운송수단 지연은 소비자들을 심적인 불안 상태에 빠뜨리고 이후 일정에 큰 차질을 빚어 다양한 피해를 야기할 뿐 아니라 고령자, 만성질환자, 노약자, 어린아이,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책임감 있는 안전대책 및 사고대응 매뉴얼 강화는 물론 보다 현명한 보상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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