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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투자자문사 약탈적 약관에 소비자 '피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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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투자자문사 약탈적 약관에 소비자 '피멍'
해지하려면 돈 물어야 할 판...금감원 단속노력 헛수고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12.0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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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결제라고 해놓고 묻지마 할부결제 = 광주광역시 북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문자메시지로 후불제 주식리딩 권유를 받았다. 주식리딩은 주식의 초보자를 위해 주식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리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김 씨는 일단 후불제라는 말을 믿고 가입했다. 하지만 잠시후 정보이용료 350만 원이 12개월 할부로 결제됐다. 김 씨의 항의에 유사투자자문사 측은 "일단 한 달 만 받아보고 결정해라. 한 달 투자 후 수익이 60% 이상 발생하면 서비스 이용료를 전혀 받지 않겠다"고 설득했다고. 그러나 불안한 마음에 며칠 뒤 해지를 요청했지만 현재 대표전화와 담당 상담사는 모두 연락두절 상태다.

#가입할 땐 '할인가' 환불할 땐 '정상가' = 서울 송파구에 사는 고 모(남)씨는 올해 3월 말 연회비 350만 원을 내고 유사투자자문회사의 서비스에 가입했다. 하지만 업체에서 추천한 종목 주가가 수 개월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져 서비스를 해지하기로 마음 먹었다. 잔여기간이 7개월 남아 위약금을 제하더라도 일부 금액을 돌려받을 걸로 생각했지만 업체 측은 돌려줄 수 있는 금액이 한 푼도 없다고 했다. 알고 보니 환불 기준은 '할인가'가 아닌 '정상가' 기준이고 정상가의 20%를 위약금으로 책정해보면 고 씨가 낸 연회비보다 더 많은 금액이 나왔다. 고 씨는 "환불은커녕 오히려 돈을 물어낼 처지에 놓였다"고 황당해했다.

주식투자정보를 제공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유사투자자문사와 일부 증권방송의 비상식적인 계약 행태가 개인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수 백만 원 상당의 연회비를 받고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들이밀며 과도한 해지방어를 일삼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가입 및 환불 조건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면서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아 여전히 투자자보호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 "나갈 땐 마음대로 안 돼"...제 멋대로 약관에 투자자 손해

일부 유사투자자문사와 증권방송의 몰지각한 운영 행태는 자의적인 약관 운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약관이 지나치게 회사 편의적으로 설정돼있고 이마저도 가입 당시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곳도 태반이다.

약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유사투자자문사도 상당하다. 대부분의 유사투자자문사가 영세한 규모여서 홈페이지도 포털 사이트 카페 등으로 구색만 맞춘 곳이 대부분이다. 일반 금융회사처럼 약관을 공시한다던가 투자자 알권리를 보장받기란 애초에 무리인 셈이다. 

앞서 두 번째 사례의 고 씨가 가입한 유사투자자문사의 약관을 살펴보면 '환불 기준금액은 계약서에 명시된 정상금액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라는 항목이 있다. 가입할 때는 할인금액을 내지만 탈퇴할 때는 정상금액을 기준으로 환급금액을 설정하니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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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유사투자자문사가 투자자에게 제시한 환불약관. 중도해지시 환불액 기준은 '할인가'가 아닌 '정상가'라고 명시돼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DB


예를 들어 연 350만 원 기준으로 가입한 투자자가 5개월 만에 탈퇴를 한다면 가입금액의 20%를 위약금으로 책정하더라도 '350만 원(가입비)-70만 원(기본 위약금)- 145만 원(위약금)' 기준으로 성립돼 135만 원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상금액(2000만 원)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산정한다면 350만 원(가입비)-400만 원(기본 위약금)-833만 원(위약금)으로 오히려 위약금을 토해내야 하는 구조다.

부당한 환불 정책을 적용하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남은 계약기간을 이행할 수밖에 없고 업체 측은 고정 고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남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그나마 업체 측과 소통이 되는 경우는 시시비비라도 가릴 수 있지만 영세한 업체들이 많아 제대로 된 투자자 상담도 불가능한 곳도 많다. 가입할 때는 일사천리로 가능하더니 나갈 때는 마음대로 못나간다는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가입 금액에 걸맞지 않는 부실한 서비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사투자자문회사들은 대부분 연회비 개념으로 서비스 비용을 받고 있는데 금액은 각 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수 백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고급 정보를 주고 있으니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돈을 내고 정보를 받아가 성투(성공적인 투자)하라"는 말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식투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해 경험이 적은 소비자들은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의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수백만 원 대 높은 가입금액=믿을 수 있는 정보'인양 오인하는 경향이 피해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

◆ 유사투자자문업 민원 건수 급등, 피해구제는 여전히 난항

문제는 투자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구제해줄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일반 투자자문업체와 달리 금융투자업상의 투자자문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에 기초를 두고 있다. 금융기관도 아니어서 금융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을 받는 금감원이 이들에 대한 감독·검사 권한이 없어 약관 관련 이슈나 허위·과장광고 등에 대한 소비자 피해는 소비자원 민원제기 또는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구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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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입장에서도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직접 조사 및 저벌을 못하고 검찰로 통보하는 이상 주어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매년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 중 일부를 대상으로 일시점검 및 불법영업행위 신고포상제 실시 등으로 근절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는 사이 금감원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는 지난 2013년 말 697개에서 지난 29일 기준 1986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유사투자자문사 연간 등록건수도 매년 300여 개 이상으로 그 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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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투자자문업 등록건수가 매년 급증하면서 관련 소비자 민원도 급격한 상승세를 띠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 상담건수는 4887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상담건수를 초과했는데 그 중 피해구제는 878건으로 구제율은 18%에 불과했다.

금감원으로 접수되는 민원 역시 올해 8월 말까지 246건으로 이미 지난해 유사투자자문업 민원건수(199건)을 이미 넘겼다. 

이 같은 피해가 지속되자 국회에서도 지난해부터 움직임이 시작됐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유사투자자문업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서는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에 대한 결격요건 마련 ▲불건전 영업 방지 교육 사전 의무수강 ▲편법적 영업행위에 대해 신고사항 직권 말소 가능 ▲자료제출 거부 또는 미신고 유사투자자문행위 제재 강화 등 기존 제도에 대한 미비된 점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는데 개정안은 지난 달 28일 '대안반영폐기' 상태로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통과됐다.

이 의원실 측은 "일부 조문만 바뀌었을 뿐 대부분 원안 그대로 대안반영폐기 상태로 다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함께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금감원 측은 "유사투자자문사는 누구나 단순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고 증권사, 투자자문사 같이 인가 또는 등록한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금감원 신고업체도 아니다"라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허위 및 과장여부에 유의하고 정보이용료 등 분쟁발생에 대비해 계약체결 전에 환불조건 및 방법 등 계약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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