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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정책 진단③]상조·통신·전자상거래 '거래환경 개선'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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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정책 진단③]상조·통신·전자상거래 '거래환경 개선' 갈 길 멀어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8.12.03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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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고객은 왕'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실생활에서 소비자는 보호 받지 못하는 약자로 방치돼 있기가 다반사다. 기업의 각성과 양심에만 매달려 소비자의 이익이 보호되기를 바라기보다는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변화와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의 소비자보호정책이 어떤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음 무엇인지를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취약분야 감시와 법집행 강화를 천명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고 신기술과 신유형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명분에서다.

공정위는 거래환경 개선이 필요한 주요 분야로 상조와 통신, 전자상거래 등을 꼽고 있다. 해당 분야는 규정 미비와 당국의 단속의지 부족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공정위가 정책 개선을 주도한다고 해도 관련 부처의 협조와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조업체 줄폐업에 소비자만 피멍...당국의 선제 대응 절실

대표적으로 상조업계를 보면 상조업체 대부분이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줄 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해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 보니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정위가 고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소비자피해 보상 현황’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폐업한 57개 상조업체에서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 총액은 3743억 원이었다. 선수금 중 법적으로 보장된 50%인 1872억 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실제 보상금은 1400억 원에 그쳤다. 실제 보상 받은 회원도 10명 중 4명 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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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상조회사들의 가입 미끼로 사용하는 결합상품도 업체들의 줄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  상조서비스 가입자에게 가전제품과 여행상품 등을 할인 해주는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여기에 과도하게 돈을 쓰다 보니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특히 해당 결합상품은 일시에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데다 상조업체가 도산하면 혜택 제공도 같이 중단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겐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기존에는 전자제품의 할인분까지 상조업체가 지급해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할부거래 관련 고시를 개정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 자본금 15억 원을 갖추지 못한 업체의 경우 등록 말소를 진행하거나 자본금 증액이 어려울 경우 소비자에게 폐업 사실을 미리 알리고 선수금 전액을 환급하도록 하는 정책들이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돌려받을 수 있는 선수금을 50%로 못 박아둔 데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공제조합에 선수금을 잘 보전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 공정위의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146개 상조업체 중 자본금을 증액한 곳은 50개에 불과하고 은행 지급보증을 통해 소비자가 낸 선수금의 50% 이상을 보전해줄 수 있는 곳도 6곳 밖에 없다.

상조업체 한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가 공제조합을 통해 선수금을 보전하고 있는데다 실제 보전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미지수”라며 “이 상황에서 상조업체 폐업 시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후불식 상조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내년 1월 규정 강화를 앞둔 과도기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소비자피해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상조회사 부실이 누적돼 향후 대규모 소비자피해가 우려된다”며 “상조회사가 폐업해도 가입한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서비스 위약금·허위광고·해지방어 등 난제 '산적'

통신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통신비 인하’다. 이를 위해 표면적인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보편요금제 도입 시도 등의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위약금 등 부가적인 요소와 탁상행정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실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선택약정을 중심으로 위약금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중·저가폰 구입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공시지원금’ 위약금의 경우 지난해 지원금 상한제 폐지 이후 오히려 부담이 더 켜졌기 때문이다.

공시지원금은 단말기 구입 가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포함된 지원금 상한제 일몰 이후 중·저가폰  위주로 지원금 규모가 커졌다. 보급형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선 휴대전화 가격이 지원금보다 낮을 경우 단말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많이 선택한다.

문제는 수십만 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해지 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즉 이통사의 서비스에 불만족스럽더라도 위약금을 볼모로 꼼짝없이 잡혀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위약금이 소비자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위약금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업자가 위약금을 포함한 이용약관을 등록 또는 변경하기 위해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인가라고는 하지만 위약금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과기부에서 제한하기 힘든 구조다.


<통신 이용약관 등록 및 변경 신고 내용>

1. 전기통신서비스의 종류 및 내용
2.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3. 수수료·실비를 포함한 전기통신서비스의 요금
4. 전기통신사업자 및 그 이용자의 책임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해당 전기통신서비스의 제공 또는 이용에 필요한 사항



<규정 속 허점>


이용약관을 변경하거나 등록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인가를 해주고는 있지만 위약금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산정 자체가 사실상 통신사업자 자율의지에 달려 있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어느 수준까지 위약금을 정해야 된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상한선이 있으면 좋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정부가 사업자들이 위약금을 정할 때 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통업계 관계자(KT)도 “위약금의 경우 이용약관 신고와 함께 진행된다”며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취약계층 통신비 할인혜택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기관과 통신사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많은 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초 기초연금 수급 대상 할인 대상을 60세에서 65세로 넓혔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 1월 소비자정책회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결정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65세 이상 기초급여수급자의 경우 월 1만1000원 한도로 할인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을 만든 과학기술통신부와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 목록을 가지고 있는 보건복지부간의 정보교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8할에 가까운 사람들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 실제 추혜선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초연금수급자 이동통신 요금감면 대상자 약 248만 명 중 9월 기준 요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56만 명으로 22.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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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협조요청 등을 통해 통신사가 수혜자에게 개별적으로 안내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말뿐인 개혁이 아닌 몸소 실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유선 쪽에서는 통신결합상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그 동안 이용자는 결합할인 등을 받기 위해 서비스별 단품이 아닌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등 결합상품에 주로 가입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보급률이 포화된 만큼 신규수요가 아닌 교체수요에 의존해 성장하고 있다. 즉 경쟁사 가입자를 빼오는 데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허위광고와 과도한 해지방어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해지 방어다. 고가의 사은품과 지원금을 미끼로 결합계약을 유도하고, 해지하려 할 때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민원 1만7185건을 분석한 결과 결합상품 해지 관련 민원은 2167건으로 결합상품 관련 민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가입 때는 1411건, 이용 때는 1659건으로 나타났다.

고낙준 방통위 통신시장조사 과장은 “이동전화의 경우 번호이동 때 간편하게 해지할 수 있는데, 결합상품 또한 근본적으로 이처럼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며 “이동전화는 번호 중심이고 단품이라 적용이 쉬웠지만, 결합상품은 좀 더 복잡한 만큼 단계적으로 간편하게 해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대변혁' 추세 못 따라 가는 법규정

유통업계는 통신의 발달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하지만 이를 제재해야 되는 법적장치는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SNS판매를 예로 들 수 있다. SNS 판매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상거래법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교환 및 환불을 거부하거나 등록신고 없이 영업하는 등 배짱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SNS 쇼핑 피해 상담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SNS 판매자들이 교환, 환불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제품, 가품 등을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SNS 판매자가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해버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처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SNS 판매자들이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보니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하면 사실상 추적하기 어렵다. 정부가 개인 SNS채널을 일일이 관리, 감독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보니 결국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소비자들이 좀 더 주의해서 SNS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홍보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정도의 대책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소비자가 주의를 하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해외직구의 경우도 상황이 비슷한데 국내에서 유통이 금지됐거나 하자가 있어 리콜이된 제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음에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전자상거래법,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국내 법 적용을 받지만 외국 쇼핑몰에는 책임을 물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은 아이가 삼킬 위험이 있어 리콜된 장난감, 발암물질이나 피부 자극 물질이 발견된 화장품,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함유된 건강식품 등 95종을 적발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분야에서는 중심에서 키를 잡고 있는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의 책임 회피로 인해 판매자와 소비자의 분쟁 발생 시 소비자가 피해를 떠안는 불상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마켓과 옥션 등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이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를 중개해주는 장터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다.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이 홈페이지 하단에 명시한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서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무책임 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부과하는 과태료 상향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통신판매중개업자와 통신판매업자 등을 구분하지 않고 ‘사업자’로 통일해 책임을 어느 정도 분담할 수 있게끔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개인 역할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이 가지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현재로선 어렵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진정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환경 개선을 생각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미봉책 보다는 보다는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국장은 “지금까지 소비자 관련 정책들은 어떠한 문제가 발생한 후 이를 봉합하는 수동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실패에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소비자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관찰해 예방할 수 있다면 소비자 관련 분쟁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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